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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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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먼 옛날 세상에 초등학교는 없고 국민학교만 있던 시절, 우리 집에는 대우 IQ1000이 있었다. 게임 공략을 위해 친구네 집에서 빌려온 컴퓨터 잡지에서 화면에 커다란 X표를 출력하는 코드를 보고 저장장치도 없는 컴퓨터에 고사리 손으로 몇 페이지짜리 코드를 한 줄, 한 줄 다 쳐 넣었다. 이것이 나의 첫 번째 코딩이었고 야속한 IQ 1000은 X표 대신 작대기 하나만 출력해 주었다. 나는 우리 집 컴퓨터가 신형인 IQ2000이 아니라 IQ1000이었기 때문에 X표의 반쪽만 출력되었다고 굳게 믿었고, 크게 실망하고 좌절했다. 그때 온전한 X표가 출력되었다면 나의 코딩은 국민학교 4학년 때부터 시작되었으리라고 아직도 믿고 있다. 하지만 반쪽짜리 X표 덕분에 컴퓨터와 별로 상관없는 삶을 살았고 대학에서는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는 문화연구를 공부했다. 우연한 기회에 프로그래머들과 같은 사무실에서 일할 기회가 있었고 어깨너머로 배운 코딩이 재미있어 코딩 도장을 들락거리다 언젠가부터는 이 기술을 가지고 밥을 벌어먹으며 살고 있다. 두 아이의 아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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