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죽는 날

애니타 해닉 지음 | 수오서재 펴냄

내가 죽는 날 (존엄사의 최전선에서, 문화인류학자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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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2025.7.24

페이지

34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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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문화인류학자 애니타 해닉이 수년간 조력 사망의 현장을 직접 동행하며 써낸 죽음과 인간의 존엄에 대한 밀도 깊은 기록이다. 저자는 오리건주를 비롯해 조력 사망이 합법화된 지역의 환자, 가족, 의료진들의 삶에 깊숙이 들어가 함께 호흡하며, 법 제도 바깥에 숨겨진 인간의 고통과 결단, 그리고 연대의 현장을 포착한다.

죽음을 마주한 사람들이 어떻게 자기 삶의 마지막을 ‘선택’하고자 하는지, 그 결정을 둘러싼 문화적, 제도적, 정서적 측면을 예리하면서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낸다. 우리 사회에는 죽음에 대한 더 많은 언어가 필요하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게 되는 죽음을 회피하지 않고 삶의 마지막을 받아들이는 다양한 방법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 이 책이 죽음과의 관계를 탐구하는 데 필요한 수많은 언어 중 하나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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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_jin

떠나가는 영혼을 위해 우리가 입을 모아 낭송하는 동안, 엘리스는 어머니의 몸 위에서 손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진의 영혼을 풀어주려나느 듯 손가락을 펼쳐 머리에서부터 온몸을 쓸어 내렸다. 낭소잉 끝나날수록 손놀림도 점점 더 길고 묵직해졌다. 일종의 정화과정이었다. 죽음이 종말이 아니라 하나의 여정이라면 엘리스는 어머니가 무사히 여행하기를 바랐다. (p.276)

얼마 전, 『미 비 포유』를 다시 읽으며, 진정한 사랑 등에 대해서도 잠시 생각했었지만 가장 깊이 생각했던 것은 바로 “죽음”이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는 “존엄사”. 내가 조금 더 어릴 때에는 『미 비 포유』를 읽으며 사랑이 먼저 눈에 보였다면, 마흔이 넘어 읽은 『미 비 포유』에서는 스스로 선택하는 죽음, 우리가 말할 수 있는 “올바른 정신 상태의 삶” 등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더라. 그래서일까. 『내가 죽는 날』을 받아들고, 읽기까지 시간이 꽤 오래 걸렸다. 과연 나는 이 책을 감정없이 읽을 수 있을까, 생각했던 것.

『내가 죽는 날』은 문화인류학자인 애니타 해닉의 글로, 의료진과 함께 삶의 마지막 순간을 동행하는 참여관찰자로서 가까이에서 그들의 목소리를 기록한 책이다. 그렇다보니 단순히 누군가의 죽음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제도적 배경, 법적 사회적 쟁점, 개인의 감정과 신념, 문화적 차원에서의 의미까지의 존엄사를 다루고 있어, 다소 묵직한 점이 있기도 하고 또 죽음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갖기도 하는 깊이있는 책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그렇다고 읽기 어려운 책은 절대 아니다. 마치 소설을 읽듯 편안하게 읽히지만, 그 안에서 죽음에 대해, 진정한 삶의 영역에 대해 제대로 생각해보고, 현재의 내 삶까지를 생각해볼 수 있는 책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존엄사에 대해 내가 가졌던 가장 큰 부정적 생각은 책을 50장도 읽기 전에 한 문장 앞에 드러났다. “자기 삶을 온전히 자신만의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스스로 죽음의 과정과 시기를 선택할 권리를 원하되 그 결정이 다른 사람의 선택에 영향을 미치기 않기를 바라는 사람도 있다. 이들에게도 공감과 관심, 그리고 그들의 관점에서 생각하려는 선의가 주어져야 마땅하다.(p.48)” 사실 나는 한 사람의 생명이 딱 그 사람만의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왔기에 존엄사를 반대해온 사람이다. 가령 나의 목숨은 내것이겠지만, 나의 부모님이나 아이를 생각하면 오직 나만을 생각하여 선택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 않나. 『내가 죽는 날』의 이 문장을 읽으며 나의 생각이 너무 단편적인가, 아직 닿지않은 문제의 것이라 막연하게만 생각하나 싶은 마음이 들었다.

또 내가 평소 조력사망에 대해 우려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무척이나 상세하게 이야기를 다루고 있었는데, 『내가 죽는 날』을 읽으며 내가 그동안 너무 막연히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었던 점들을 깨닫기도 했다. 물론 여전히 나는, 종교적 관점에서도 개인적 신념에서도 조력 사망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이지만 『내가 죽는 날』을 통해 이미 조력사망은 세계 여러곳에서 합법적으로 이뤄지고 있고, 우려하는 부분들에 대한 어두운 측면 대신 보다 의학적인 접근, 인권적인 접근이 이뤄지고 있음에 나를 놀라게 만들기도 했다.

내가 『내가 죽는 날』을 읽으며 가장 오래 머물러 있던 곳은 “건너가다”라는 장이었다. 우리가 농담처럼 사용하곤 하는 “가는데 순서없다”등의 말들 뒤에 숨겨진 죽음의 불확실성을 이야기하고 있었던 것. 임종 전의 용서와 작별, 추모와 애도 등을 보다 계획적으로 맞이하게 하는 측면에서는 인간으로서 존엄한 상태에서 준비된 죽음을 맞을 수 있는 게 나쁘지만은 않다고 생각했다.

사실 『내가 죽는 날』을 다 읽은지 며칠이나 지났다. 그런데도 선뜻 리뷰를 남길 수 없었던 것은 긴 세월 내가 가지고 있던 신념을 마구 흔든 책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여전히 나는 결론을 짓지 못했다. 그러나 점점 생명이 길어지고 여러가지 독한 질병들이 발생하는 요즈음, 존엄사를 완전히 미래의 이야기로 미뤄둘수만은 없다는 생각도 든다. 결국 『내가 죽는 날』은, 나에게 새로운 시각과 새로운 생각을 여는 책이 되고야 말았다. 물론 여전히 나는 그것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완전히 닫힌 문이 아닌 채 존엄사에 대해 생각을 열 수 있게 되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내가 죽는 날

애니타 해닉 지음
수오서재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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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정보

미국 문화인류학자 애니타 해닉이 수년간 조력 사망의 현장을 직접 동행하며 써낸 죽음과 인간의 존엄에 대한 밀도 깊은 기록이다. 저자는 오리건주를 비롯해 조력 사망이 합법화된 지역의 환자, 가족, 의료진들의 삶에 깊숙이 들어가 함께 호흡하며, 법 제도 바깥에 숨겨진 인간의 고통과 결단, 그리고 연대의 현장을 포착한다.

죽음을 마주한 사람들이 어떻게 자기 삶의 마지막을 ‘선택’하고자 하는지, 그 결정을 둘러싼 문화적, 제도적, 정서적 측면을 예리하면서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낸다. 우리 사회에는 죽음에 대한 더 많은 언어가 필요하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게 되는 죽음을 회피하지 않고 삶의 마지막을 받아들이는 다양한 방법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 이 책이 죽음과의 관계를 탐구하는 데 필요한 수많은 언어 중 하나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출판사 책 소개

“우리는 날씨 이야기를 하듯 일상적으로 죽음에 관해 대화했다.”
미국 문화인류학자가 수년간 존엄사 현장에서 쌓아올린
존엄사에 관한 가장 총체적이고 깊이 있는 탐구서


《내가 죽는 날》은 미국 문화인류학자 애니타 해닉이 수년간 조력 사망의 현장을 직접 동행하며 써낸 죽음과 인간의 존엄에 대한 밀도 깊은 기록이다. 저자는 오리건주를 비롯해 조력 사망이 합법화된 지역의 환자, 가족, 의료진들의 삶에 깊숙이 들어가 함께 호흡하며, 법 제도 바깥에 숨겨진 인간의 고통과 결단, 그리고 연대의 현장을 포착한다. 죽음을 마주한 사람들이 어떻게 자기 삶의 마지막을 ‘선택’하고자 하는지, 그 결정을 둘러싼 문화적, 제도적, 정서적 측면을 예리하면서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낸다.

책에는 미국 존엄사법을 둘러싼 실제 사례들이 등장한다. 조력 사망법을 통해 가족들 곁에서 삶을 마감하는 유쾌한 90세 블루스 연주자 켄, 간호사이자 조산사였지만 은퇴 후 오리건과 워싱턴 전역을 오가며 임종을 맞는 이들을 안내하는 데리애나, 존엄사법의 적용 범위를 넓히기 위해 싸우다 마침내 존엄사 자격을 얻게 되는 파킨슨병 활동가 브루스 등등. 해닉이 기록한 5년간의 뜨거운 여정은, 우리가 언젠가는 마주하게 될 죽음이라는 문턱 앞에서 과연 우리가 무엇을 ‘선택’할 수 있을 것인지 묻는다. 또한 첨단 의학 시대에서 죽음이라는 하나의 과정의 존엄성과 의미를 되찾을 방법을 탐구한다. 그 분투는 곧 우리 사회 전체를 향한 질문으로 확장된다.

“그들이 끝내려는 것은 지속 가능한 삶이 아니라
결코 오래가지 못할 삶이다.”
조력 사망 제도를 통해 살펴보는 죽음에 대한 자기결정권,
삶의 마지막을 결정한 권리에 관하여


한국 사회에서도 존엄사, 조력 사망에 대한 논의가 많아지고 있다. 그러나 논의는 여전히 제도와 법의 영역에 갇혀 있고, 죽음의 주체가 누구인지에 대한 질문은 묻히고 만다.

“존엄성을 누가 정의할까요? 죽어가는 사람이 정의해야죠. 내가 그의 존엄성을 정의하는 게 아니에요. 환자의 존엄성을 정의할 수 있는 사람은 그 자신뿐입니다. 만약 그가 중환자실에서 호흡기를 달고 정맥주사와 카테터를 꽂고 있길 원한다면 그것이 존엄성입니다.” -본문 중에서

이 책은 단순히 조력 사망을 찬반의 시각에서 다루지 않는다. 그 대신 실제로 그 제도를 선택하려는 이들이 마주하는 복잡한 현실(법적 요건, 경제적 제약, 문화적 낙인 등)을 세심하게 따라간다. 책 속 인물들은 온전히 결정권을 가진 채 자신의 죽음을 계획함으로써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답게 존재하려 애쓴다. 그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오히려 우리 삶의 ‘존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이 선명해진다. 그러니까 이 책은 죽음을 이야기하지만, 결국 삶에 대한 책이기도 하다.

나아가 책은 우리 사회가 과연 죽음을 어떻게 말하고, 대하고, 선택하는가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던진다. 의료가 끝내 해결해줄 수 없는 고통이 있을 때, 그 고통을 견딜 것을 환자에게 요구할 수 있는가. 죽음을 택하는 사람을 죄인처럼 보지 않고, 그 결정의 무게를 함께 감당할 수는 없는가. 존엄사법은 그들에게 무엇을 허락하고, 무엇을 가로막는가? 죽음을 선택한다는 것은 죄인가, 존엄인가.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죽을 것인가.

우리 사회에는 죽음에 대한 더 많은 언어가 필요하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게 되는 죽음을 회피하지 않고 삶의 마지막을 받아들이는 다양한 방법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 이 책이 죽음과의 관계를 탐구하는 데 필요한 수많은 언어 중 하나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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