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다는 것

김남시 지음 | 너머학교 펴냄

본다는 것 (그저 보는 것이 아니라 함께 잘 보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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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2013.12.9

페이지

128쪽

상세 정보

흥미로운 사진과 예술 작품을 함께 보며 우리의 시선과 앎이 맺고 있는 관계를 다양한 차원에서 생각해 보는 책이다. 주목받는 젊은 철학자이자 예술평론가 김남시의 첫 저작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철학과 예술에 대한 탄탄한 연구를 바탕으로, 플라톤의 이데아론부터 스마트폰이 가져온 변화까지 '본다는 것'과 관련된 다양한 논의를 흥미진진하게 펼쳐낸다.

저자는 우리의 눈이 카메라처럼 외부 대상의 이미지를 받아들이기만 하는 것일까, 라는 질문에서 이야기를 시작하여, 앎과 그 앎에 영향을 준 공동체의 지식 체계가 '본다는 것'과 어떻게 관련 있는지 차근차근 이야기를 풀어간다. 1515년 알브레히트 뒤러가 사람들에게 들은 대로 그렸던 코뿔소의 피부는 중세 기사의 갑옷과 꼭 닮아 '아는 대로 본다'는 말을 실감나게 '보여' 준다.

반면 앎이 제대로 보는 것을 막는 사례도 무척 많다. 전혀 비슷해 보이지 않는 이집트 문자와 중국 문자의 기원이 같음을 증명하려 했던 영국 학자의 시도나 갈릴레이가 망원경으로 달 표면이 울퉁불퉁하다고 밝혔으나, 백여 년 동안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것도 같은 사례이다.

<본다는 것>은 망원경이나 사진기, 현미경 등 도구들로 인하여 이전과 다르게 보게 되었으며 이로 인해 사고체계도 달라졌음을 보여 준다. 더 많이 보게 되고 더 많이 알게 되었으나 그로 인해 더 자유로워진 것인지 묻는다. 또한 다른 사람과 거의 동시에 '함께' 볼 수 있는 소셜 네트워크 시대에, 한 사물의 앞뒷면을 동시에 볼 수 없으며, 보려면 다른 행동을 멈추어야 하는 시선의 숙명은 어떤 고민거리를 던지는지 함께 생각해 보자고 한다. '십대를 위한 인문학 너머학교 열린교실' 시리즈의 8번째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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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 시 조찬모임 
 
"온전히 책 한 권을 쓰고 나면 조금씩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내겐 언제나 그것이 글 쓰는 일의 가장 기적 같은 부분이었다." 
 
이 책을 쓴 작가의 글을 책을 다 읽고 나서 보게 되었다.
책에 등장하는 다양한 삶의 형태를 보며 독자인 나 또한 
많은 생각을 했거늘 
하물며, 작가는 더 그러했을 것이다.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이른 아침 식사라!
제목에서 의미심장한 내용을 담고 있어 더 이 소설에 끌렸을지도 모른다. 
 
누구나 삶에서 그런 경험은 본인 내면의 깊숙한 곳에 하나 정도 가지고 있을 터..... 
 
결혼정보회사에서 기획한 프로젝트라는 사실을 알기 전까지
책을 읽으면서 이 모임을 주체하는 하나의 미스터리를 상상했었다. 
 
책을 다 읽고 나니 내가 왜 이 책에 매달려 바쁜 3일 간의 시간을 이 책에 빠져있을 수밖에 없었는지 자조 섞인 나름의 변명을 가지게 되었다. 
 
아주 오래전에 읽었던 프랑수아즈 사강의 '슬픔이여 안녕'을 계속해서 상기하게 했다.
소설을 쓰는 작가는 글 쓰는 작업 속에 본인의 영혼을 갈아 넣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특히나 그러한 작업을 통해 나온 작품들은 독자에게 고스란히 전해진다. 
 
"안녕!"
생각해보니 두 가지의 의미를 가진다.
이별할 때, 만났을 때 
 
이 책에서도 작가는 이 '안녕'이란 개념을 적재적소에 어울리게 사용하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나는 전자를 생각했고
책을 읽고 나서 나는 희망적인 후자를 내 마음에 안착했다. 
 
말로써 표현해서 본인의 감정을 사람들 속에 녹여내려고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세상엔 더 많다. 
 
윤사강.....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 시 조찬모임에 참석한 맴버다.
부모의 이혼으로 가슴에 상처를 달고 살아가는 그의 사랑 또한 쉽지가 않다.
항공사 승무원에 부인이 있는 유부남 기장과 사랑에 빠졌고,
그가 이혼하려고 했을 때 이별을 선언했다. 
 
국어 교사였던 엄마와 함께 살아가는 그에게 '이혼'이란 단어는 또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는 행위였고 그는 가슴 내면 본인의 감정을 희생 시켰다. 
 
자폐증을 앓고 있는 형을 둔 지훈은 매번 자신의 환경으로부터 도망쳐 나오려 했지만
언제나 그의 형 곁을 맴돌고 있었다. 
 
고객 학보를 위해 엄청난 프로젝트를 진행한 미도 또한 이 조찬모임의 결과를 통해 한층 성장하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을 것이다. 
 
63페이지
이별 후 사랑하는 사람이 매년 6월 3일 생일날 보냈을 것이라고 생각한
책 선물은 본인의 탄생을 직접 동사무소에 신고했던
파리에 있는 아버지였다. 
 
옛 연인과의 추억이 담긴 물건들을
상자 안에 버리고 조찬 모임에 참석했던 사람이 가져갔던 물건들은
새 주인의 것이 되었을까? 
 
윤사강이 버렸던 '슬픔이여 안녕' 책들은 이지훈이 가져갔다.
이지훈이 버렸던 오래된 카메라(로머)와 필름은 윤사강이 가져갔다. 
 
그리고 그들은 다시 도쿄에서 일본의 대지진이라는 천재지변 앞에서
도킹한다. 
 
결혼정보회사의 한 VIP 고객 현정의 과거 연인을 다시 만나게 하기 위한
프로젝트는 그곳에 참석했던 많은 사람들의 삶을 바꾸었다. 
 
현정과 지훈은 재결합을 하지 못했지만
"고마워'라는 말로 이별할 수 있었다. 
 
슬픔이여 안녕의 '안녕'이 이별의 아픈 안녕이 아니라
새로운 만남에 대한 희망적인 안녕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실연의 상처로 오랜 시간 불면증에 시달린 사람들에게 달콤한 잠을 선사했다.
나는 꽤 괜찮은 소설을 읽고 나면 나름대로 이 소설을 모티브로 한 영화의 장면들을 떠 올린다. 
 
이 책에는 윤사강의 직업을 배경으로 '공항'이라는 공간이 자주 등장한다.
어디론가 떠나고 싶게 만드는
그곳에 가면 무언가 새롭게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게하는
그런 설레임! 
 
어린 시절 부모의 이혼 과정에서 사강은 손 바닥의 생명선을 칼로 그었다.
그가 좋아했던 연인 정수의 손등에는 자신의 새끼 손가락 길이 만큼의 상처가 있었다. 
 
이야기의 조합은 어딘지 모를 운명이라는 암시를 가지게 하지만
그것 또한 모두의 마음 속에 있는 자신들의 믿음에 근거한 것이다. 
 
엄마가 죽는 날에도 아버지는 본인의 직업인 택시 기사로 손님을 태우고 택시를 몰아야했던 미도의 삶은 또 어떠한가? 
 
성공하지 않으면 돈 없고 빽 없는 사람에겐 아무런 버팀목이 되어주지 못하는 곳이 냉정한 세상이다. 
 
이야기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나름대로 상상한다.
그들은 그 모임을 통해 사람들을 만나고 과거를 지우려 했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들을 알게 되었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오래 동안 외면해 오던 자신과의 화해를 통해
세상을 새롭게 바라보게 되었을 것이다.
삶은 성장의 연속이니깐..... 
 
글을 쓰면서 조금씩 다른 사람이 되어있었다는 작가의 말처럼
독자 또한 그러하다.
같이 웃고 같이 울면서 한 권의 책을 통해 사유의 숲을 지나
함께 성장하는 것이다. 
 
사강이 오랜 기간 가슴에 담았던 아버지에 대한 원망의 감정이
화해로 이끌어지는 부분은 반전과 함께 뭉클한 감동이었다. 
 
#실연당한사람들을위한일곱시조찬모임 #실조찬원 #백영옥 #김영사 #장편소설 #소설추천 #책 #독서 #독서모임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글귀스타그램 #서평 
#책추천 #소설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 시 조찬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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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정보

흥미로운 사진과 예술 작품을 함께 보며 우리의 시선과 앎이 맺고 있는 관계를 다양한 차원에서 생각해 보는 책이다. 주목받는 젊은 철학자이자 예술평론가 김남시의 첫 저작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철학과 예술에 대한 탄탄한 연구를 바탕으로, 플라톤의 이데아론부터 스마트폰이 가져온 변화까지 '본다는 것'과 관련된 다양한 논의를 흥미진진하게 펼쳐낸다.

저자는 우리의 눈이 카메라처럼 외부 대상의 이미지를 받아들이기만 하는 것일까, 라는 질문에서 이야기를 시작하여, 앎과 그 앎에 영향을 준 공동체의 지식 체계가 '본다는 것'과 어떻게 관련 있는지 차근차근 이야기를 풀어간다. 1515년 알브레히트 뒤러가 사람들에게 들은 대로 그렸던 코뿔소의 피부는 중세 기사의 갑옷과 꼭 닮아 '아는 대로 본다'는 말을 실감나게 '보여' 준다.

반면 앎이 제대로 보는 것을 막는 사례도 무척 많다. 전혀 비슷해 보이지 않는 이집트 문자와 중국 문자의 기원이 같음을 증명하려 했던 영국 학자의 시도나 갈릴레이가 망원경으로 달 표면이 울퉁불퉁하다고 밝혔으나, 백여 년 동안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것도 같은 사례이다.

<본다는 것>은 망원경이나 사진기, 현미경 등 도구들로 인하여 이전과 다르게 보게 되었으며 이로 인해 사고체계도 달라졌음을 보여 준다. 더 많이 보게 되고 더 많이 알게 되었으나 그로 인해 더 자유로워진 것인지 묻는다. 또한 다른 사람과 거의 동시에 '함께' 볼 수 있는 소셜 네트워크 시대에, 한 사물의 앞뒷면을 동시에 볼 수 없으며, 보려면 다른 행동을 멈추어야 하는 시선의 숙명은 어떤 고민거리를 던지는지 함께 생각해 보자고 한다. '십대를 위한 인문학 너머학교 열린교실' 시리즈의 8번째 책.

출판사 책 소개

본다는 것은 앎과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
주목받는 젊은 철학자이자 예술평론가 김남시 선생의 첫 저작


『본다는 것』은 흥미로운 사진과 예술 작품을 함께 보며 우리의 시선과 앎이 맺고 있는 관계를 다양한 차원에서 생각해 보는 책이다. 주목받는 젊은 철학자이자 예술평론가 김남시 선생의 첫 저작이다. 한병철 선생의 『권력이란 무엇인가』를 번역하며 처음 한국에 소개한 김남시 선생은 현대 서양철학과 미학 이론 비평, 예술 평론 등에 걸친 활동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철학과 예술에 대한 탄탄한 연구를 바탕으로, 플라톤의 이데아론부터 스마트폰이 가져온 변화까지 ‘본다는 것’과 관련된 다양한 논의를 흥미진진하게 펼쳐낸다.
저자는 우리의 눈이 카메라처럼 외부 대상의 이미지를 받아들이기만 하는 것일까, 라는 질문에서 이야기를 시작하여, 앎과 그 앎에 영향을 준 공동체의 지식 체계가 ‘본다는 것’과 어떻게 관련 있는지 차근차근 이야기를 풀어간다. 1515년 알브레히트 뒤러가 사람들에게 들은 대로 그렸던 코뿔소의 피부는 중세 기사의 갑옷과 꼭 닮아 ‘아는 대로 본다’는 말을 실감나게 ‘보여’ 준다. 반면 앎이 제대로 보는 것을 막는 사례도 무척 많다. 전혀 비슷해 보이지 않는 이집트 문자와 중국 문자의 기원이 같음을 증명하려 했던 영국 학자의 시도나 갈릴레이가 망원경으로 달 표면이 울퉁불퉁하다고 밝혔으나, 백여 년 동안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것도 같은 사례이다.
『본다는 것』은 망원경이나 사진기, 현미경 등 도구들로 인하여 이전과 다르게 보게 되었으며 이로 인해 사고체계도 달라졌음을 보여 준다. 더 많이 보게 되고 더 많이 알게 되었으나 그로 인해 더 자유로워진 것인지 묻는다. 또한 다른 사람과 거의 동시에 ‘함께’ 볼 수 있는 소셜 네트워크 시대에, 한 사물의 앞뒷면을 동시에 볼 수 없으며, 보려면 다른 행동을 멈추어야 하는 시선의 숙명은 어떤 고민거리를 던지는지 함께 생각해 보자고 한다. 텔레비전, 컴퓨터, 스마트폰에 이르기까지 넘치는 시각적 자극 속에서 자라난 우리 십대들에게 제대로 보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 해 주고, 오로지 자기 자신만의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시간이 왜 필요한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해 줄 것이다. 삶을 구성하는 말의 새로운 의미를 생각해 보는 ‘십대를 위한 인문학 너머학교 열린교실’ 시리즈의 여덟 번째 책이다.

눈과 뇌 사이에서 무언가가 작동한다 - 앎이 없으면 봄도 없다

‘본다’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는 아침에 눈을 떠 자명종을 보고, 재미없는 수업시간에는 창문 밖 하늘을 ‘바라보기’도 하고, 카페에서 친구의 얼굴을 ‘쳐다보기’도 하고,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기’도 하며, 그만 들여다보라는 부모님의 뒤통수를 ‘째려보기’도 한다. 그런데 만약, 자명종이, 스마트폰이 무엇인지, 그 친구가 누구인지를 모른다면 어떨까? 이 질문만으로도 ‘앎’과 ‘봄’이 깊은 관련이 있다는 것을 금세 알게 된다. 이로부터 시선에 대해 아주 많은 흥미로운 생각할 거리가 나온다.
『본다는 것』은 앎이 없어서 볼 수 없었던 여러 사례를 통해 앎, 지식체계가 본다는 것의 전제조건임을 보여 준다. 유럽에 처음 코뿔소가 왔을 때 어떻게 보였는지를 알게 해 주는 흥미로운 그림이 있다. 알브레히트 뒤러가 그것을 본 사람들에게 들어서 그린 코뿔소. 이 코뿔소는 중세의 기사처럼 두꺼운 앞가리개 같은 것을 차고 갑옷의 대갈못 같은 무늬가 있는 두꺼운 표피를 갖고 있다. 13세기부터 15세기에 그려진 서양의 해부도들은 사람의 내장기관을 동그란 원 몇 개로 달팽이처럼 그려 놓았다. 이처럼 우리는 자기가 아는 것의 의지해서 무엇인가를 본다.
그렇다면 알면 제대로 보는 것일까? 김남시 선생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어떤 앎이 제대로 보는 것을 막는 사례 또한 수없이 많다는 것이다. 18세기 존 니덤이라는 영국 학자는 중국 문자가 이집트 문자에서 기원했다는 것을 밝히기 위해 이시스의 흉상에 그려진 문자를 중국어와 대비시켜 해석하려고 했다. 중국의 문명이 유럽보다 오래되었다는 것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기에 생긴 일이었다. 또 갈릴레이가 망원경으로 달 표면을 보고, 울퉁불퉁한 그림을 그리자 모든 이들이 그럴 리가 없다며 반박했다. 달은 희고 매끈하며 아름다운 여신의 상징이었기 때문이다. 달 표면이 울퉁불퉁하다는 것이 받아들여지기까지는 무려 백여 년이나 걸렸던 것처럼 우리의 선입견과 관점은 새로운 것을 ‘보고서도’ 고집스럽게도 이어지는 것이다.

아는 것과 보는 것 사이에서 - 나 혼자 보는 것이 아니라 사회와 역사가 함께 본다

『본다는 것』은 이처럼 앎의 체계(패러다임, 혹은 사유체계)가 우리의 눈과 뇌 사이에서 해석하고 있음은 시선이 가진 다양한 가능성으로 이어진다고 말한다.
우선, 관습에서 벗어나 보기. 이를 자극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펼쳐온 것이 바로 예술이다. 르네 마그리트의 유명한 그림「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 이 작품에서 보이는 파이프는 진짜 파이프가 아니라 캔버스에 그려진 물감덩어리라는 것을 보라는 의도였다. 우리의 시선은 구름이나 껌 자국 등 어떤 것을 보더라도 무엇과 닮았다, 무엇의 ‘재현’으로 바라보기 마련이다. 인류는 아주 오랫동안 그렇게 바라보아 왔고 고대에서 중세까지 예술의 기본 바탕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렇게 ‘파이프가 아니다’라고 하는 글을 봄으로써 우리는 파이프도 보고 물감덩어리도 볼 수 있게 되었으며 우리가 볼 수 있는 것이 달라졌고, 풍부해졌다는 것이다. 플라톤의 이데아론에서부터 피카소를 비롯한 현대 미술의 미니멀리즘 이야기는 ‘본다는 것’의 풍부한 의미를 일깨워준다.
또한 우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도 있다. 지문이나 얼굴을 보고도 운명을 척척 알아맞히는 주술사 이야기는 언제나 재미있다. 뿐만 아니라 별을 보고 날씨를 읽어 낸 항해사나 나뭇잎을 보며 사냥감이 어디로 갔는지 읽어 낸 사냥꾼들처럼 인류는 보이는 것에서 보이지 않는 것을 ‘읽어’ 왔으며, 이는 인류의 생존에 필수적인 것이었다.
하지만 이것은 서양 중세의 믿음처럼 ‘신의 언어’를 읽는 신비라기보다는 삶의 현장에서 분투하는 사람들의 노력의 결과이며, 셜록 홈스처럼 부단히 관찰하고 노력한 결과 얻어진 능력이니 우리도 가질 수 있는 능력이라고 한다. 물론 그러려면 나의 시선과 앎이 어떠한지, 그것이 공동체와 역사에서 비롯되었으며 변화해 왔다는 점을 자각해야 할 것이다. 다르게 보기 위해 마음을 열어야 함은 물론이다.

사진기와 망원경은 시선을 어떻게 바꾸었나

시선이 앎과 밀접한 관련이 있고 그것은 공동체와 뗄 수 없으며 역사적으로 변화해 왔다는 것을 이야기하면서 짚어 보아야 할 또 한 가지가 시각 도구, 매체이다. 자연은 신의 창조물이며 눈에 보여야 한다는 굳건한 믿음을 갖고 있었기에 앞에서도 말했듯이 갈릴레이가 망원경으로 하늘의 별을 관찰하고 별의 개수가 10배는 많다는 것, 그리고 달 표면이 울퉁불퉁하다고 말한 것은 거의 백 년 동안이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또 하나의 예가 말을 그린 작품들이다. 문명이 만들어지면서부터 말을 길들이고 타 왔던 사람들은 말이 전속력으로 달릴 때 네 다리를 쫙 펴고 공중에 떠 있다고 믿었고 고대 그리스부터 19세기까지 사람들은 말을 그렇게 그려 왔다. 그러나 연속 사진을 찍어 본 결과 절반만 맞았다. 공중에 떠 있을 때가 있으나 그때 네 다리는 구부려 모아져 있었던 것이다. 이 사례는 시선이 역사적으로 규정된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것이기도 하지만, 이 사진 이후 말 그림을 다시는 예전처럼 그릴 수 없게 되었다는 단절이 생겼다는 것도 분명히 보여 준다.
이렇게 눈에 보이지 않던 것을 더 많이 보게 되었고 심지어 지구의 모습까지도 볼 수 있게 되었지만, 과연 세상을 다 본다고 믿었던 시대의 사람들보다 행복해졌을까? 카메라로 심령사진을 찍고 증명하려 하는 시도들이나 비디오카메라에만 찍히는 유령 이야기를 영화로 보며 더욱더 공포를 느끼는 것처럼 실은 더 불안해진 게 아니냐고 저자는 묻는다. 흔히 받아들이듯이 더 많이 알고 더 많이 보는 것이 결코 정말 잘 알고 잘 보게 되는 것은 아닐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일이다.

함께 잘, 본다는 것의 의미

마지막으로, 『본다는 것』은 우리의 시선이 가진 숙명을 생각해 본다. 한 번에, 동시에 앞뒷면을 볼 수 없으며 무언가 보려면 행동을 멈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 번 보고 다 보았다고 할 수 없기에 더 많이 보고 더 자주 보며 세상을 호기심으로 채워 가는 것은 좋은 일일 것이다. 그러나 두 번째의 숙명은 생각할 것이 아주 많다. 몇 년 전 뉴욕 포스트 1면에는 충격적인 사진이 실렸다. 지하철 선로에 떨어져 들어오는 열차를 보고 두려움에 떠는 사람의 사진이었다. 이 사진을 찍은 기자는 죽음 앞에 놓인 사람을 구해 주는 대신 사진을 찍었다. 이 사진을 보며 우리가 느끼는 충격과 수치심은 사람이라면 다른 이의 고통을 보기만 해서는 안 되며 보기를 멈추고 움직여야 한다는 마음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무언가를 보는 것은 분명 즐거움이나 슬픔이나 어떤 감정으로 연결된다. 아프리카의 굶주린 어린이나 시리아에서 죽어가는 이들을 사진을 볼 때 안타깝게 여기고 연민을 느껴 작은 도움이라도 주기 위해 행동하는 것은 좋은 일일 것이다. 그러나 ‘나는 아니라 다행이다’라는 것으로 그쳐 버린다면 이 사진들을 보는 것은 매우 옳지 못한 자족감만을 남기게 된다. 왜 그런 일이 벌어지게 되었는지를 생각하고 바로잡으려고 작은 실천이라도 한다면 어떨까?
김남시 선생은 스마트폰을 비롯한 첨단 기기들이 가져온 변화에 대해서 긍정적인 측면은 물론 부정적인 측면에 대해서도 함께 생각하자고 한다.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을 지구 반대편에 있는 친구가 거의 동시에 보고 ‘좋아요’를 누르며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게 된 오늘날은 일방적으로 주어지는 것만을 보아야 했던 시대와는 다른, 보다 민주주의적인 시선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이는 한편으로 누군가 나의 사진을 찍고 ‘올릴’ 수 있는 가능성이기도 하다. 인간으로 꼭 필요한 자기 자신만의 시선으로 자신을 볼 시간과 공간을 빼앗기고 빼앗을 수 있다는 것은 자율성을 침해함은 물론 더 나아가 치명적인 공격일 수도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눈으로 누군가를 바라보는 것 자체가 ‘소통’이라고 했던 발터 벤야민을 인용하며, 이제 눈을 들어 하늘을, 옆에 있는 사물이나 사람을 차분하게, 그윽이 바라보자고 한다. 그 시선이 갖는 아우라를 경험하며 자신이 어떻게 바뀌는지도 함께.

너머학교 열린교실 - 생각교과서 시리즈

‘너머학교 열린교실-생각교과서’ 시리즈는 십대 청소년들과 삶을 구성하는 ‘말’의 진정한 의미를 나누고, 아이들이 앞으로 살아갈 세계를 스스로 구성하는 데 바탕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기획되었다. 생각한다는 것, 탐구한다는 것, 기록한다는 것, 느낀다는 것, 읽는다는 것, 믿는다는 것 등의 말에 담긴 의미를, 먼저 공부하고 배운 대로 살고 있는 저자들에게 그 이야기를 십대들과 나누자고 했다. 학문 분야로 말하면 과학, 예술비평, 역사, 인권, 고전평론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공부 이야기이자 과학자, 역사가, 시민운동가, 평론가 등으로 살아온 흥미진진한 삶의 이야기들이 풍성하게 펼쳐지며 아이들과 나누는 명실상부한 열린 교실이 될 것이다.
첫 번째 책 『생각한다는 것』은 ‘2009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청소년저작발굴 및 출판지원사업 당선작’으로, ‘책으로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교사들(책따세)’의 2010 여름방학 추천도서에 선정되어 청소년을 위한 좋은 철학 입문서로 인정받았다. 뒤이어 출간된 『탐구한다는 것』 역시 호응을 받으며,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2010 제7차 청소년에게 좋은 책’ ‘2010 문화체육관광부 우수교양도서’ ‘2011 어린이도서연구회에서 뽑은 어린이 청소년 책’, 경기도 교육청, 서울시 교육청 추천도서에 선정되었다. 『기록한다는 것』『읽는다는 것』(2011 문화체육관광부 우수교양도서)『느낀다는 것』『믿는다는 것』『논다는 것』 역시 꾸준한 호응을 받으며 십대를 위한 인문학 책 시리즈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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