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 그만두기

린 섀프턴 지음 | 위고 펴냄

수영 그만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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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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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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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마치 바느질처럼 정해진 속도로 흘러가지만 그 밀도는 같지 않아서, 어떤 시간은 애초에 내 것이 아니었던 듯 날아가버리는가 하면 어떤 시간은 깊은 고랑을 만들어 이후의 삶에서도 자꾸만 되돌아보게 만든다. 빛나는 색채와 표현력으로 주목받는 예술가 린 섀프턴에게도 그런 시간이 있었다. 올림픽 출전을 목표로 고독하게 단련하던 수영 선수 시절이다. 섀프턴의 수영 커리어는 겉보기엔 십대에 막을 내렸지만, 생의 다른 모든 시간을 압도할 만큼 빼곡했던 그 장면들은 세월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그의 앞에 섬광처럼 나타나고 사라진다.

『타임』 선정 100대 일러스트레이터인 린 섀프턴이 삶의 한 토막을 뚝 떼어내 쓴 책 『수영 그만두기』는 출간 직후 큰 주목을 받았다. “씁쓸하면서도 아름다운 과거의 한 부분을 마치 병 속에 가둬놓은 향기처럼 완전하게 담아”냈다는 평, “점묘화처럼 섬세하고 조용히 깊은 울림을 주는”, “인간의 불완전함과 성공에 얽힌 부끄럽고도 말하지 못했던 불안에 대한 다정하고 아름다운 명상록”이라는 추천사들은 상징적이고 시적인 린 섀프턴의 글이 수영이라는 영역에 대한 개인의 감정을 넘어 삶에 관한 철학적 질문을 던지고 있음을 짐작케 한다.

그의 글은 순간순간 인내와 사랑, 삶에 대한 통찰로 번져나가며 쉽사리 눈을 뗄 수 없는 고유한 분위기를 풍긴다. 추천의 글을 쓴 소설가 이주혜의 말처럼 “작가가 소환해낸 물의 기억이 […] 우리 저마다의 기억을 불러와 그 경계가 무의미해지는 순간”, 이 책은 읽는 이의 마음에도 오래 지워지지 않을 물자국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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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다른 이들의 불운을 열거해야만 자신의 행운을 확인할 수 있다는 건 아닙니다. 그 친구들은 나름대로의 삶을 찾았고, 펜션을 운영하거나 9급 공무원으로 살아가는 것이 저보다는 휠씬 안정적 일겁니다. 다만 제가 말씀드리고 싶었던 건 갈채를 받으며 무대에서 퇴장할 수 있는 인원은 한정되어 있고, 저는 그중 하나가 아니었을 뿐이라는 현실입니다. 철저한 배경으로서만 존재하다가 소실점 너머로 사라진 다른 수많은 이들과 마찬가지로요.




오래된 단도라든지 수도원의 필사본이라든지 그시대에밖에 볼 수 없었던 중세의 물건 같 은걸 하나 지니고 있을 걸 그랬나. 그래봤자 어떤 고고학자의 유물을 훔쳤다는 오해나 사겠지. 지금 상용하지 않는 먼 옛날의 언어는 혀뿌리에서 녹아 잊힌 지 오래다. 그러나 자기가 지금 여기 존재한 다는 것에 어떤 논거가 붙을 수 있다는 말인가? 세상 어느 저울로도 달아볼 수 없는 무한한 공허와 고독을, 무슨 수로 증명한다는 것인가?




"사라질 거니까, 닳아 없어지고 죽어가는 것을 아니까 지금이 아니면 안 돼."




그것은 기억하기로 그들이 세상에 와서 처음으로 지은 구두였을 것이며, 안은 숙명이나 법칙과 무관하고 부나 명예나 아름다움에의 탐닉이 아닌, 다만 누군가의 미소와 누군가의 평화를 위해 구두를 지은 것이 그들의 시작이었음을 잊지 않았다.
그로부터 수많은 세월의 켜가 쌓이고 가난한 구두장이 부부의 작업대에 매일 밤 한 컬레 두 켤레 네 컬레의 구두를 올려놓으며 여덟 컬레에 이른 어느 날 새벽, 부부가 준비한 답례품을 입고 신은뒤 사람의 몸을 갖게 되고 나서도 그들은 최초의 구두를 오랫동안 떠올리곤 했다. 그들이 이 같은 불완전한 몸, 신이 배열하고 조율한 자연의 순 리에 어긋나는 육신을 입게 된 것이 오랜 노동 끝의 선물인지 저주인지, 이 몸의 의미가 어디있는 지는 알 수없으나 굳이 알지 않아도 될 것이었다. 최초의 마음을 윗지 않는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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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마치 바느질처럼 정해진 속도로 흘러가지만 그 밀도는 같지 않아서, 어떤 시간은 애초에 내 것이 아니었던 듯 날아가버리는가 하면 어떤 시간은 깊은 고랑을 만들어 이후의 삶에서도 자꾸만 되돌아보게 만든다. 빛나는 색채와 표현력으로 주목받는 예술가 린 섀프턴에게도 그런 시간이 있었다. 올림픽 출전을 목표로 고독하게 단련하던 수영 선수 시절이다. 섀프턴의 수영 커리어는 겉보기엔 십대에 막을 내렸지만, 생의 다른 모든 시간을 압도할 만큼 빼곡했던 그 장면들은 세월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그의 앞에 섬광처럼 나타나고 사라진다.

『타임』 선정 100대 일러스트레이터인 린 섀프턴이 삶의 한 토막을 뚝 떼어내 쓴 책 『수영 그만두기』는 출간 직후 큰 주목을 받았다. “씁쓸하면서도 아름다운 과거의 한 부분을 마치 병 속에 가둬놓은 향기처럼 완전하게 담아”냈다는 평, “점묘화처럼 섬세하고 조용히 깊은 울림을 주는”, “인간의 불완전함과 성공에 얽힌 부끄럽고도 말하지 못했던 불안에 대한 다정하고 아름다운 명상록”이라는 추천사들은 상징적이고 시적인 린 섀프턴의 글이 수영이라는 영역에 대한 개인의 감정을 넘어 삶에 관한 철학적 질문을 던지고 있음을 짐작케 한다.

그의 글은 순간순간 인내와 사랑, 삶에 대한 통찰로 번져나가며 쉽사리 눈을 뗄 수 없는 고유한 분위기를 풍긴다. 추천의 글을 쓴 소설가 이주혜의 말처럼 “작가가 소환해낸 물의 기억이 […] 우리 저마다의 기억을 불러와 그 경계가 무의미해지는 순간”, 이 책은 읽는 이의 마음에도 오래 지워지지 않을 물자국을 남긴다.

출판사 책 소개

◆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 옵저버 선정 올해의 책

소설가 이주혜 추천
“섀프턴의 기억술(memoir)은 기억이 애도가 되고
애도가 새로운 현재를 구성한다는
더없이 산뜻하고 조금은 서글픈 증거다”


과거의 내가 지금의 나를 어떻게 따라다니는지,
그리고 현재 속에 어떻게 살아 있는지 응시한
내밀하고 선연한 단상들


시간은 마치 바느질처럼 정해진 속도로 흘러가지만 그 밀도는 같지 않아서, 어떤 시간은 애초에 내 것이 아니었던 듯 날아가버리는가 하면 어떤 시간은 깊은 고랑을 만들어 이후의 삶에서도 자꾸만 되돌아보게 만든다. 빛나는 색채와 표현력으로 주목받는 예술가 린 섀프턴에게도 그런 시간이 있었다. 올림픽 출전을 목표로 고독하게 단련하던 수영 선수 시절이다. 섀프턴의 수영 커리어는 겉보기엔 십대에 막을 내렸지만, 생의 다른 모든 시간을 압도할 만큼 빼곡했던 그 장면들은 세월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그의 앞에 섬광처럼 나타나고 사라진다. 『타임』 선정 100대 일러스트레이터인 린 섀프턴이 삶의 한 토막을 뚝 떼어내 쓴 책 『수영 그만두기』는 출간 직후 큰 주목을 받았다. “씁쓸하면서도 아름다운 과거의 한 부분을 마치 병 속에 가둬놓은 향기처럼 완전하게 담아”냈다는 평, “점묘화처럼 섬세하고 조용히 깊은 울림을 주는”, “인간의 불완전함과 성공에 얽힌 부끄럽고도 말하지 못했던 불안에 대한 다정하고 아름다운 명상록”이라는 추천사들은 상징적이고 시적인 린 섀프턴의 글이 수영이라는 영역에 대한 개인의 감정을 넘어 삶에 관한 철학적 질문을 던지고 있음을 짐작케 한다. 그의 글은 순간순간 인내와 사랑, 삶에 대한 통찰로 번져나가며 쉽사리 눈을 뗄 수 없는 고유한 분위기를 풍긴다. 추천의 글을 쓴 소설가 이주혜의 말처럼 “작가가 소환해낸 물의 기억이 […] 우리 저마다의 기억을 불러와 그 경계가 무의미해지는 순간”, 이 책은 읽는 이의 마음에도 오래 지워지지 않을 물자국을 남긴다.

“그만두는 건 쉬웠어”
한때 삶의 전부였던 것과 이별하는 법
미처 닫지 못한 시간에 건네는 고요한 인사


이제는 예술가로 널리 각인되었기에, 수영 선수였던 섀프턴의 과거는 ‘올림픽 대표팀 선발전에 나갈 정도였다’는 약간의 놀라움과 흥미가 섞인 명쾌한 문장으로 설명되곤 한다. 그러나 그 안에 담긴 서사는 그렇게 간단히 정의되지 않는다.
새벽마다 살을 에는 추위를 뚫고 물속으로 뛰어들던 시간이 있었다. 식단을 치밀하게 조절하고, 시간을 10분의 1초, 100분의 1초 단위로 나누어가며 묵묵히 그날치의 훈련을 해내던 날이, 뜻대로 되지 않아 새어나오는 좌절감을 겨우 틀어막던 날이 있었다. 뒤에서 무섭게 따라잡는 옆 레인 팀원을 볼 때의 철렁함, 바깥 레인으로 한 칸씩 밀려날 때의 두려움, 미친 듯이 저어대던 팔다리가 나가떨어져 더는 속도가 나지 않을 때의 울컥함이 있었다. 어느 날 물속을 나아가다 문득 올림픽에 나갈 수 없겠다고 깨달았을 때, 모든 감정이 스르르 빠져나가고 비어버린 마음 한쪽은 무엇으로도 쉽게 채울 수 없음이 당연했다.
그에게 수영은 “맑고 잔잔한 물속 깊은 곳에 놓인 조개껍데기”와 같았다. 저 앞에 선명히 보이지만, 잡으려고 손을 뻗으면 물결에 굴절되어 흐려지는 것. 정말 잘하고 싶었고, 끝내 포기하고 싶지 않았던 무언가를 놓아주는 일을 십대에 이미 겪어낸 사람의 삶은 어떻게 달라질까. 남들보다 스스로의 감정과 세상을 더 깊이 들여다볼 수 있게 될까, 아니면 다시는 그 깊은 감정에 잠기지 않으려고 얕은 층위에 머무를까. 섀프턴은 전자였다. 수영을 그만둔 뒤에도 미처 끝을 맺지 못한 감정은 예술로 뻗어나가 독특하고 아름다운 작품 세계를 형성했다.

“분명한 것은 모든 시간의 토막이 지금의 우리를 형성한다는 것”
묵묵한 자기 단련이 데려다준 삶의 다음 층위


수영하던 시절 섀프턴의 곁에는 늘 시계가 있었다. 시계와의 경주에서 이기는 법은 그저 이를 악물고 나아가는 것이다. 가시지 않는 통증, 지겨움과 씨름하는 동안에도 시계는 제 속도로 무심히 째깍거리고, 근육은 활활 타는 종이처럼 뜨겁고 아프게 구부러진다. 그런 한편 물은 지상에서 따라다니던 만성적 고통이 잦아드는 유일한 공간이자, 따라가고 되짚을 수 있는 완벽함이 존재하는 곳이었다. 섀프턴은 그 어디보다도 물속에서 몸을 가장 선연하게 느낀다.
수영을 그만둔 뒤 삶은 막연하고 막막하기만 했다. 네 벽과 바닥이 없고, 방향도 레일도 없는 물 밖 세상에 덩그러니 놓인 그에게 새로 주어진 과제는 하나였다. “내가 잘하지만 더는 쓸 일이 없는 무언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 알아내기.” 섀프턴은 답을 찾는다. 익숙한 수평의 자세를 떠나 수직으로 땅에 선 그를 지탱해준 것은 수영에서 배운 반복과 단련의 습관이었다. 수영장을 100바퀴 돌듯 100장의 드로잉을 그리는 동안 자기 단련의 힘은 무섭게 속도가 붙어, 저도 모르는 사이에 섀프턴을 더 높은 층위로 끌어올린다.
수영에서 번져간 그의 작품들은 물을 머금은 듯 푸르게 빛난다. 글로 다 담아내지 못한 감정은 그림으로 얽혀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묘한 여운을 남긴다. 물 내음, 훈련하던 팀원들의 체취가 묻어나는 듯한 묘사들, 한 단락만 읽어도 곧바로 지난 시절이 밀려오는 듯한 섀프턴의 서술적 성취를 소설가 이주혜는 이렇게 설명한다.

평생 물에 이끌려 산 사람이 자신이 경험한 물에 대해 말할 때 느낄 수밖에 없는 완벽하게 해내고 싶은 열망과 성에 차지 않는 언어의 갈급함이 페이지마다 가득하다. 결국 작가는 공감각의 파도처럼 몰려왔을 기억을 포착하기 위해 이미지로 곧장 환원되는 표현적 문장을 쓰고 긴 묘사를 대신하는 이미지를 한데 엮어 전달한다. 덕분에 우리는 텍스트에서 선명한 푸른 물을 차갑게 감각하고 얼룩 같은 색채에서 수영장의 염소 냄새와 양털 장갑, 말라붙은 케첩 냄새를 맡는다.

“수영은 내 몸을 떠난 젊음 그 자체이지만,
나는 빠르게 지금의 몸을 살아가고 있다”
인내와 지속, 사랑을 멈추지 않는 법에 관하여


지금도 섀프턴은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면 “오르기 시작하려면 무시해야 하는 잿빛 시시포스의 언덕”을 떠올린다. 수영에서 배운 것은 단지 기술이 아니라, 그런 언덕을 묵묵히 올라가는 인내와 반복의 태도였다. 그것은 수영 이후의 삶으로 고스란히 넘어온다.
이 책에서 섀프턴은 소설과 영화, 예술작품 등을 가져와 삶을 살아내는 데 필요한 집중력과 인내를 빗댄다. 그중에서도 피터 벤츨리의 『죠스』는 그에게 특별한 상징으로 남아 있다. 스필버그의 영화 <죠스>가 인간과 괴물의 극적인 대결을 그렸다면, 원작 소설 속 상어는 불륜, 탐욕, 강박, 폭력 같은 인간 내면의 충동을 은유하는 존재다. 상어는 평온한 일상을 습격해 우리가 애써 지키고자 하는 것을 흔들고 유혹한다. 예술가이자 무언가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섀프턴 역시 그 유혹들을 마주한다. 창작을 멈추고 싶어지는 순간들, 관계에서 도망치고 싶은 감정을 애써 누르며 섀프턴은 마음을 유지하는 일에 대해 생각한다. 그는 비로소 깨닫는다. 수영을 사랑했던 방식으로, 온몸을 던져 반복하고 인내하며 사랑을 지키는 법을. 이제 섀프턴의 삶에서 수영은 점점 과거의 물웅덩이로 멀어지지만 그 안에서 익힌 사랑하고 인내하는 기억은 예술과 삶을 살아가는 그의 방식에 지금도 깊이 새겨져 있다.

수영을 사랑하는 것은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과 비슷하다. 키스가 일어나는 방식처럼, 중력처럼 자연스러운 일. 타협과 희생, 이별도 찾아온다. 마음은 그저 몇 번의 아쉬움 그 이상인 고통을 겪을 수 있고, 타이밍이 맞지 않을 수도 있다. 다른 사람들이 우리를 제치고 갈 수도 있고, 불안해서 미칠 것 같을 수도 있고, 질 수도 이길 수도 있다. […] 왜 수영을 그만두었을까, 왜 토론토를, 캐나다를 떠났을까 생각해본다. 두 개의 면, 두 개의 삶이 있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선연하게 느낀다. 운동선수와 보통의 성인이라는 분류 말고, 몸의 삶과 마음의 삶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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