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시타 나츠라는 작가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건, <양과 강철의 숲>이라는 소설 덕분이었다.
서사를 풀어나가는 방식이 너무나 편안해서,
과하지 않은 주제와 교훈 때문에
읽는 내내 아껴 읽으며 힐링이 되는 기분이 들었다.
편안한 기분이고 싶을 때 읽고 싶은 작가랄까.
<태양의 파스타, 콩수프> 역시 마찬가지여서
조금씩 즐기면서 읽었는데
주인공 아스와의 처지나 마음에 공감하며
주변인들의 따뜻함에 미소지으며
그렇게 읽어나갔다.
첫 작품이라는 <조용한 비>도 얼른 읽어봐야지~
"그런데 말이야. 느낌이 팍팍 와야 할 필요 같은 건 없는 게 아닐까? 난 그렇게 생각하고 싶어."
"왜?"
"느낌이 팍 오는 건 마지막 순간에 내딛는 한 걸음 같은, 그러니까 모든 준비를 다 끝낸 뒤에 오는 계시 같은 것이 아닐까 싶어. 아무것도 준비된 것이 없다면 갑자기 계시 같은 것이 내려올 리 없겠지, 설령 내린대도 받아들일 수가 없겠지. 계시가 없고, 번쩍하는 뭔가가 없더라도 그냥 꾸준히 자신의 일을 하는 거야."
아, 그렇구나. 나는 그런 생각은 미처 하지 못했다. 물론 느낌이 팍팍 와 준다면 금방 알 수 있겠지만, 그 '팍팍'은 그리 쉽게 오지 않는다. 중요한 건, 그런 걸 마냥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생각해서 선택한 걸 그냥 해나가는 것!
내가 선택한 것들이 나를 만든다. 좋아서 선택한 것이든 억지로 선택한 것이든, 그리고 선택하지않았으나 무의식적으로 선택해버린 것이든 말이다. 유즈루를 선택한 것도 나였고, 유즈루에게 선택받지 못한 것도 나였다. 다 나한테 일어난 일들이고, 그것들이 나의 일부가 된다. 내 몸의, 내 마음의, 그리고 내 인생의.
"아무도 네가 쓸쓸하다고 안 그랬는데? 쓸쓸한 건 은행이지. 가을에 은행을 볶아서 껍질을 까고 있노라면 아련하게 스며들어오는 그 쓸쓸함이 좋다. 그 말이야. 그런데, 그건 그렇고." P.24
말투는 따뜻했다. 실제로 따뜻한 마음으로 나를 위로해 준 것이리라. 하지만 야마부키 선배 앞에서 갑자기 장면이 덜컹 바뀌는 것을 봐버린 느낌이었다. 선배의 목소리에는 따뜻함이라기보다는 동정 같은 것이 섞여 있었다. 동정받는다는 건 괴로운 일이다. 동정받는 사람은, 동정하는 사람이 자기보다 한 단계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고 있다는 것을 분명하게 느끼기 때문이다. 이제는 세상이 달라졌다. 왠지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막판에 결혼을 퇴짜 당한, 꼴 우스운 여자가 되고 말았다. 이제부터는 그런 여자의 인생을 살아가게 되겠지...... . p.33
"맛있는 것을 만들고 싶으면 우선은 재료가 좋아해 해. 그다음은 냄비고, 그리고 그다음은 만드는 사람의 솜씨와 애정이지." p.57
"여자는 실연을 겪으면서 아름다워지지요." p.92
예쁘다는 게 뭔가? 예쁘다는 건 어던 건가? 마음 같아서는 눈앞에 지나가고 있는 사람들을 죄다 붙잡고서 물어보고 싶지만 그래 봐야 무슨 소용이겠는가. 다른 사람의 대답을 들어서 뭐 하겠다고. 나에게 필요한 건 나한테 어울리는 아름다움이다. p.92-93
"어! 너, 지금 실수한 거야. '서른 살 넘어서'라니! 네가 그런 말 들으면 어떨 것 같으냐? 자기가 듣고 싶지 않은 말은 남한테도 하면 안 되는 겁니다요." p.129
"매일매일 먹는 밥이 너를 살린단다." p.145
"딸의 친구를 소중히 생각해 주는 것. 다시 말해 딸을 소중하게 생각해 주는 것. 넌 그것이 당연한 거라고 생각하지? 하지만 그건 전혀 당연한 게 아니야. 너는 복이 많은 거야. 정말 행복한 거라고."
갑자기 그런 말을 들으니 전혀 실감이 나지 않는다.
"아스와. 네가 얼마나 많은 사랑을 받아왔는지 생각해 본 적 있니?"
교와 시선이 딱 마주쳤다. 밤에 봐도 아름답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너를 엄청나게 사랑하고 계셔."
"그런가?"
"그렇다니까."
강력한 어조로 단언한다.
"사랑받고 자란 아이는 이미 자신감을 갖고 있어. 자기가 모르고 있는 것뿐이지. 네가 아무 조건 없이 그 자리에 있어도 된다고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야." p.153-154
나는 캐미솔과 반바지 차림으로 부엌에 선다. 비를 맞으며 돌아오는 길에 산 양배추를 큼직하게 석둑석둑 썰고, 양파를 절반으로 잘라 르크루제에 함께 넣는다. 월계수잎을 한 장 넣고, 암염을 뿌리고, 냉장고에 딱 두 장 남아 있던 베이컨까지 꺼내서 넣은 다음 양배추가 자작자작 잠길 정도로 물을 붓는다. 그다음은 약한 불에 올려놓고 흐물흐물하게 익기만을 기다리면 된다. 실패할 염려가 없는 양배추 찜이다. 콩소메 한 조각을 넣어도 좋고 토마토를 추가해도 맛있다. p.174
"열심히 안 살아도 좋은 거 아니겠어라?" p.193
"자기를 예쁘다고 생각하는 건 좀 그렇지 않나요?"
"어머! 우선 자기 자신을 예쁘고 사랑스럽다고 생각할 수 있어야 주변 사람들도 그렇게 느끼지 않겠어요? 우선은 자신이 먼저 자기 자신을 믿어줘야 하는 거예요."
내가 과연 믿을 만한 존재일까? 사랑스러울 수 있는 존재일까? 이제야 겨우 '열심히 안 살아도 좋은 거 아니겠어?'라고 생각하게 되었는데.
나 자신을 예쁘다고 생각한다. p.203
"그런데 말이야. 느낌이 팍팍 와야 할 필요 같은 건 없는 게 아닐까? 난 그렇게 생각하고 싶어."
"왜?"
"느낌이 팍 오는 건 마지막 순간에 내딛는 한 걸음 같은, 그러니까 모든 준비를 다 끝낸 뒤에 오는 계시 같은 것이 아닐까 싶어. 아무것도 준비된 것이 없다면 갑자기 계시 같은 것이 내려올 리 없겠지, 설령 내린대도 받아들일 수가 없겠지. 계시가 없고, 번쩍하는 뭔가가 없더라도 그냥 꾸준히 자신의 일을 하는 거야."
아, 그렇구나. 나는 그런 생각은 미처 하지 못했다. 물론 느낌이 팍팍 와 준다면 금방 알 수 있겠지만, 그 '팍팍'은 그리 쉽게 오지 않는다. 중요한 건, 그런 걸 마냥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생각해서 선택한 걸 그냥 해나가는 것! p.212-213
"회사 업무라는 건, 누군가가 쉬면 다른 사람이 대신할 수 있어야 해. 그게 기본이야. 다소 빠르고 느린 차이나 잘하고 못하는 차이는 있겠지만, 그 사람밖에 할 수 없는 업무라는 게 있으면 안 되는 거라고." p.218
"그런데 이모. '빵 한 조각'이란 이야기 알아?" p.240
"근데, 왜? 그 빵이 어떻게 됐어?"
"응. 리스트가 나한테 마치 빵 한 조각과 같은 게 아닐까 싶어서."
그렇게 답하자 롯카 이모는 눈썹을 위로 살짝 띄워 올리면서 무슨 말인가를 하려는 눈치다. p.241
"으음, 그러니까 말이야. 리스트는 어떤 계기 같은 것이 아니었나 싶어. 지금의 나 또는 앞으로의 나를 생각하는 계기. 그러니까 일단 썼으면 주머니에 넣어놓고, 그다음은 나아가는 수밖에 없어. 내가 쓴 걸 믿으면서 말이야. 이게 있으니까 괜찮아, 이 길이 틀림없어. 이렇게 생각하면서." p.242
빵 한 조각은, 선원이 빵이라고 믿고 있던 그것은, 한 조각의 나무토막이었다. 겉으로 보이는 건 나무토막이어도 좋고 종이쪽지어도 좋은 것이다. 선원은 그것이 나무토막이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고, 그것을 건네준 승려에게 마음 깊이 감사했다. 나도 그렇다. 고마워요, 롯카 이모. 리스트를 썼기 때문에 나는 지금 이렇게 어찌어찌 뭍으로 나와 서 있게 되었어...... . p.2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