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빠르게 말하자면 나쁘지 않은 책이었다. 표지부터 시선을 확 사로잡아 살 수 밖에 없는 책이었는데 실제 표지는 하얗기만 해서 더 묘한 느낌을 주었다.
이 책은 브룬힐데 폼젤이라는, 히틀러와 조금은 연관이 있는 한 여성의 일대기를 써내린 책이다. 대체적으로 정말 좋았다.
이 책은 내가 과거에 한 짓을 자책하고 뉘우치는 게 아니라 당당하게 나는 아무것도 몰랐고 그저 묵묵히 내 의무를 수행했을 뿐이라고 호소하는 책이다. 작가 설명에 그녀의 젊은 시절 사진도 있는데 같은 사람이 맞나 싶으면서도 똑같은 것처럼 보여서 기분이 묘했다.
아무튼 난 이미 모두가 인정한 정확한 사실을 가지고 억지로 매달리면서 발악하는 인간들을 싫어한다. 그리고 초반까지는 이 책에 나오는 폼젤도 그런 인간 중 하나일 거라고 생각했다. 돈낭비 했다면서 후회하던 중에 이상하게도 이 사람은 변명을 하고 있다는 큰 불쾌감이 들지 않았다. 종종 너무 노골적인 변명이 보였던 것 같지만 그녀도 그 시대의 피해자란 말에 별다른 할 말이 없었다. 그렇게 묵묵히 보다보니 브룬힐데 폼젤이 더이상 세상에 없다는 것도 알게 됐다. 그때는 묘한 박탈감마저 들 정도였다.
엄청나게 소설같은 책이었다. 책의 첫 페이지에 픽션이라고 써져 있어야 할 것 같았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픽션이란 말은 없고 실화라는 말만 종종 보였던 것 같다.
한 마디만 더 덧붙이자면 이 책은 토레 D. 한젠이 엮은 책이다. 마지막 부분에서 토레 D. 한젠이 나와 이 책의 내용을 정리하는 식으로 이야기를 이어가는데 개인적으로 그 부분에서 매우 집중이 안 됐다. 분명 가치있고 중요한 얘기인 건 틀림없는 사실이지만 필력 때문인지 집중이 잘 안 됐다. 그래서 2점을 깎아 버렸다. 그만큼 이 책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깨뜨려 버렸고 결말이 구리니, 일시적으로 그냥 다 구려보였다.
지금은 다른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을 정도로 재밌는 책이었다.
폼젤의 얘기를 들으며, 드는 생각 2가지.
정말 몰랐을까. 국민이 뽑은 정부를 지지하는게 그땐 당연했지 않았을까.
2부 엮은이의 글들을 보며 부끄러웠다.
과거였다면, 나 또한 큰일날 사람이었던 것이다.
얼마전 초예측을 보고 맞다며 고개를 끄덕였었는데 참...
반성하며 마무리한다. 악의 펑범성을 다시금 되새겨본다.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