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다』의 다섯 작가는 서로 다른 방향에서 질문을 던진다.
김솔은 존재의 근원, 김홍은 언어의 어긋남, 박지영은 사회적 연대, 오한기는 일상의 관계, 윤해서는 삶의 조건을 묻는다.
이 앤솔러지의 힘은 바로 그 차이의 울림에 있다.
각기 다른 질문들이 서로의 메아리가 되어, 결국 하나의 문장으로 수렴한다.
“당신은 지금 무엇을 묻고 있는가?”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허물며,
‘묻는 일’이야말로 인간이 세계를 이해하는 가장 원초적이고 문학적인 방식임을 보여준다.
대답보다 중요한 것은 질문 그 자체다.
1. 〈고도를 묻다〉 – 김솔
『고도를 기다리며』를 새롭게 비튼 작품.
‘고도’라는 부재의 상징을 통해 “왜 우리는 여전히 기다리는가”를 묻는다.
철학적이고 실험적인 문체 속에서, 부재 속의 존재를 사유하게 만든다.
“답이 아닌 질문의 지속 속에서 예술의 숨결을 찾는다.”
읽는 내내 침묵이 이어지는 듯한 느낌.
그 침묵 속에서 ‘존재’가 조금씩 모습을 드러낸다.
끝없이 이어지는 질문 속에서 존재의 의미를 되묻는 철학적 여정이다.
2. 〈드래곤 세탁소〉 – 김홍
사고로 세상을 떠난 친구와의 미완의 대화.
카페가 사라지고 세탁소가 들어선 공간에서,
화자는 사라진 존재에게 계속 말을 건넨다.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이 작품은
“잃어버린 언어의 세탁소”처럼 느껴진다.
“어긋난 세계의 틈에서 웃음으로 진실을 비추는 기묘한 우화.”
상실의 아픔 속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다.
이야기의 온도는 낮지만, 그 안의 마음은 따뜻하다.
3. 〈개와 꿀〉 – 박지영
수경이라는 인물을 통해 ‘듣는 자’와 ‘묻는 자’의 경계를 탐색한다.
“개소리도 달게 만드는 꿀단지”라는 표현은 오래 남는다.
타인의 폭력적인 언어를 삼키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달콤하면서도 쓰디쓴 여운을 남긴다.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를 넘어, 함께 귀 기울이는 연대의 이야기.”
세상의 소음을 달게 삼키는 사람들에게 건네는
조용한 위로 같은 작품이다.
4. 〈방과 후 교실〉 – 오한기
딸의 숙제, ‘공포 동화 쓰기’를 계기로
작가 자신의 부끄러움과 따뜻함을 다시 마주하는 이야기.
일상의 평범한 순간 속에 도사린 불안과 책임, 그리고 사랑.
“딸의 순진한 질문 앞에서 다시 배우는, 글쓰기의 부끄러움과 따뜻함.”
따뜻하면서도 살짝 쓸쓸한 미소가 남는 작품이다.
5. 〈조건〉 – 윤해서
셰프의 기억과 죄의식이 잔잔하게 흘러가는 이야기.
정제된 문장 속에 묻지 못한 마음이 깃들어 있다.
삶의 조건이 바뀔 때마다, 우리는 새로운 질문 앞에 선다.
“끊임없이 바뀌는 삶의 조건 속에서 인간의 가능성을 묻는다.”
시처럼 조용하고, 사유처럼 깊은 여운이 오래 남는다.
읽고 난 뒤, 한동안 아무 말도 할 수 없게 된다.
『묻다』는 질문들의 합창이다.
답을 찾기보다, 묻는 일의 아름다움을 되새기게 하는 책.
다섯 작가의 서로 다른 물음이 겹쳐지며
한 문장이 마음속에 오래 머문다.
“당신은 지금, 무엇을 묻고 있나요?”
“답을 찾기보다, 묻는 일의 이유를 생각하게 하는 문학의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