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 50만 부 판매 《세상의 마지막 기차역》의 세계관을 잇고, 남겨진 사람과 떠난 사람이 마지막 편지로 진심을 전하는 다섯 이야기를 담았다. 천국으로 편지를 보내는 아오조라 우체국의 설정 속에서 상실을 겪은 인물들이 다시 살아갈 용기를 얻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 전작보다 더 깊은 울림을 전한다.
"정말 고맙습니다. 저같이 살 가치가 없는 쓰레기에게 친절을 베풀어주셔서."
면을 후루룩거리며 머리를 숙이자, 남자는 난처한 기색을 보였다.
"난 쓰레기라는 말은 별로 안 좋아하네. 자네가 어떤 사람인지는 몰라도... 진짜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인간은 자기가 쓰레기라고 한탄하지 않거든. 그리고 허접쓰레기 같은 놈도 뻔뻔하게 잘 살고 있으니까 자책할 줄 아는 사람은 충분히 살 가치가 있어."
"네 신념을 타인에게 반드시 인정받을 필요는 없어. 중요한 건 그걸 옳다고 믿는 네 마음이지. 네가 스스로 납득할 수 있도록 살아가는 것보다 중요한 건 없단다. 너는 네가 야요이에게 한 행동이 잘못됐다고 생각하니?"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렇다면, 그게 정답이야."
"...그렇지만, 위선자 소리를 듣는 건 정말 끔찍해요."
할머니의 얘기에 가슴이 뭉클해지는 한편으로 그것 그냥 허울 좋은 말일 뿐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앞으로도 야요이와 친하게 지내면 점점 더 외톨이가 될 거 같아요..."
"가령 그게 진정한 고립이라면, 나는 그렇게 돼도 좋다고 생각해."
“난 서예교실에서 정성을 다하면 예쁜 글씨를 쓸 수 있다고 가르쳤단다. 그런데 어느날 한 남자아이가 이렇게 말하더구나. 자기가 쓰고 싶은 글씨는 선생님이 가르쳐주는 대로 쓰는 글씨가 아니라고. 그러면서 내가 시범을 보여준 대로 쓴 글씨에는 자기 진심이 들어가 있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고 하더구나.”
할머니는 내 눈을 들여다보면서 말을 이었다.
“나는 그 아이한테 네가 쓰고 싶은 글씨를 자유롭게 써 보라고 했어. 그랬더니 며칠 후에 그 아이가 감정과 의지를 담아 쓴 글씨를 들고 왔단다. 기술적으로 썩 훌륭하지는 않았지만, 그 글씨에는 그 아이의 진심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어. 나는 그때 깨달았단다. 글씨를 잘 쓰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중요한 건 참된 마음과 의지를 담아 솔직하게 표현하는 거라는 것을.”
“...”
“그때부터 서예 교실에서 내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건 자신을 속이지 않는 마음가짐이란다. 남의 시선만 신경 쓰고 자신의 감정을 무시하게 되면, 글씨를 아무리 잘 쓰더라도 그걸로 진심을 표현할 수는 없어. 남에게 잘 보이려고 자신을 내버리게 되면, 정말 절망적인 외로움을 맛보게 된단다.”
그 말을 듣자, 내 마음을 가리고 있던 불안감이 조금씩 옅어졌다.
“만일 네가 소신을 지켜 나가고 있다면, 다른 사람의 목소리에 현혹될 거 없단다. 좀 외로울 수는 있지만 고독과 정면으로 마주하는 그 시간이 반드시 너를 강하게 만들어줄 거야. 인생에서 자신을 속이지 않고 살아가는 자세보다 더 강한 건 없다고 나는 믿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