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한 마리가 술집에 들어왔다

다비드 그로스만 지음 | 문학동네 펴냄

말 한 마리가 술집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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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2018.4.30

페이지

324쪽

이럴 때 추천!

인생이 재미 없을 때 , 일상의 재미를 원할 때 , 힐링이 필요할 때 읽으면 좋아요.

#고통 #맨부커수상작 #스탠드업코미디 #유머 #이스라엘문학 #풍자 #희비극

상세 정보

평생을 고통 속에서 산 사람의 삶이란 어떤 것일까?
삶의 고통을 이야기하는 어느 코미디언의 마지막 공연

2017년 맨부커 인터내셔널상 수상작.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은 영국에서 영어로 번역.출판된 소설에 수여하는 상으로, 2016년에 한국 작가 한강이 <채식주의자>로 이 상을 수상하면서 한국 독자들에게도 잘 알려졌다. 2017년 수상의 영예를 안은 다비드 그로스만은 이스라엘 현대문학의 거장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노벨문학상 후보에도 거론되는, 세계적 명성을 가진 작가다.

1982년 첫 작품 <결투>를 출간한 이래 깊이 있는 지혜와 섬세한 감성, 탁월한 언어 감각으로 소설, 논픽션, 희곡, 아동서 등 다양한 작품을 발표해왔고, 프랑스 문화예술공로훈장, 이탈리아 발룸브로사상, 프랑크푸르트 평화상 등 세계 유수의 상을 수상했다. 또한 그로스만은 이스라엘의 현실을 과감하게 작품으로 옮기며, '글이 세계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작가이자, 이스라엘 정부의 팔레스타인 점령 정책에 끊임없이 의문을 제기하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평화운동가이기도 하다.

<말 한 마리가 술집에 들어왔다>에서 작가는 도발레라는 이름의 스탠드업 코미디언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두 시간 남짓 펼쳐지는 그의 공연을 한 편의 소설로 그려낸다. 공연의 시작과 함께 소설이 시작되고 공연이 끝나며 소설도 마무리되는 것이다.

이처럼 독특하고 참신한 설정 속에서 그로스만은 시시때때로 농담을 섞어가며 도발레라는 한 인간의 평생을 지배한 고통의 근원을 집요하고 철저하게 파고든다. 그리고 이 개인의 비극에 유대인의 고통스러운 역사, 이스라엘 현실에 대한 풍자를 함께 녹여내 삶의 고통과 유머가 공존하는 희비극을 탄생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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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언급한 게시물3

라빈OI님의 프로필 이미지

라빈OI

@58n3d7yafzk2

시작부터 끝까지 한 코미디언의 스탠드업 쇼를 주인공과의 어린시절 인연이 있는 제3자의 눈을 통해 그대로 옮겨놓았다.

책을 덮고나니 한 편의 쇼를 본 느낌이 남는데 이러한 진행 형식은 다소 신선한편이라고 생각된다.

주인공 도발레 G는 스탠드업 쇼를 통해 자신의 어린시절의 불우했던 환경과 그로 인하여 자신의 인생의 기초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영향을 받았는지 코미디 요소를 가미하여 풀어나간다.

전반적으로 음울하고 음산한 분위기가 이어 지는데 본인은 웃을수 없는 사람의 웃기기 위한 노력이 조커나 선물 등의 작품들을 떠올리게도 한다.

일부 부분은 작가의 나라인 이스라엘의 환경 등에 기반한 내용들이 있어 깊은 의미를 이해하기에는 부족한 부분들이 있지만 재미를 반감하기 보다는 오히려 이스라엘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킬 정도이다.

조금은 비관적이지만 자신의 인생을 자전적으로 의미있게 마무리하고픈 한 사람의 의지가 보인다.

말 한 마리가 술집에 들어왔다

다비드 그로스만 지음
문학동네 펴냄

2020년 2월 24일
0
Sunhyun Cho님의 프로필 이미지

Sunhyun Cho

@sunhyunchofs12

죽음을 앞둔 이스라엘 스탠드업 코미디언의 가족에 대한 회상과 자기 고백.
자연스레 동시대의 이스라엘의 아픈 역사와 현재에 대한 풍자가 따라온다.
가족의 역사는 곧 나라의 역사.
이스라엘을 모르니 다가오질 않네.
잘읽히지도 않고..재미도 없고...

말 한 마리가 술집에 들어왔다

다비드 그로스만 지음
문학동네 펴냄

2019년 3월 17일
0
이시현님의 프로필 이미지

이시현

@dtavyczzwcut

  • 이시현님의 말 한 마리가 술집에 들어왔다 게시물 이미지

도발레 G. 그는 40여 년 만에 아비샤이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의 스탠드업 코미디에 와서 자신을 ‘봐’ 달라고 부탁한다. 공연을 보고 네가 본 나에 대해 설명해 달라고.

그런 순간들이 있다. 내가 생각하는 나와 네가 생각하는 나 사이의 거리가 궁금한 순간. 오해와 이해와 외면과 설득과 재단과 질문과 절망과 환희와 침범과 유대와 거부와 이끌림과 어째서와 그래가 발아하는 곳. 나와 네가 분리되어 있으면서도 공존해야만 굴러가도록 설계된 생의 필연적인 연극성으로, 모든 영혼들이 ‘나’라는 존재의 정의를 찾기 위해 방황하는 생의 지옥 어디쯤.

생동하는 인간을 하나의 정체성으로 정의하는 일은 어렵고도 위험한 일이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그것을 한다. 과거의 어느 날, 하늘 언저리에 끼워두었던 퍼즐의 파란색 피스가 사실은 바다였는지도 모를텐데. 어쩌면 아비샤이를 곧게 바라보던 도발레의 파란 눈동자였는지도. ‘무엇’에 대한 정의는 나의 세계를 이해하는 나의 방식, 나의 메타포의 한계에 따라 달라진다. ‘무엇’을 이야기하든, 우리가 하는 말은 모두 나 자신에 대한 이야기밖에 되지 못한다. 색색으로 가져다 붙이는 타인에 대한 정의는 나를 보여주거나, 혹은 정정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될 뿐이다. 결국.

그러나 입을 멈추지도 못한다. 주로 나를 위해, 아주 가끔은 ‘너를 위해—라는 착각’으로 살을 붙이고 또 붙인다. 말인지 무엇인지 모를 그것에 무작정 양심을 기대할 수도 없다. 우리는 모두 자기 자신이 주인공인 코미디 중이니까. 한 여자와 이어진 얇은 줄로 그녀의 피와 살을 갉아먹으며 목숨을 연명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양심을 인간의 본능으로 분류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시작점을 찾을 수 없는 검은 궤적이 그림자처럼 뒤꿈치에 매달려 따라다닌다. 지난 궤적들이 얽혀 저만치에 까만 호수가 있는 것 같이도 보인다. 내가 살아있다는, 살아있었다는 흔적이며 나의 심연이 살고 있는 고독이다. 좋든 싫든 그것은 ‘내 것’이며 여기에 ‘있다’. 도무지 알 수 없는 저 검은 덩어리를 마주 볼 때면 나는 가끔 그것에게서 가장 먼 곳으로 도망치고 싶어 진다. 또 어느 날은 요람처럼 편안해 그 안으로 침잠하고 싶어 진다. 누구도 침범할 수 없고, 침범되어서도 안되며, 언어로 설명될 수 없는 영혼만이 드나들 수 있는 곳.

책장이 넘어갈수록, 우스개와 비례하게 촘촘해지는 한 인간이 가진 고독의 밀도에 나는 웃을 수도 울 수도 없었다. 심연이 코앞으로 성큼 다가와 아가리를 찢는다. 누군가의 생이 온다는 것은 그런 게 아닐까. 존재를 타고 진동하는 너의 심연에 나의 심연이 공명하며 입천장을 간질이는 것. 그 울림에 목구멍이 뻐근해져 오는 것. ‘너의 인생이 여기에 있다. 그리고 나는 그것을 바라본다.’라고 밖에는 설명할 수 없는 것. 그 외에 다른 수식이 덧붙으면 아무것도 아니게 되고 마는 것.

생은 틀림없는 비극이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렇다. 하지만 살아있다는 것이 죽음의 징조이듯 죽음의 징조 또한 살아있음의 증거가 된다. 살아있는 한 어떤 일이든 벌어질 것이고, 그 일이 무엇이건 간에 어떤 의미이건 간에—불가해한 생의 잘은 편린쯤은 이해하게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희망을 내포하고 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래서 나는 생의 비극 안에 살아있다는 사실이 꽤 기쁘다. 도발레의 말을 빌려본다. “괜찮아, 나를 믿어. 어딘가에는 그런 문장이 말이 되는 우주도 있으니까.”

두 사람이 함께 돌아가는 길에 비가 내렸으면 좋겠다. 쇼는 끝났지만 계속되는 생의 코미디에도 울지 않거나 울 수 없는 도발레를 대신해서. 그러면 그는 창 유리에 반사된 아비샤이의 영혼을 바라보며 이렇게 말할 것 같다. “영혼을 팔기 좋은 날씨야! 내 말이 맞아, 아니면 내 말이 맞아?”

글/ 이시현
brunch.co.kr/@bam12shi
instagram.com/bam12s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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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한다, 피카소, 대단하더구나, 내가 너라면 서둘러 집에 돌아가지 않을 거야. 내 말 들어, 어딘가에서 대접받는 가장 좋은 방법은 거기 없는 거란다, 알아듣겠니?(...) 정말이지 죽음이라는 개념 전체의 밑바닥에 깔린 아이디어가 그거 아니야?” p.44

"생일은 당신들도 알다시피 결산을 하는 날, 영혼을 탐색하는 날이야, 적어도 영혼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말이야. 그런데 우리끼리 얘기지만, 현재 나의 상태에서, 나는 영혼을 유지할 자원이 없어. 진지하게 하는 말인데, 영혼은 잠시도 쉬지 않고 계속 정비해줄 것을 요구하잖아, 안 그래? 절대 끝나지를 않아! 매일, 하루 종일, 영혼을 끌고 들어와 손을 봐줘야 해. 내 말이 맞아, 아니면 내 말이 맞아?” p.54

“하지만 봐, 네타니아! 오십칠 년이라는 더럽게 긴 세월 동안 의리를 지키고 헌신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보라고. 도발레가 된다는 실패한 기획을 추구하는 일에 헌신적으로 부지런하게 달려든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봐! 아니, 누가 되는 건 둘째치고 그냥 살아 있자는 기획에!”(...)“그냥 살아 있자는 게 얼마나 놀라운 생각인지 이해할 수 있어? 그게 얼마나 전복적인 것인지?” p.63

"인생이란 이렇게 되고 마는 거야. 인간은 계획하고, 신은 그 인간을 좆같이 망쳐버리지.” p.64

나는 깊고 어두운 기만을 느낀다, 말이 이르지 못하는 곳에서 발생하는 기만. p.72

나는 완전히 혼란에 빠진다. 어리둥절하다. 냅킨에 얼른 기록해 질서를 잡으려 한다. 내가 알던 소년. 여자가 알던 소년. 무대 위의 남자. p.81

"요아브 말이 절대적으로 옳아, 정치는 안 돼! 어차피 우리 애들이 크고 나서야 일어날 일이고, 따라서 걔네들 문제지. 게다가 누가 걔네들한테 우리가 싸질러놓은 걸 먹으며 여기 눌어붙어 있으라고 했나? 그러니 왜 지금 그것 때문에 짜증을 내겠어? 왜 싸우고 말다툼하고 내전을 벌이겠어? 왜 그런 생각을 해? 왜 생각 같은 걸 해? 생각하지 않는 것에 두 손 모아 박수를!” p.92

“내 말은, 있잖아, 사람들이 나를 볼 때 뭘 얻느냐는 거야. 나를 볼 때 뭘 알게 되지...... 나에게서 나오는 것을 볼 때? 내 말 알아듣겠어? (...) 내가 거리에서 걷다가 어떤 사람을 지나친다고 해보자고. 그 사람은 나를 본 적이 없어. 나를 전혀 몰라. 처음 보는 거지-쾅! 그 사람이 뭘 파악할까? 그의 마음에 나에 관해 뭐가 기록될까? 내가 제대로 설명을 하는 건지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전에 널 본 적이 있는 걸.” 내가 지적했다.
“오래됐잖아.” 그가 즉시 말했다. “나는 내가 아니야, 너도 네가 아니고.” p.104

“그거,” 그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 “어떤 사람에게서 제어 불가능하게 그냥 흘러나오는 거 있잖아. 세상에서 오직 이 한 사람만 가지고 있을 수도 있는 그거.”
개성의 광채, 나는 생각했다. 내적인 빛. 아니면 내적인 어둠. 비밀, 진동처럼 전해지는 고유성. 어떤 사람을 묘사하는 말 너머, 그 사람에게 일어난 일과 그 사람에게서 잘못되고 뒤틀린 것 너머에 놓인 모든 것. p.105

“그래, 아버지는 물구나무로 걷지 말라고 말했고, 그래서 그렇게 했어. 하지만 그때부터 생각하기 시작했어. 이제 어떡하지? 어떻게 해야 나 자신을 구하지? 내가 무슨 말하는지 알아? 내가 어떻게 해야 이런 직립성 때문에 죽지 않을 수 있느냐는 거야. 어떻게 살아 있을까? 그게 당시 내 마음이 움직이던 방식이야. 나는 늘 그런 불안이 있었지......” p.131

유혹. 다른 사람의 지옥을 들여다보고 싶은 유혹—이 저항할 수 없을 만큼 강하지 않았다면, 그들은 오래전에 일어나서 자리를 떴거나, 심지어 야유를 보내 그를 무대에서 쫓아버렸을 것이다. p.134

“나는 내가 잃어버린 게 나의 위엄인지 수치인지 오래전에 잊어버렸어.” p.217

"운전병 말이 옳았어. 나는 울고 있어야 했어, 그게 고아가 하는 일이니까, 안 그래? 아니면 반쪽짜리 고아라고 해야 하나? 하지만 나는 눈물이 나오지 않았어.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어. 내 몸은 그림자 같았어. 아무런 느낌이 없었지. 게다가, 이걸 어떻게 표현해야 하나...... 진짜로 알기 전에는 아무것도 시작할 수 없을 것 같았어. 그렇지 않아?” p.242

말 한 마리가 술집에 들어왔다

다비드 그로스만 지음
문학동네 펴냄

2018년 5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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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정보

2017년 맨부커 인터내셔널상 수상작.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은 영국에서 영어로 번역.출판된 소설에 수여하는 상으로, 2016년에 한국 작가 한강이 <채식주의자>로 이 상을 수상하면서 한국 독자들에게도 잘 알려졌다. 2017년 수상의 영예를 안은 다비드 그로스만은 이스라엘 현대문학의 거장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노벨문학상 후보에도 거론되는, 세계적 명성을 가진 작가다.

1982년 첫 작품 <결투>를 출간한 이래 깊이 있는 지혜와 섬세한 감성, 탁월한 언어 감각으로 소설, 논픽션, 희곡, 아동서 등 다양한 작품을 발표해왔고, 프랑스 문화예술공로훈장, 이탈리아 발룸브로사상, 프랑크푸르트 평화상 등 세계 유수의 상을 수상했다. 또한 그로스만은 이스라엘의 현실을 과감하게 작품으로 옮기며, '글이 세계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작가이자, 이스라엘 정부의 팔레스타인 점령 정책에 끊임없이 의문을 제기하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평화운동가이기도 하다.

<말 한 마리가 술집에 들어왔다>에서 작가는 도발레라는 이름의 스탠드업 코미디언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두 시간 남짓 펼쳐지는 그의 공연을 한 편의 소설로 그려낸다. 공연의 시작과 함께 소설이 시작되고 공연이 끝나며 소설도 마무리되는 것이다.

이처럼 독특하고 참신한 설정 속에서 그로스만은 시시때때로 농담을 섞어가며 도발레라는 한 인간의 평생을 지배한 고통의 근원을 집요하고 철저하게 파고든다. 그리고 이 개인의 비극에 유대인의 고통스러운 역사, 이스라엘 현실에 대한 풍자를 함께 녹여내 삶의 고통과 유머가 공존하는 희비극을 탄생시킨다.

출판사 책 소개

감상주의를 완전히 배제한 채 슬픔의 여파를 조명해낸 소설. 작가적 기교의 뛰어난 예를 보여주는 이 소설에서는 모든 문장이 의미 있고, 모든 단어가 중요하다.
_닉 발리(2017년 맨부커 인터내셔널상 심사위원장)

도스토옙스키와 카프카에 비견되는 작가
이스라엘 현대문학의 거장 다비드 그로스만의 대표작


2017년 맨부커 인터내셔널상 수상작 『말 한 마리가 술집에 들어왔다』가 문학동네에서 출간되었다.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은 영국에서 영어로 번역 · 출판된 소설에 수여하는 상으로, 2016년에 한국 작가 한강이 『채식주의자』로 이 상을 수상하면서 한국 독자들에게도 잘 알려졌다. 2017년 수상의 영예를 안은 다비드 그로스만은 이스라엘 현대문학의 거장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노벨문학상 후보에도 거론되는, 세계적 명성을 가진 작가다. 1982년 첫 작품 『결투』를 출간한 이래 깊이 있는 지혜와 섬세한 감성, 탁월한 언어 감각으로 소설, 논픽션, 희곡, 아동서 등 다양한 작품을 발표해왔고, 프랑스 문화예술공로훈장, 이탈리아 발룸브로사상, 프랑크푸르트 평화상 등 세계 유수의 상을 수상했다. 또한 그로스만은 이스라엘의 현실을 과감하게 작품으로 옮기며, ‘글이 세계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작가이자, 이스라엘 정부의 팔레스타인 점령 정책에 끊임없이 의문을 제기하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평화운동가이기도 하다.

『말 한 마리가 술집에 들어왔다』에서 작가는 도발레라는 이름의 스탠드업 코미디언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두 시간 남짓 펼쳐지는 그의 공연을 한 편의 소설로 그려낸다. 공연의 시작과 함께 소설이 시작되고 공연이 끝나며 소설도 마무리되는 것이다. 이처럼 독특하고 참신한 설정 속에서 그로스만은 시시때때로 농담을 섞어가며 도발레라는 한 인간의 평생을 지배한 고통의 근원을 집요하고 철저하게 파고든다. 그리고 이 개인의 비극에 유대인의 고통스러운 역사, 이스라엘 현실에 대한 풍자를 함께 녹여내 삶의 고통과 유머가 공존하는 희비극을 탄생시킨다.

2014년 이스라엘에서 처음 출간된 이 소설은 히브리어 전문 번역가인 제시카 코언의 번역으로 2016년 영미권에 출간되었다. 다비드 그로스만과 함께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공동 수상한 제시카 코언은 영국에서 태어나 이스라엘에서 자랐고, 그로스만의 전작 『땅끝까지』 『시간 밖으로』 등을 포함한 이스라엘 현대문학을 영미권에 소개해왔다. 한국어 번역본은 이화여대 통역번역대학원 정영목 교수가 영역본을 우리말로 옮겼다.

상상할수록 아득해져버리는 한 인간의 고통
그 고통의 근원을 철저하고 집요하게 파고든
어느 스탠드업 코미디언의 마지막 공연


이스라엘의 도시 네타니아에 위치한 작은 클럽. 한 스탠드업 코미디언이 무대에 오른다. 이름은 도발레 G. 오늘 쉰일곱번째 생일을 맞은 그는 찢어진 청바지에 금색 클립이 달린 빨간 멜빵으로 멋을 부리고 카우보이 부츠를 신었다. “날씨가 좋아도 간신히 158센티미터”인 키에 갈비뼈가 무시무시하게 드러날 정도로 야윈 몸으로 무대에 올라선 도발레는 여러 테이블에 앉은 다양한 나이와 직업의 관객 앞에서 공연을 시작한다. 스스로를 “웃음을 사는 매춘부”라 칭하며 과장된 몸짓과 활기찬 목소리로 관객들에게 짓궂은 농담을 건넨다. 그리고 그 관객 사이에 이 소설의 서술자인 은퇴한 판사 아비샤이가 있다.
어린 시절 도발레와 함께 과외 수업을 받으며 아주 잠시 마음을 터놓는 우정을 나눴던 아비샤이는 사십 년이 넘는 세월 동안 도발레를 까맣게 잊고 살아왔다. 그러던 어느 날 도발레가 불쑥 전화를 걸어 자신의 쇼를 보러 와달라고 부탁한다.

“핵심은, 내가 이 생각을 많이 했고, 오랫동안 곱씹었고, 그런데 결정을 내릴 수 없었고, 자신이 없었다는 것, 하지만 그러다가 마침내, 네가 이런 부탁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는 걸 깨달았다는 거야.” (…)
“계속 이야기해봐.” 내가 말했다.
“나를 봐주면 좋겠어.” 그가 격하게 토해냈다. “나를 봐주면, 정말로 봐주면, 그런 다음에 말해주면 좋겠어.”
“뭘 말해줘?”
“네가 본 걸.” _본문에서

도발레는 때로 웃기는 농담을 하고 때로 관객을 조롱하며 공연을 이어간다. 그의 공연을 몇 번씩 봤던 게 분명한 사람들과 처음 온 사람들, 한때 그와 알고 지낸 사람들이 섞여 있는 관객은 처음에는 그의 농담과 조롱에 호응하며 즐거워한다. 하지만 도발레가 자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더 구체적으로는 열네 살 때 갔던 군사 캠프와 그후에 벌어진 개인사를 풀어놓기 시작하면서 공연은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한다.
도발레의 공연을 통해 아비샤이를 포함한 관객은 도발레가, 아들의 실질적인 생활을 돌봐주지만 폭력을 휘두르는 아버지와 홀로코스트에서 살아남은 뒤 우울증과 자살 충동에 시달리지만 아들을 향한 사랑을 표현하는 어머니 밑에서 자랐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또래보다 왜소했던 그가 학교의 다른 아이들에게 심한 괴롭힘을 당했다는 사실도 듣게 된다. 아비샤이는 자신이 알았던 사실(도발레가 괴롭힘을 당했고 자신이 그를 외면했었다는 것)과 몰랐던 사실(그가 부모로부터 학대당했다는 것)을 들으며 도발레와 함께 군사 캠프에 있었던 때를, 도발레를 마지막으로 봤던 그날을 떠올린다. 그리고 다른 관객들이 공연에 불만을 표하며 하나둘씩 자리를 뜨는 와중에도 계속 그 자리에 앉아 그의 공연을, 그의 고통의 근원을 묵묵히 지켜본다.

‘애정이 담긴 목격자의 눈’으로 기록한
한 인간의 처절한 생존기


이 소설은 공연 한 편을 처음부터 끝까지 녹취한 기록이라 해도 무방한 형식을 띠고 있다. 중간 중간 아비샤이의 과거의 삶이 회상으로 끼어들긴 하지만, 독자는 이 소설 한 권을 읽으면서 동시에 스탠드업 코미디 공연 한 편을 본 것 같은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된다. ‘말 한 마리가 술집에 들어왔다’라는 이 책의 제목이 영미권에서 농담의 첫머리에 클리셰처럼 사용되는 문구라는 점을 떠올려보면 소설의 형식적 독특함이 더욱 선명하게 다가온다. 하지만 정작 소설의 내용은 제목에서 연상되는 전형적인 코미디에 대한 기대를 철저하게 배신한다. 이 작품은 코미디라기보다, 평생을 고통 속에서 살아온 한 인간의 생존기에 더 가깝다. 그리고 이 생존기를 보고, 기록하고, 독자에게 전달하는 아비샤이는 주인공과 어린 시절 잠시 알고 지냈을 뿐이다.
도발레가 왜 다른 누구도 아닌 아비샤이에게 공연을 봐달라고, 그리고 본 것을 말해달라고 부탁했는지 도발레조차 그 이유를 정확히 설명하지 못한다. 하지만 그는 본능적으로 아비샤이가 그 일에 적임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아비샤이는 판사로 일하며 “어떤 사람을 묘사하는 말 너머, 그 사람에게 일어난 일과 그 사람에게서 잘못되고 뒤틀린 것들 너머에 놓인 모든 것”을 사람들에게서 찾겠다고 맹세했던 사람이다. 또한 아비샤이는 도발레가 평생을 지고 온 고통이 시작된 바로 그 시점, 그 자리에 있었지만 아무 행동도 하지 않은 채 그를 잊고 살았던 사람이기도 하다. 도발레의 고통에 무지한 채 살아왔다는 희미한 죄책감이 아비샤이의 마음속에서 살아나며 그는 “애정이 담긴 목격자의 눈”으로 도발레를 지켜볼 수 있게 된다. 그러면서 아비샤이는 “어떤 사람에게서 제어 불가능하게 그냥 흘러나오는 것”을 목격할 수 있는 사람, 도발레의 고통을 마음속 깊은 곳에서 느끼고, 그가 그 고통스러운 삶에서 살아남았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거의 불가능한 도전에 성공한 거장의 솜씨

“콤마 하나, 단어 하나, 그리고 농담을 하며 흘린 땀방울 하나까지
어느 것 하나 작품의 주제와 관련 없는 것이 없다.
이 작품의 기교적 능수능란함은 믿기 어려울 정도다.” _뉴욕 타임스

<뉴욕 타임스>의 평처럼, 그리고 “작가적 기교의 뛰어난 예를 보여주는 소설”이라는 맨부커 인터내셔널상 수상 이유처럼, 『말 한 마리가 술집에 들어왔다』는 다비드 그로스만의 작가로서의 뛰어난 기량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전작 『시간 밖으로』에서 자식을 잃은 부모의 깊은 상실을 산문시인 듯 희곡인 듯 어느 특정 장르로 분류하기 쉽지 않게 써내려갔던 그로스만은 『말 한 마리가 술집에 들어왔다』에서 장르를 초월하는 그의 작가적 능력을 탁월하게 발휘해 다른 어떤 소설과도 비교할 수 없는 새로운 소설을 써냈다.
하지만 이 소설을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참신한 형식 속에 담긴 그로스만의 공감에 찬 목소리다. 도발레의 개인적 비극과 시대의 비극을 조명하는 그로스만의 목소리엔 인간에 대한 치밀한 탐구와 깊은 이해, 따뜻한 시선이 바탕으로 깔려 있다. 소설을 옮긴 정영목 교수의 말처럼 “기법에서나 내용에서나, 또 진정한 의미의 감동에서나 한 편의 소설이 줄 수 있는 모든 것을 준다는 느낌”이다. 자그마한 클럽에서 펼쳐지는 단 한 번의 코미디 공연 무대를 배경으로 상상할 수도 없이 크고 넓은 이야기를 해내는 것. 날카로운 풍자와 삶에 대한 깊은 통찰, 인간 상처에 대한 따뜻한 공감을 완벽하게 하나로 어울러 한 편의 소설을 탄생시키는 것.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이 도전을 다비드 그로스만은 거장의 솜씨로 완벽하게 성공해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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