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ig Moo & Purple Cow

세스 고딘 지음 | Virgin Books 펴냄

The Big Moo & Purple Cow (The Big Moo 빅 무 / 보랏빛 소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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얇은 책

출간일

2007.12.1

페이지

18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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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온

@ahrr

책을 다 읽고 나서, 한참을 귓속을 의식하게 되었다. 고막 남자친구라니. 실체도 없고 상처도 없는 연애라니. 이 기묘한 설정 앞에서 나는 계속 웃다가도 문득 서늘해지곤 했다.
권혜영 작가가 그려낸 지나의 세계는 비현실적이면서도 지독히 현실적이었다. 현실 남자 울렁증을 가진 여자가 ASMR 콘텐츠 속 목소리와 연애를 한다는 설정은 황당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읽다 보면 묘하게 이해가 되었다. 일방적인 사랑. 상처받지 않는 안전한 거리. 그 안에서 누리는 평화로움. 그것이 얼마나 달콤한 망상인지.
그런데 그 평화가 깨지는 순간부터 이야기는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다즐링 행성의 왕자가 애시를 찾으러 왔다는 설정, 그리고 지나가 고막 남자친구의 목소리를 되찾기 위해 벌이는 분투는 웃기면서도 애잔했다. 남자 염색체를 가진 신체의 일부를 구하라니. 손톱이든 타액이든 터럭이든. 남자 울렁증을 가진 여자에게는 불가능에 가까운 미션이었다.
가람이라는 친구가 등장하면서 이야기는 더 복잡해졌다. 가람은 지나와 달랐다. 여전히 쌍방의 연애, 쌍방의 고통 속에서 헤매고 있었다. 두 여자가 각기 다른 형태로 품고 있는 애정과 망상을 보면서 나는 생각했다. 사랑이란 결국 저마다의 방식으로 망상하는 것이 아닐까. 누군가는 일방적으로, 누군가는 쌍방으로. 누군가는 안전하게, 누군가는 위태롭게.
권혜영 작가의 문장은 가볍게 읽히지만 결코 가벼운 이야기는 아니었다. 애정이라는 이름의 망상과 망상이라는 이름의 애정 사이에서 우리는 얼마나 많은 것을 잃고 얻고 또 헤매는가. 비정상적으로 분비된 사랑의 호르몬 때문에 벌어지는 일들이 이토록 기묘하고도 절실할 수 있다는 것을.
마지막 장을 넘기고 나니, 나는 내 귓속을 다시 한번 의식했다. 거기엔 아무것도 없었지만, 어쩐지 무언가 울려 퍼질 것만 같았다. 실체 없는 목소리, 상처 없는 사랑. 그것이 주는 위안과 공허함이 동시에 밀려왔다.
이 소설을 읽는 동안, 나는 달달함보다는 씁쓸함을 더 많이 느꼈다. 하지만 그 씁쓸함 끝에 남은 것은 결국, 사랑이라는 감정이 얼마나 다채롭고 기이하며 각자의 방식으로 존재하는지에 대한 이해였다. 지금은 없는 달달함을 위하여. 그 문장이 한참 동안 귓가에 맴돌았다.

애정망상

권혜영 지음
북다 펴냄

58초 전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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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식성탐독가

@doraimong

  • 잡식성탐독가님의 팩트풀니스 게시물 이미지

팩트풀니스

올라 로슬링 외 2명 지음
김영사 펴냄

읽고있어요
2분 전
0
시온님의 프로필 이미지

시온

@ahrr

레몬의 노란빛이 눈앞에서 자꾸만 번졌다 흐려지기를 반복했다. 누군가의 죽음이 이렇게도 깊이 파고드는 것이었나. 아니, 애도되지 못한 죽음이 남겨놓은 것들이 이토록 무거운 것이었나.
2002년 여름부터 시작된 이야기는 결국 삶의 의미를 묻는 질문 앞에 나를 세워두었다. 열아홉 해언의 죽음과, 그 곁에 남겨진 동생 다언의 17년이 켜켜이 쌓여 있었다. 완벽한 미의 형식이 아니라 생생한 삶의 내용이 파괴되었다는, 그 문장 앞에서 나는 한동안 숨을 고르지 못했다.
권여선 작가의 문장은 서늘했다. 날카로웠다. 하지만 그 안에는 묘한 온기가 감돌고 있었다. 미스터리로 시작된 이 소설이 결국 삶과 죽음, 애도와 용서, 그리고 존재의 의미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은 예상할 수 없는 깊이로 나를 끌어당겼다.
레몬의 노란빛이 상징하는 것들을 생각했다. 다시 오지 않을 좋았던 시절, 따뜻했던 어느 순간의 계란프라이, 그리고 죽음 직전 해언이 입고 있었던 원피스의 색. 그 모든 것이 겹쳐지며 복수와 애도 사이 어딘가에서 다언이 찾아낸 것은 무엇이었을까.
삶이 이어진다는 것. 살아 있다면 언젠가는 다시 웃고, 먹고, 이야기하며 생생하게 숨 쉴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유일한 희망이라는, 단 하나의 진실. 나는 그 문장들을 품고 한참을 더 앉아 있었다.
이 소설을 읽는 내내, 나는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을 애도하는 법을 배웠다. 완전히 이해할 수 없어도, 받아들일 수 없어도, 그래도 삶은 계속된다는 것을. 그 속에서 찾아지는 의미들이 있다는 것을.
책을 덮고 나서도 레몬의 노란빛은 한동안 내 곁에 머물렀다. 아프고 무섭고 견디기 힘든 삶 한가운데, 그 빛이 조금은 따뜻하게 번지고 있었다.

레몬

권여선 지음
창비 펴냄

읽었어요
7분 전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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