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정과 열정 사이>, <언젠가 기억에서 사라진다 해도>, <저물 듯 저물지 않는> 등의 작품으로 한국의 독자에게도 친숙한 에쿠니 가오리의 대표작 <홀리 가든>이 한국 출간 기념 10주년을 맞아 리커버 개정판으로 다시 출간되었다.
에쿠니가오리의 책을 읽어나가면서 느낀 점은, 비일상 혹은 비정상적인 인물들의 이야기를 일상적이고 정상적으로 느껴지게끔 묘사한다는 것이다. 물론 세상 일이 일상과 비일상, 그리고 정상과 비정상을 가르는 기준이 명확한 것은 아니지만, 에쿠니가 그려내는 현실은 뭔가 기준에서 한 발짝 벗어나 있는 느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세계가 주는 분위기는 평화롭기 그지없다. 술술 잘 읽히지만, 뭔가 미묘하게 불량스런 감정이 숨어 있다.
이번 작품에서도 에쿠니의 이런 장기는 여실없이 드러난다. 더군다나 여성 두 명이 주인공이고, 그들의 이야기가 교차편집되는 식의 이야기 구조는 작가의 장점이 극대화된다.
어떤 일에도 큰 동요없이 일을 해나가는 가호.
모든 것이 올라잇한 시즈에.
한 명은 헤어진 남자와의 추억이 깃든 물건에 옭아메여 있고, 한 명은 불륜남과의 연애에 속박되어 있다. 그런데 그들의 일상은 평화롭게 흘러간다. 아니, 그렇게 느껴진다. 모든 게 괜찮다.
어떤 대단한 사건없이 이야기는 끝난다.
긴장과 감동의 카타르시스 없이 심심하게, 쿨하게 풀어진 결말이다. 한 명이 과거에서 조금 벗어나 새로운 이와 시작을 시도하려 한다는 점만이 큰 사건이다.
따뜻하게 내린 홍차, 캔버스 위에 사각소리를 내며 움직이는 미술연필, 염소냄새를 풍기며 팔과 다리에 감겨오는 수영장 물, 알록달록 색색의 도수 없는 안경테들. ..
평온하게 잘 읽히는 그런 책이다.
그 안에 담긴 작은 균열은 사실 별 게 아닐 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