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트 마운틴

데이비드 밴 지음 | arte(아르테) 펴냄

고트 마운틴 (데이비드 밴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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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인 책

출간일

2015.6.4

페이지

292쪽

#본성 #삶 #소설 #인간 #죽음

상세 정보

우릴 잔혹하게 발가벗긴 채 자연 한가운데 놓는다
본질적 질문으로 사색하게 하는 논픽션 같은 픽션

세계 유수의 문학상을 수상하였으며, 18개 언어로 번역 출간된 데이비드 밴의 장편소설. 1978년 가을, 열한 살 소년은 할아버지와 아버지, 아버지의 친구와 함께 매년 치르는 의식과도 같은 사슴사냥을 떠난다. 고트 마운틴, 그 태고의 세계와도 같은 공간으로.

인류가 태어나기 훨씬 이전, 데본기의 고비식물들이 자라고, 끊임없는 지각활동으로 지각판이 뒤틀려 맨틀 저 아래의 바위들이 지상 위로 드러나 있는 곳, 땅속 깊은 곳에서부터 솟아올라온 샘물이 끊이지 않는 곳. 수백 년의 시간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소나무 빅버사가 자라는 곳. 태초의 시간이 흐르는 동시에 멈추어 있는 곳. 어둠과 빛이 공존하는 곳. 그리고, 사냥(killing)이 허용되는 원시의 공간.

사냥, 그것은 열한 살의 '나'에게 매혹적인 어른의 세계이다. 라이플, 그 쇠와 나무의 감촉, 어린 몸이 반동에 튕겨져나가도록 방아쇠를 당기는 순간의, 허락된 살인이 주는 쾌감. 그러나 사슴 사냥으로 '어른'이 된 '나'는 또 한번의 살인(killing)의 과정을 통해 '인간'이 된다.

전작 <자살의 전설>에서 아버지를 비롯한 가족관계에서 시작된 인간의 문제와 상처를 다루었던 작가는, <고트 마운틴>에서 문명과 질서의 내부에서, 그리고 그 밖에서 바라보는 인류/인간의 본질과 실존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투쟁한다. 원시의 공간과도 같은 고트 마운틴 안에서 벌어지는 단 이틀간의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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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 말기를 배경으로 조선 뒷골목을 장악한 인왕산패라는 가상의 조직을 배경으로 하는 작품이다.

암투와 계략, 그리고 배신과 복수가 난무하는 이 작품은 옛 배경 특유의 진중한 문체와 탄탄한 전개가 어우러져있다.

아무래도 배경이 배경인지라 생소한 용어가 많이 출몰하지만, 책 아래에 용어 해설도 있고 구성이 탄탄해서 어렵지 않게 읽혔다.

권력과 자본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삶이 작품 내내 등장하는데, 시대가 다른데도 이질감이 없어서 신기했다.

이 작품은 <역린>의 최성현 작가님이 10년 만에 쓰신 작품이라는데, <역린>을 재미있게 본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아직 1편만 읽었는데, 어서 2편도 읽어보고 싶다.

묵계 1

최성현 지음
황금가지 펴냄

읽었어요
54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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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만을 찾던 나에게 정답을 만들어가는 사람의 이야기는 새롭다. 사랑하는 일을 찾는건 사랑하는 사람을 찾는 것과 어떤 점애서 비슷하고 또 다를까? 여러 생각이 많이 들었는데 가장 마음에 남는 두가지는 역시 사람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해야한다는 것. 그리고 자신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깊이 고민해서 그 본질에 맞게 일을 해야한다는 것. 본질에 대한 고민없이 그냥 남들이 만들어놓은 시스템을 가져다 쓰기만한 나를 반성한다. 아, 그리고 나도 좋아하는 일을 찾으려 다양하게 도전해봐야겠다.

일은 배신하지 않는다

김종민 (지은이) 지음
아이스크림미디어 펴냄

2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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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학박사 최경희

@cany

  • 교육학박사  최경희님의 왜 우리는 매일 거대도시로 향하는가 게시물 이미지
왜 우리는 매일 거대도시로 향하는가 
 
노년내과의사와 철학을 공부한 학자의 시선으로 바라 본 지속가능한 사회에 관한 이야기로 주말의 시간을 보낸다. 
 
책 제목에서 느껴지는 따분할 것 같다는 선입견이 책의 한 챕터를 넘기면서 책 속에 몰입한 나를 발견하게 한다. 
 
거대도시 서울에 몰려드는 사람들과 환경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서 출퇴근 길의 이동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오늘도 거대도시의 길 위에는 버스 수 십 대가 기차처럼 늘어서 있다." 
 
운전 면허 없이 장거리 출 퇴근과 업무적인 일로 이동 하는 것이 일상인 이 책의 공동 저자 전현우의 이야기다. 
 
그러면서 거대도시민이 가지고 있는 삶의 지향점과 가처분 시간, 그 속에서 소득이 만드는 복잡한 방정식을 풀어내며 우리가 이동에 쓰는 시간과 노력이 차지하는 비중을 고민하고 있다.
오늘의 노력이 얼마 가지 않아 지속가능하지 않게 되리라는 것을, 그럼에도 별일 없는 것처럼 자동차 지배가 이어지고 있는 오늘의 교통 상황을 가만히 보고 있을 수 없어 노년 내과의사로 근무중인 정희원과 함께 이 문제들을 이야기 한다.  
 
2020년 기준으로 전 세계 수송 부문 온실가스 배출 비중은 약 16%다.
이 중에서 12%가 도로 교통에서 나온다.
 현재 이를 줄이기 위한 노력으로 가장 각광 받고 있는 것이 전기차다.
그러나 이것도 옛말이 되어 버렸다.
1980년대 부터 급증해 버린 SUV는 세단형 자동차 보다 25%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전기차 시장에도 SUV 바람이 불었다. 대형화된 SUV의 배터리가 갈수록 커지면서 온실가스 배출에 도움을 주지는 못하는 실정이다. 
 
이 책은 자동차 이야기를 하고 전기차 이야기를 하고 대중 교통 이야기를 하고 걷는 이야기도 한다.
모두가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고민이다. 
 
책에서 차량 구입에 필요한 취득권리증의 가격이 1억에서 1억5천만 원인 싱가포르의 정책을 살펴보았다.
작년에 중국 선전시에 갔을 때 대중 교통의 90% 이상이 전기차로 전환된 선전시의 도심에서 공기가 참 깨끗하다는 것을 실감했다.
선전시는 전기차가 아닌 일반 휘발유 차를 등록하려면 굉장히 까다로운 절차 뿐 만 아니라 등록도 잘 안 해준다는고 했다.
그들은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 한 발 앞서가고 있었다.
사회주의 국가의 어느 면이 한편으론 꽤 괜찮은 정책을 일구어낸다는 생각을 잠시 했었다. 
 
책을 통해 싱가포르의 자동차 정책을 알게 되니 이제 우리나라도 심각하게 이 부분을 고민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싱가포르는 차량 구입비 보다 차량 취득 관리 비용이 더 들어간다.
10년 단위로 차량 소유주는 차량 등록 관리비로 나라에 1억~1억 5만천을 납부하여야 한다.
이와 같은 강력한 억제 정책으로 인구 천 명당 자동차 등록대 수가 2022년 기준 한국은 487대, 싱가코르는 98대다.
그러나 차가 없어도 불편하지 않은 환경이니깐 가능한 정책이다.
싱가포르는 걷기 좋은 환경을 만들고 대중교통에 막대한 돈을 투자해 자국 내에서는 어디든 대중교통으로 한 시간 안에 도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여기에는 자국인의 건강 개선을 위해 더 많은 신체 활동을 유도하는 다각적인 정책적 노력의 일환도 숨어있다.
우리나라의 현실과는 참 거리가 멀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부러운 것은 사실이다.

돌이켜보면 나 또한 자동차 없이는 하루의 일정을 소화하기 힘들다.
자동차가 지배하는 시대를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그러는 사이 지구는 불 타고 있다. 
내 집이 불 타고 있는 데 그 불에 기름을 붓는 것을 자랑하고 부유함을 과시하는 풍토가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다.

"똥차 타고 왔다가 벤츠 타고 갑니다" 라는 말이 그냥 생긴 말이 아니다.
현대인의 허구성을 가장 보편적으로 보여주는 말인 것 같아 씁쓸하다.

여름이 다가온다.
올 여름도 지구는 활활 불타고 있을 것이다.
벌써 여름이란 단어만 떠올려도 괴로운 것은 사실이지만
나 조차도 이러한 현실 탈환을 별로 심각하게 고민하지 못했다.

이동을 어떻게 하느냐는 삶의 질을 결정한다.
하루 중 일하는 시간과 수면 시간을 빼면 우리 일상에서 이동 시간이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히 높다.

작은 점처럼 보이는 지구를 바라보며 기후 변화로 지구가 멸망하는 시점을 미루는 데 기여하고 싶었다는 노년내과 의사이자 이 책의 저자 정희원은 우리가 아는 유일한 고향인 지구를 소중하게 다루고 서로를 따뜻하게 대해야 한다고 책의 결말에 이야기 한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왜! 우리는 매일 거대 도시로 향하는가? 하는 질문에 다시 선다.
이야기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책을 통해 내가 실천해야 할 방법이라도 모색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
그나마 얼마나 다행인지!

불타는 여름이 벌써 눈 앞에 보인다.
개인적으로 지금은 계절을 지나가는 지독한 감기를 앓는 중이다.

왜 우리는 매일 거대도시로 향하는가

전현우 외 1명 지음
김영사 펴냄

3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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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정보

세계 유수의 문학상을 수상하였으며, 18개 언어로 번역 출간된 데이비드 밴의 장편소설. 1978년 가을, 열한 살 소년은 할아버지와 아버지, 아버지의 친구와 함께 매년 치르는 의식과도 같은 사슴사냥을 떠난다. 고트 마운틴, 그 태고의 세계와도 같은 공간으로.

인류가 태어나기 훨씬 이전, 데본기의 고비식물들이 자라고, 끊임없는 지각활동으로 지각판이 뒤틀려 맨틀 저 아래의 바위들이 지상 위로 드러나 있는 곳, 땅속 깊은 곳에서부터 솟아올라온 샘물이 끊이지 않는 곳. 수백 년의 시간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소나무 빅버사가 자라는 곳. 태초의 시간이 흐르는 동시에 멈추어 있는 곳. 어둠과 빛이 공존하는 곳. 그리고, 사냥(killing)이 허용되는 원시의 공간.

사냥, 그것은 열한 살의 '나'에게 매혹적인 어른의 세계이다. 라이플, 그 쇠와 나무의 감촉, 어린 몸이 반동에 튕겨져나가도록 방아쇠를 당기는 순간의, 허락된 살인이 주는 쾌감. 그러나 사슴 사냥으로 '어른'이 된 '나'는 또 한번의 살인(killing)의 과정을 통해 '인간'이 된다.

전작 <자살의 전설>에서 아버지를 비롯한 가족관계에서 시작된 인간의 문제와 상처를 다루었던 작가는, <고트 마운틴>에서 문명과 질서의 내부에서, 그리고 그 밖에서 바라보는 인류/인간의 본질과 실존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투쟁한다. 원시의 공간과도 같은 고트 마운틴 안에서 벌어지는 단 이틀간의 이야기이다.

출판사 책 소개

세계 유수의 문학상 15개 수상, 18개 언어로 번역 출간!
헤밍웨이와 코맥 매카시의 계보를 잇는,
미국 현대문학의 젊은 거장 데이비드 밴 최고의 소설

“우리는 언제나 무언가를 죽이고 있다.
이 세상에 온 것도 어쩌면 그래서일지도.”

열한 살 소년이 맞닥뜨린 태초 이전의 세계, 고트 마운틴


이곳은 여느 사냥터와 다르다. 우리가 어김없이 돌아오는 곳, 몇 세대를 거쳐 돌아온 곳. 우리 자신이 소유하고 우리가 속해 있으며 우리의 역사가 담긴 곳. 그 옛날 이곳을 찾았던 모든 사람들, 지금까지 일어난 모든 일들, 그 모두를 이번 사냥에서 다시 얘기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사슴을 찾아낸다면, 처음으로 내 이야기가 더해지겠지._19~20쪽

1978년 가을, 열한 살 소년은 할아버지와 아버지, 아버지의 친구와 함께 매년 치르는 의식과도 같은 사슴사냥을 떠난다. 고트 마운틴, 그 태고의 세계와도 같은 공간으로. 첫 작품 『자살의 전설』에서 이미 보여주었듯이, 작가에게 풍경/자연은 배경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비극은 자연에 대한 묘사를 통해서 보여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미국 문학의 전통을 봤을 때, 윌리엄 포크너나 애니 프루, 메릴린 로빈슨, 코맥 매카시처럼 말이다. 인물의 내면을 외부의 풍경으로 보여준다. 그래서 우리가 숲이나 물가를 묘사할 때 주인공의 마음 상태를 알게 되는 것이다. 그것은 거짓이 아니고 사실 예술조차 아니다. 우리를 둘러싼 자연이 원래 그러한 방식일 뿐이니까. 자연에는 그 어떤 가치판단이나 호오, 선악도 없다. 하지만 우리는 거기에 의미를 부여한다. 우리는 숲이나 강을 완전히 중립적으로 바라볼 수 없다. 우리의 마음이 끼어들어 원래 거기 없던 것을 읽기 때문이다. 그러니 자연환경을 묘사하는 것으로 당연하게도 주인공의 마음이 드러나게 될 수밖에 없다. 세상에 픽션이란 없다. 무엇이든, 우리 무의식의 구조물이다._데이비드 밴, 2014, 「씨네21」

이러한 작가에게 ‘고트 마운틴’은 공간 그 자체가 이미 작품의 가장 중요한 주인공이다.

이상향 그 자체였다. 서늘한 그늘과 산들바람, 빛, 개울과 솔잎 소리, 송진과 잔디와 고비 냄새, 역사, 드디어 도착했다는 안도감과 소속감. 이곳은 내게 최고의 여행지였다. 다시 이곳에 돌아왔음을 깨닫는 순간 그 사이의 시간들은 모두 무너져내렸다._49쪽

모든 사물은 동시에 어둠에서 나왔다. 어쩌면 세상도 이런 식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닐까. 땅이 혼돈하고 공허하며 흑암이 깊음 위에 있고 하나님의 영은 수면 위에 운행하시니라. 세상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빛이 있기 전에. 물질의 부재가 아닌 반물질(反物質), 비어 있음으로 보여주는 것, 우리를 형성하는 최초의 인력._83쪽

인류가 태어나기 훨씬 이전, 데본기의 고비식물들이 자라고, 끊임없는 지각활동으로 지각판이 뒤틀려 맨틀 저 아래의 바위들이 지상 위로 드러나 있는 곳, 땅속 깊은 곳에서부터 솟아올라온 샘물이 끊이지 않는 곳. 수백 년의 시간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소나무 빅버사가 자라는 곳. 태초의 시간이 흐르는 동시에 멈추어 있는 곳. 어둠과 빛이 공존하는 곳. 그리고, 사냥(killing)이 허용되는 원시의 공간.

세 번의 Killing, 그리고 소년은 어른이 된다

나는 심장에 이를 박아넣었다. (...) 나는 나이프를 놓고 두 손으로 심장을 잡았다. 그렇게 나는 다시 짐승이 되었다. 두 눈을 감고 턱을 움직이자, 입속에 피와 살의 맛이 전해졌다.
이제 넌 어른이다. 할아버지가 말했다.
이제 넌 어른이다. 아버지가 말했다.
나는 심장을 놓고 옆으로 물러나 한참을 씹은 다음에야 삼켰다. 드디어 내 인생이 시작하는 기분이었다. 열한 살. 나는 온몸이 피 투성이가 되어서야 비로소 어른이 되었다._192쪽

이제 나는 어른이다. 제물을 바치고 의식도 치렀다. 아니, 그 이상이었다. 모든 것이 완벽했다. 언덕은 물론 저 하늘까지 모두 내가 주인이었다. 세상이 온통 내 손아귀 안에 있었다. 그날 밤은 내 것이었다._195~196쪽

사냥, 그것은 열한 살의 ‘나’에게 매혹적인 어른의 세계이다. 라이플, 그 쇠와 나무의 감촉, 어린 몸이 반동에 튕겨져나가도록 방아쇠를 당기는 순간의, 허락된 살인이 주는 쾌감. 그러나……

우리는 무언가를 죽이기 위해 이 세상에 나왔다. 의심의 여지없는 진리. 그것은 가족의 법칙이자 세상의 법칙이었다. (……) 하지만 나는 그전과 달랐다. 그 순간 이후 살상은 늘 내게 너무 가혹했다. 그것은 언제나 강요에 따라 일어났다. 내가 원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렇게, 나는 인간이 되었다. 피할 수도 있었던 살상을 하고, 원하지 않으면서도 나는 무언가를 죽였다._184~185쪽

사슴 사냥으로 ‘어른’이 된 ‘나’는 또 한번의 살인/killing의 과정을 통해 ‘인간’이 된다. 남자들의 세계에서 어른이 된다는 것, 그리고 현대세계에서 ‘인간’이 된다는 것은 무엇인가. 이제, 투쟁은 다시 시작되었다. 인류 이전의 인간(신/악마)과도 같은 할아버지, 이성적이고 도덕적이고 합리적인 아버지 사이에서, 선과 악의 중간에서, 종교와 도덕, 문명과 문명 이전, 역사와 역사 이전의 세계, 자연과 그 이전 태초의 세계 사이에서, ‘나’는, 우리는, 끊임없이 투쟁한다. 예수 이전의 세계, 구약의 세계, 태초의 이야기가 있던 세계, 아담과 이브가 선악과를 따먹기 전과 후, 카인이 아벨을 돌로 내리치기 전과 후, 순간과 영원, 현재의 삶과 기존의 가치와, 그 모든 ‘사이’에서.

삶과 죽음, 신과 도덕, 인간의 근원과 자연, 문명과 문명 이전의 역사에 맞서 싸우는 투쟁의 기록

전작 『자살의 전설』에서 아버지를 비롯한 가족관계에서 시작된 인간의 문제와 상처를 다루었던 작가는, 『고트 마운틴』에서 문명과 질서의 내부에서, 그리고 그 밖에서 바라보는 인류/인간의 본질과 실존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투쟁한다. 원시의 공간과도 같은 고트 마운틴 안에서 벌어지는 단 이틀간의 이야기에서, 우리는 단 한순간도 눈을 뗄 수가 없다. 조준경의 십자선에 목표물을 맞추고 숨을 죽여 사냥감의 움직임을 쫓아가듯, 활시위처럼 팽팽하게 당겨진 긴장감은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길 때까지 늦출 수가 없다.
삶의 근원으로서의 죽음, 실존에 대한 기존의 문제인식과 이에 대한 끊임없는 투쟁, 예기치 못한 사고로 인한 인물간의 갈등은 고트 마운틴의 풍경들, 그곳에서 자라는 나무와 풀들의 모양, 물줄기의 흐름, 계곡의 모양과 깊이, 바위의 모양과 습곡의 형태 등 자연의 묘사와 한 덩어리로 움직여, 소설 속 어떤 요소 하나도 빼놓을 수가 없이 유기적으로 움직인다.
소설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나면 그 안에 있었을 때는 잘 몰랐던 고트 마운틴의 풍경이 다시 한번 눈앞에 그려진다. 그리고 ‘우리’의 태초가 있었던 그곳에서, 질문은 다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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