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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전, 바그다드에는 ‘지혜의 집’이라 불린 거대한 도서관이 있었다.이곳에는 각지의 학자와 번역가들이 모여 고대 그리스·페르시아·인도의 지식을 아랍어로 옮기고, 새로운 연구와 토론을 이어가며 세계 지성의 중심지로 자리했다.

『지혜의 집』은 이슬람 황금기의 융성과 지식의 교류, 그리고 그 안에서 피어난 배움의 의미를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춰 담아낸 그림책이다. 단순한 기록을 넘어, 서로 다른 문화와 언어가 만나 인류 문명을 앞으로 이끌어 간 과정을 아름답게 보여준다.

책 속 장면은 블랙과 그린의 깊은 색채 속에 펼쳐진다. 학자들이 모여 토론하던 평화로운 풍경부터, 책들이 강물에 던져져 물빛이 검게 물드는 비극적인 순간까지. 한 장 한 장은 지식의 소중함을 시적으로 담아내며 오랫동안 기억에 남다.

2025년 볼로냐 라가치상(Bologna Ragazzi Award) 픽션 부문 대상을 받은 이 책은, 문화 간 교류와 지혜의 전승을 시각적으로 재현한 탁월한 기획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특히 일러스트레이터 마지드 자케리(Majid Zakeri)는 전통 이슬람 예술의 기하학적 패턴과 섬세한 장식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되살려내며, 전통적 아름다움과 현대적 서사의 조화를 완성했다. 그 결과 심사위원들은 이 작품을 “국경을 넘어 어린이와 어른 모두에게 깊은 울림을 전하는 책”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