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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꺼운 책
출간일
2025.9.9
페이지
524쪽
상세 정보
2022년 만장일치로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대상을 수상한 김준녕이 여름의 끝자락에 호러 소설로 돌아왔다. 『제』는 인류의 보폭이 넓어지고 세계가 하나로 연결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지금, 여전히 사람과 사람 사이에 세워진 벽을 향해 정면으로 돌진하는 소설이다. 텍스티는 우리 모두가 목격했지만 너무 쉽게 잊곤 하는 여러 사회적 문제를 가장 가까이에서, 더욱 자세히 바라보기 위해 사이드미러 프로젝트를 기획했고 그 두 번째 작품을 통해 ‘다문화 혐오’에 관한 화두를 독자들에게 제시하고자 한다. ‘우리’라는 말이 연대의 표식이 아니라 사람을 나누는 얼어붙은 벽이 되지 않도록, ‘우리’는 함께 노력해야 한다.
상세정보
2022년 만장일치로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대상을 수상한 김준녕이 여름의 끝자락에 호러 소설로 돌아왔다. 『제』는 인류의 보폭이 넓어지고 세계가 하나로 연결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지금, 여전히 사람과 사람 사이에 세워진 벽을 향해 정면으로 돌진하는 소설이다. 텍스티는 우리 모두가 목격했지만 너무 쉽게 잊곤 하는 여러 사회적 문제를 가장 가까이에서, 더욱 자세히 바라보기 위해 사이드미러 프로젝트를 기획했고 그 두 번째 작품을 통해 ‘다문화 혐오’에 관한 화두를 독자들에게 제시하고자 한다. ‘우리’라는 말이 연대의 표식이 아니라 사람을 나누는 얼어붙은 벽이 되지 않도록, ‘우리’는 함께 노력해야 한다.
출판사 책 소개
한국과학문학상 대상 만장일치 수상 작가 김준녕 신작
여름의 끝에서 당신이 마주할 가장 서늘한 감각
2022년,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대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데뷔한 김준녕은 데뷔 이후 장르의 경계를 넘나들며 꾸준히 자신의 작가적 역량을 증명해 왔다. 압도적인 서사. 그 속에 담긴 인간과 비(非)인간, 신과 믿음, 언어와 국가 그리고 사랑에 관한 거대한 담론. 거기에 더해진 특유의 묵직한 유머까지. 그의 작품을 좇아 읽어 온 독자들에게 ‘김준녕’이라는 이름은 이제 ‘신뢰할 수 있는 서사’의 동의어와 다름없을 것이다. 그런 그가 2025년 여름의 끝자락에 텍스티의 사이드미러 시리즈 두 번째 작품, [다문화 혐오]를 정면으로 다룬 호러 소설 『제』로 돌아왔다.
『제』는 세계가 하나로 연결되어 가는 지금, 상대적 소수 인종의 시선으로 ‘우리’라는 단어가 가진 역설적인 폭력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나아가 거기서 그치지 않고 인종으로는 묶어 설명할 수 없는, 말하자면 ‘나와 너’가 끝내 ‘우리’가 될 수 없도록 하는 사회 계급 구조의 폐부를 찌른다. 같은 것을 보고, 같은 것을 믿고, 같은 감각을 공유한다고 생각했던 누군가가 한순간에 낯설어지는 순간. 『제』는 세상에 존재하는 어떤 불가사의한 현상도 그 순간의 서늘함을 넘어설 수 없다는 것을, 이야기가 전개되는 내내 증명한다.
“널 처음 만났을 때를 기억해.”
피와 색이 아닌 혼을 공유하며
서로를 구원하고자 했던 두 소년의 이야기
드넓은 옥수수밭이 펼쳐진 엔젤타운은 교회를 중심으로 커뮤니티가 형성된 미국 중부의 작은 마을이다. 1979년, 그곳의 가장 크고 가장 비싼 저택으로 한국계 가족이 이사해 온다. 거대한 농장을 운영하는 부부와 그들의 아들 ‘한’이다. 그들은 동양인을 향한 마을 사람들의 적대적인 혐오를 부와 권력으로 가리고 마을의 유지로 자리 잡는다. 그리고 같은 해, 그들의 저택과 마당을 공유하는 다 쓰러져 가는 집으로 한인 가족이 이주해 온다. ‘정’과 ‘희’ 그리고 아들 ‘준’은 어눌한 영어를 쓰며 항상 지독한 마늘 냄새를 풍겨 마을 사람들의 희롱과 차별에 시달린다. 두 가족은 같은 인종으로 묶일 때도 있지만 사회적으로는 정반대의 처지에 놓여 있다. 때문에 엔젤타운의 주민들은 ‘한’의 가족에게는 드러내지 못했던 혐오와 폭력성을 ‘준’의 가족에게 드러낸다. 한편, ‘준’의 등장 이후 ‘한’에게는 전에 없던 이상한 현상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한’은 자꾸만 준의 시선과 감각으로 세상을 보고 느끼게 되는 자신을 이해할 수 없었다. 적절한 거리를 두며 지내던 어느 날, ‘한’은 그것이 ‘빙의’라는 현상이며 ‘준’의 집안이 대대로 한국의 샤먼인 ‘무당’ 일을 해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때부터 두 소년은 철저한 계약에 의해 피해와 가해를 거래하며 기묘한 우정을 쌓아 나간다. 함께 이 지옥 같은 엔젤타운을 벗어나자고 다짐하며.
“역사는 보지 않고, 듣지 않으면 사라져.”
기록되지 않은 역사를 기억하는 방법
과거와 현재를 잇는 문학이라는 ‘제(祭)’
미국은 오랜 시간에 걸쳐 외부에서 이주해 온 다양한 인종들이 모여 만들어진 국가다. 1600년대부터 시작된 유럽인들의 이주와 골드러시로 촉발된 아시아인들의 이주를 바탕으로 풍부한 재능과 자본을 수용하며 현재는 세계 최강의 국가로 군림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짙은 어둠이 깔려 있다. 『제』에 등장하는, ‘한’의 아버지 밑에서 일하는 중국인 ‘촨’은 ‘한’에게 골드러시 당시 미국으로 이주해 온 중국인 노동자들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링컨에 의해 노예 해방령이 선언된 후 그들은 “미국의 동부와 서부를 잇기 위해” 철도를 까는 작업에 동원됐고, “철도가 완성되자마자” 벌어진 학살로 죽었다. ‘한’은 학교에서도 마을에서도 그런 이야기를 “들어 본 적이 없”다. 그대로 시간이 흐른다면 “누구도 책임지지 않”은 그 학살을 기억하는 이는 한 명도 남지 않을 것이다. 기록되지 않은 역사는 기억될 수 없다. 그리고 기록은 학살을 감행한 사람들에 의해 선별되고 관리된다. 그렇다면 아무도 사라진 자들의 과거를 기억하지 못할 때, 우리는 어떻게 진실을 마주할 수 있을까?
김준녕은 부록에 수록된 대담을 통해 ‘제’라는 의식이 인류 공통의 행위이며 과거와 현재를 잇는 역할을 한다고 말한다. 김봉석 평론가 역시 해설에서 “무당은 죽은 자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자이며, 그렇기에 그들이 “역사의 증인”이라고 쓰기도 했다. 물론 무당이 전하는 죽은 자의 말을 온전히 믿을 수는 없다. 그것은 진실보다는 추측, 확신보다는 가능성의 영역에 머문다. 그럼에도 ‘제’가 그 자체로 무언가를 기억하려는 행위라는 사실이 변하지는 않는다. 실제로 같은 대담에서 김준녕은 과거 미국이 가졌던 이주자에 대한 태도가 현재의 대한민국에서 반복되고 있는 상황을 말한다. 그리고 그것이 『제』를 쓰게 된 이유라고 덧붙인다. 말하자면 문학이라는 ‘제’를 통해 과거를 현재로 가져와 재현하는 의식을 치른 것이다. 작가의 증언을 통해 문학은 그 자체로 ‘제’가 된다. 국가와 문화를 막론하고 벌어지는 인류 공통의 행위이며 소외된 사람들의 과거를 증언하고 현재에 재현한다. 그러니까 이 소설을 읽고 우리가 불편한 마음, 서늘한 감각을 느끼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야말로 성공적인 ‘제’ 의식이 아닐 수 없다.
해설, 대담, 에세이, 칼럼이 곁들여진
[ 다문화 혐오 ]를 바라보는 깊고 다채로운 시선
사이드미러는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정면으로, 다층적으로 조명하는 텍스티의 시리즈로서 소설뿐 아니라 다채로운 시선을 담을 수 있는 지면을 포함한다.
『제』에서는 먼저 김봉석 평론가가 한국과 미국의 역사적 관계에서부터 출발하여 이주자에 대한 혐오가 비단 문화뿐만 아니라 종교와 역사 인식 등 다양한 측면에서 발생함을 설명한다. 그를 통해 다음 세대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는 우리 세대에서 혐오의 역사를 끊어 내야 한다는 것을 서사적으로 풀어낸다. 문화평론가이자 디아스포라문화제 자문위원인 정지은 평론가는 김준녕 작가와의 대담을 통해 작가가 가진 디아스포라적 감수성과 문학이 가장 잘하는 일, 문학의 쓸모에 대해 얘기한다. ‘우리는 어째서 문학을 읽고 쓰는가’라는 질문을 통해 김준녕의 깊은 성찰을 엿볼 수 있다. 작가 에세이에서 김준녕은 개인적 경험을 고백하며 우리가 우리의 이웃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질문한다. 거대한 서사 속에 잠재된 다정한 성찰이 우리가 김준녕이라는 작가를 사랑하는 이유임을 다시금 깨달을 수 있다. 사회학자 노명우의 ‘사이드 뷰’는 노르베르트 엘리아스의 실험을 통해 타인을 향한 ‘공감’이 부재한 사회가 어떤 결말을 맞게 되는지 보여 준다. 우리의 혐오가 어떤 식으로 증오를 생산하는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동시에 서서히 드러나고 있는 우리 사회의 전조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도록 한다.
종합적으로 『제』라는 책은 당신에게 무언가를 바꾸라고, 변화를 맞이하라고 말하지 않는다. 이미 존재하는 표본을 제시하며 담담하고 묵직한 어조로 우리에게 주어질 미래를 예언할 뿐이다. 하지만 책장을 덮을 때쯤 당신은 이미 변해 있을 것이다. 그리고 다시 한번 표지로 돌아가 ‘김준녕’이라는 이름을 기억하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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