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듯한 일상을 살아가는 평범한 직장인이 매일 그림에서 얻는 위로의 순간들을 담아낸 그림에세이. 지은이는 화가들의 그림을 마주하며 일과 생활, 인간관계, 자신에 대한 고민을 진솔하게 풀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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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그림은 마음에 남아 (매일 그림 같은 순간이 옵니다) 내용 요약
김수정 저자의 《그림은 마음에 남아》는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멈추어 서서, 우리 삶의 구석구석에 숨어 있는 예술의 조각들을 발견하도록 안내하는 에세이입니다. 이 책은 단순히 명화를 해설하는 지식 전달의 책이 아니라, 그림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저자가 직접 겪은 삶의 희로애락을 진솔하게 풀어낸 기록물입니다. 🎨
저자는 세상을 살아가며 마주하는 수많은 감정, 즉 좌절과 열등감, 상심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들을 어떻게 예술을 통해 보듬어 나가는지를 이야기합니다.
... 달콤한 순간은 항상 짧고 행복한 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간다. 내일이면 일상으로 돌아가는 월요일, 답답하지만 담담히 일상을 챙긴다. ... p.012
어떤 중견 연예인이 "가끔씩 오래 보자"라는 말을 해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전적으로 동의한다. 시간을 통과해 내 곁에 남은 사람들은 자주 만나기보다 가끔 만나더라도 속 깊은 대화를 하는 이들이다. 소설가 윤대녕은 1년 24절기에 맞추어 그 절기에 맞는 사람을 만난다고 한다. "당신은 입춘에 만나기 좋은 사람인 것 같아요"라면서. 어쩌면 그분도 나처럼 멀리, 그리고 가끔 돈독한 사람인지도 모른다. p.029
인생의 맷집을 키우는 일은 지난하다. 사는 일 별 것 있나, 잘하는 일 못하는 일 모두 버텨야 하는 일 투성인 것을. 위대한 알베르트 에델펠트조차도 기약 없는 긴긴 시간을 버티기만 하지 않았던가. 버티는 건 미래에 대한 예의고, 인내는 나중에 만날 비밀의 몸값이다. 그러니 한 번쯤은 살아볼 만하지 않은가. 생은 항상 제멋대로라 대게 서운함을 안겨주지만 가끔 충격 넘치는 반전도 선사하므로. 부디 이번 생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해 해피엔딩으로 가자. p.047
"모든 게 마음먹기 달렸어"라고 말하는 사람을 나는 힘겨워한다. 그는 알지 못한다. 자신이 크게 운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마음과 노력과 상황이 같은 타이밍에 같은 방향으로 흐르는 행운은 모두에게 주어지지 않는다. 강하고 약함을 구분 짓는 이는 '현재' 강한 사람들이다. 삶의 무차별 공격에 정통으로 맞으면 그 누구라도 속수무책, 무너지는 게 당연하다. 어떤 사람은 결코 알지 못한다. 바닥에 나뒹군 채로 간신히 숨만 쉬는 게 오늘 하루의 최선인 사람도 있다는 것을.
삶은 언제나 인간 위에 있다. 거대한 삶이 몸을 부풀려 내려오면 작은 인간은 쉽게 감당치 못한다. 무게를 지탱하는 노동이 버거워서 비명도 못 지르는 순간이 온다. 이때 감사하려는 억지는 감정 노동일 뿐이다. 감사하라는 강요는 폭력일 수도 있다.
당신이 감사할 수 없을 때는 삶의 노동에 지친 때다. 당신은 오늘 감사의 노동까지 안 해도 된다. 이제 아무것도 생각하지 말고 쉬자, 고된 순간을 서서히 흘려보내면서. 눈을 감자, 시간에 매이지 않도록,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기운을 회복하면, 이 힘겨움을 뛰어넘고 나면 당신은 자연스레 감사하고 자연스레 기뻐할 테니. 오늘도 열과 성을 다한 당신은 가장 먼저 쉬어야 한다. p.054-055
"그럼, 당연하지. 오늘보다 내일이 좋고, 올해보다 내년이 훨씬 좋을 거야. 기대해봐." p.063
삶에 배신당한 누군가를 위로할 때 나는 종종 세르반테스의 말을 인용한다. "운명이 나의 정당한 소원을 완전히 들어주지는 않을지라도, 그 일부조차 들어주지 않을 만큼 막강하지는 않을 거야." 나는 인간이 귀한 존재임을 한 번도 의심한 적이 없다. 그러니 삶은 인간의 중심에 귀 기울이고 그의 바람을 모두 외면하지 않는다고 믿는다. 당장은 아니라도 인생 후반기에는 무언가 이루어질 것이다. 설령 그게 단 하나뿐이더라도. p.068
이제 내 생각을 저울 위로 옮겨본다. '결국 인생은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맞추어가는 일이 아닌가' '바람만 불어도 위험하게 흔들리는 인생에서 다시 돌아오는 균형의 때를 숨죽여 기다리는 것이 아닌가' 하며 생각의 저울추를 움직인다. 신은 세상이 항상 평화롭도록 허락하지 않았다. 인간의 고통, 시련, 두려움, 서러움 가운데 살아가도록 했다. 삶의 풍랑 가운데 가끔 나타나는 잠잠한 기쁨의 순간이 아름답도록 했다. 삶의 흔들림이 잦아들고 균형이 맞아떨어지는 순간, 페르메이르는 이 고요를 말하고자 한 것이 아닐까. p.094-095
애간장이 끊어지는 슬픔을 입으로 막고 버텨야 하는 사람. 차마 비명조차 내지르지 못하고 침묵 속에 머물러야 하는 사람. 소리는 겨우 감추더라도 표정만큼은 감추지 못하고, 피부를 뚫고 배어나오는 고통에 끔찍한 사람. 간신히 얼굴을 가려내는 손이 아프다. 눈물을 쏟고 싶지 않아서 비명을 지르고 싶지 않아서, 얼굴을 가려 막아보려는 허우적거림이다. 눈물이 범벅된 얼굴이 차라리 낫겠다. 슬픔마저도 마음 놓고 드러낼 수 없는 처절함이라니. 도무지 못 견디겠다. p.101-103
사람의 중심 가장 깊은 곳에 한 점 온기의 자리가 있는 것은 아닐까. 자그마한 온기를 건네받을 자리는 누구에게나 가장 귀한 곳이 아닐까. 가슴에 온기가 머물렀던 인간은 타인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는다. 우연한 만남을 통해서라도 순간의 접촉은 이뤄지고 기적은 일어난다. 곁에 아무도 없는 듯 서럽지만 모르는 일이다. 백 명 중 한 명일 누군가는 당신을 알아본다. '살짝 엿보'던 아이가 우는 여자의 고통을 외면할 수 없어 다가왔듯이. 온기는 분명 존재한다. 사람의 중심은 쉽게 소멸하지 않는다. p.147
앞에, 뒤에, 오른쪽에, 왼쪽에...... 사는 게 안 힘든 사람이 없다. 세월이 하수상하여 TV 뉴스, 신문, 라디오에서뿐 아니라 바로 내 옆의 현실에서도 누군가의 기막힌 슬픔을 바라보아야 하는 일이 점점 많아진다. 가정에서 자꾸 일어나는 트러블, 고질스런 건강의 어려움, 답이 안 나오는 취업, 끝이 안 보이는 경제적 문제, 제 능력으로는 버거운 부모님 부양까지. 가슴속 가득한 고통을 이기지 못해 마침 곁에 있는 사람에게라도 쏟아내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렇게 누군가의 고통이 터져나올 때, 터져나오지 않고 서는 못 버틸 때, 이를 듣는 사람의 마음도 온전하지 못한다. 누군가의 피투성이 마음이 쏟아져 나올 때, 곁에 있는 사람도 함께 피투성이가 된다. p.157
선한 사마리아 사람을 바라보면서 논어의 '애지욕기생 愛之欲其生'을 떠올린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은 그 사람을 살리는 것'이라는 의미를 되새긴다. 그가 베푼 사랑이 생명을 살리는 사랑이었음을 확인한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은 그 사람이 살게끔 하는 것이다. 그 사람이 제 몫의 삶을 살기를 바라는 것이다. 사랑은 존재에 관한 것이니, 그 사람의 삶이 계속 아름답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 애틋한 힘, 애틋한 기쁨이 한 사람 한 사람을 구원한다. p.185
살다보면 가끔씩, 마음의 균형을 잃게 만드는 사람을 만난다. 그가 인생에 들어오면 마음의 균형을 잃는다. 대책 없이 빠져들어 대책 없이 흔들린다. '마음을 빼앗긴다'는 말은 '바닥을 빼앗긴다'는 말로 바꿔 불러야 하지 않을까. 누군가를 사랑하는 사건은 준비 없이 시작되고 감정은 재앙처럼 쏟아진다. 그때 능수능란하게 균형을 잡을 수 있는 마음을 가진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p.205-206
그래, 모든 것이 눈빛 때문이다. 눈빛을 보면 진실이 보인다. 눈빛을 읽는 것은 사람의 전부를 읽는 것이다. 모든 것은 눈빛에서 판가름난다. 몸의 다른 부분은 믿을 것이 못된다. 혀는 거짓말을 일삼고 몸은 과장을 좋아한다. 눈빛은 정직하다. 눈빛은 거짓말을 못한다. 속이려고 해도 속여지지가 않는 것이 눈빛이다. 눈빛을 읽으면 진실과 가까워진다. 눈빛을 읽어야 한다. _천운영, 『생강』, 창비, 2011 (p.209)
올해의 막바지에도 감귤과 함께하는 우연이 놀라운 추억을 만들고 그리움을 부르기를. 물론 꼭 감귤이 아니어도 괜찮다. 누군가는 그윽한 핫 초콜릿, 쓰디쓴 커피 한 잔으로 짙은 그리움을 껴안을 것이다. 그리움은 조금 아프지만 꽤나 멋진 것이기에 추운 겨울날 다시금 그리워할 것을 얼마든지 만들어도 좋다. 그리움이란 때로 눈물겹도록 생생하다. 어떤 그리움에서는 향기까지 난다. 언제나 잔향은 쉬이 사라지지 않는다. 아련하여 아름답다. 세상에서 가장 오래가는 선물은 끝내, 그리움이다. p.243
탕웨이 주연의 영화 「시절인연」(2013)은 맺어질 줄 몰랐던 두 남녀가 시간의 공백기를 넘어서 새로운 시공간에서 다시 만난다는 설정을 취한다. 관객은 인연이 이어지는 의외의 방법에 열광했고 영화는 전 세계적으로 흥행했다. 여기서 불교 용어인 '시절인연 時節因緣'은 '때가 되어 인연을 만난다'라는 의미로, 모든 인연에는 오고 가는 시기가 있다는 뜻이다. 이 용어는 그저 로맨틱한 만남의 시기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여기서의 인연은 기회나 사건, 깨달음의 인연까지 의미한다. 아무리 원하는 사람이나 원하는 기회가 있어도, 인연의 때가 아니라면 지척에 두고서도 만나거나 이룰 수 없고, 인연의 때가 오면 순탄하게 만나 이룰 수 있음을 말한다. 그래서 우리는 조급해하면 안 된다. 영문 모를 시간을 받아들이고 유유히 살아보아야만 하는 것이다.
기회도 좋고 돈도 좋고 물건도 좋지만 역시 사람 인연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인연이란 참 묘한 것이다. 두 사람이 같은 장소를 지나고 있어도 가까워지고 멀어짐은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인연은 타임라인을 타고 간다. 마음과 달리 어떻게 멀어졌더라도 인연이 다시 무르익으면 또 만날 수 있다는 것이 신비롭다. 신실한 친구의 인연은 그냥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시간의 허락이 필요하다. 그러하니 긴 시간줄 가운데 어떤 방식으로든 맞아떨어지는 그 사람의 타이밍과 내 인생의 타이밍, 그것이 '인연'이 아닐까. p.260-261
나는 '꽃길만 걷게 해줄게요'보다 '꽃길만 걷자'쪽이 좋다. 사람이 사람에게 생을 선물할 수 있는가, 그것도 오로지 '꽃길'을. 생은 오로지 1인용, 비좁은 오솔길이고 그나마도 잡초인 자갈이 가득한 길이다. 그나마 가시밭이 무성하지 않으면 다행이다. 물론 누군가를 잠시 초청할 수는 있으나 평생 그와 함께 갈 수는 없다. 그 역시 자기 길을 지켜야 하므로. 생을 선물할 수 있는 상대는 오로지 자신뿐이다. 하나하나 꽃을 심어 직접 제 꽃길을 만들어나간다. 재미있게 읽은 책 한 권으로부터, 성실히 스크랩한 기사 하나에서부터, 오래 고생해 마무리 지은 프로젝트 하나에서부터, 까다로운 클라이언트와의 상담에서, 먼저 손 흔드는 반가운 인사에서, 누군가를 돕는 엷은 마음에서 힘 있는 꽃 모종은 뿌리를 내린다. p.2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