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보다 지금 더 사랑해. 우리 다시 만나지 말자.”
나는 강렬한 문장으로 책을 고르는 경우가 많다.
풋내도 감지덕지한 시절이었다면 사랑하는데 다시 만나지말자는 말이 어떻게 나오냐며 따졌을 것이다. 나는 사랑하면 다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덤벼보라며 진심으로 말했을 것이다.
이젠 안다. 그리움인지 미련인지 후회인지 절대 한가지 감정으로 만들어지지 않은 복합적인 감정으로 나는 어쩌면 그때보다 너를 더 사랑한다. 널 만난 기간은 1년채 안되는데 그 이후 몇 년동안 너는 나와 함께다. 아마 내 영원에 함께일 것이다. 가끔은 지인들에게 가볍게 네 이름도 말해본다. 밤에 가장 많이 생각나는 사람은 여전히 너다. 경필아 잘 사니? 뭐하고 사냐 진짜 ㅋㅋㅋ 넌 비밀이 많은걸까. sns좀 해라. 야속해. 몰래보는 것도 안되?
참 많이 좋아했던 사람을 떠올리게 하는 책이었다. 다음 사랑도 떠나가 마음 무너질 때 펼치면 눈물은 100%다.
죽는다는 말이 이렇게 진실된 책은 이 책이 처음인 것 같다.
‘보고싶어 죽겠어.’ ‘뽀뽀하고 싶어 죽겠어.’ ‘죽을만큼 사랑해.’ 등등 이 저자는 보고싶다나 뽀뽀하고싶다나 사랑한다는게 아닌 죽겠다에 따옴표가 붙어있다. 그니까 진짜 죽을만큼 사랑해다. 진짜.
이런사랑. 받으면. 질식할려나. 상상이 잘 안된다.
저자가 헤어지고 한창 고통에 버둥거리며
‘너 정말 좆같아 예쁘고’라는 말을 칼처럼 내리꽂는 앞쪽의 페이지들은 몇 번을 다시 읽었다.
행복해! 고마웠어! 가식적이고 진부하게 다들 그리 말하곤 하는 이별을
‘내가 없는 네 삶이 불행해 보여서 조금 기뻐.’
‘내가 외로웠던 날보다 열 배는 더 많은 날이 외롭길.
나를 먹여 키웠던 고통의 크기보다 네 괴로움이 백배는 더 많기를.’ 이라 말해서 고마웠다. 이별에 고마웠어만 있지않는다. 사랑에 행복해만 있는게 아니듯이.
이 작가를 좋아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가 이 책은 3년동안의 기록물을 모아놓은 책인데 시간이 지나면 감정도 마모되듯 이제는 괜찮아.라고 보통 대다수 말하는데 저자는 얼음장같은 날카로움으로 말한다.
‘내가 괜찮아졌을거란 생각을 하셨다면 앞으로 내내 엿같은 생을 보내시길.’
과감한 필체에 얼마나 그지같은 연애를 했냐고 할 수도 있다. 근데 보아라.
‘신기한 건 나는 너를 더 이상 믿을 수 없는데도 여전히 사랑한다는 것,’
‘당신 목소리엔 천국과 지옥이 다 있어. 나는 내 이름이 이렇게 듣기 좋았나 싶어.’
사랑은 고귀하고 숭고하고 아름답고 비단결이고 꽃잎이 휘날리고 천사가 나팔을 부는 것만이 아니다. 울고 주저앉고 찌르고 경멸하고 애걸하고 소리지르고 무너지는 일이기도 하다.
이 책은 그 사랑을 날 것으로 회를 떴다. 그 옆에 소주잔이 아닌 소주병만이 있어야 할 것 같다. 가공되지 않은 문장에 나는 더욱 빠져들었다.
‘나는 우리가 빨리 죽었으면 좋겠어.’
뒷 장은 이별에 대한 글보단 삶의 좆같음을 이야기하는 경우였다. 나는 앞 장이 좋았다.
작가의 고통을 음미하고 느낀다는게 굉장한 폭력으로 느껴지지만 거진 나한텐 카타르시스적인 책이었다. 죄송합니다. 누군가의 고통에 이입하고 몰입한다는 게 그게 소설 속 인물도 아니고 현재 살아있는 그리고 실제 경험담에 그런다는 게 죄송스러우면서도 너무.. 좋았어요. 미안해요.
“너처럼 참 예쁘고 해로운 것도 없었지.”
자주 꺼내기엔 해가 될 것 같고 가끔 펼치면 약이 될 것 같은 독 같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