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리 탄생 100주년을 맞아 다산북스에서는 ‘이 시대의 낭만성’이라는 주제 아래 장편소설 『김약국의 딸들』, 『애가』, 『표류도』를 새로운 표지로 재구성한 <박경리 큐레이션 리커버> 프로젝트를 선보인다. 『김약국의 딸들』은 박경리를 세상에 각인시킨 작품이다.
책이 두꺼워 완독까지 시간이 꽤 걸릴 줄 알았는데 김약국의 가문 속으로 들어가자 이야기는 폭주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렇게 읽히기까지 나에게도 시공간적 배경이라는 진입장벽이 있었다. 지리적인 부분이나 사투리는 점차 적응할 수 있었지만, 시대가 시대인 만큼 당시의 사상이 매우 폭력적으로 느껴져서 눈살이 찌푸려지는 경우도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페이지는 술술 넘어갔다. 박복한 가정사 속에서도 각 인물은 저마다 개성 있게 살아 숨 쉬고 있어 이름이 비슷한 다섯 자매도 헷갈리지 않았다.
다만 마음에 걸리는 것은 이야기의 재미를 위해 인물들에게 끊임없는 불행을 안긴 것은 아닌가 하는 점이다. 물론 이야기 자체는 흥미진진해서 몰입하며 읽었지만, 비록 허구일지라도 고통받는 여성들을 보는 건 괴로웠다. 인물들이 각자의 시련 속에서도 실낱같은 희망 하나라도 발견하고 이겨내길 바랐는데 이야기의 마지막까지 그들은 상처투성이인 채 무기력하게 남겨진 듯하여 마음이 쓰리고 애잔했다.
이 책은 김약국의 다섯 딸들의 삶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샘이 많고 과부가 되어 스캔들에 휘말리는 첫째 용숙,
서울에서 공부한 이성적인 둘째 용빈,
머슴과의 부적절한 관계로 인해 아편쟁이에게 떠밀리듯 시집을 갔다가
폭력 속에서 살아가는 셋째 용란,
손끝이 야무지고 우직한 넷째 용옥,
그리고 그저 사랑스럽고 귀여운 막내 용혜.
서로 다른 성격과 삶을 가진 다섯 자매에게 차례로 비극이 찾아온다.
이 소설이 이렇게까지 비극적인 작품이었던가.
다 읽고 나니 끊임없이 이어지는 불행에 마음이 무거웠다.
수많은 비극을 겪고도 남겨진 용빈과 용혜가
이후 어떤 마음으로 살아갔을지 계속 생각하게 됐다.
무엇보다 안타까웠던 것은 이들의 비극이 개인의 잘못이라기보다
시대가 만들어 낸 비극이라는 점이다.
지금의 시선으로 보면 충분히 피할 수도 있었고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었을 것 같은 순간들이 많지만,
집안의 체면과 사회적 시선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해야 했다.
그렇게 자신의 삶보다 시대의 질서에 맞춰 살아가야 했던
딸들의 모습이 더욱 안쓰럽게 다가왔다.
모진 풍파를 겪은 딸들 가운데 용혜에 대한 이야기는 유독 많지 않다.
그래서인지 오히려 용혜만큼은 그 모든 불행을 비껴가
해사하게 웃으며 살아갔으면 좋겠다고 빌어본다.
260701
무제 유튜브를 보다가 꽂혀서 읽게 된 책.
통영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서 사투리가 많이 나온다. 낯선 단어들이 꽤 있었지만, 모든 표현을 정확히 이해한 것은 아니어도 문맥으로 충분히 유추할 수 있어서 전체적인 흐름을 따라가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었다. 오히려 문장 자체는 담백해서 생각보다 술술 읽혔다.
유튜브를 먼저 봤기 때문에 대략적인 내용을 알고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정말 누구 하나 편하게 사는 사람이 없는 비극적인 이야기였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충격적이어서 다 읽고 나서 한동안 멍하니 있었던 것 같다.
선한 사람도 얼마든지 불행해질 수 있다는 현실을 보여주는 소설이라, 운명을 믿지 않는 나조차도 ’정말 운명이라는 게 있는 걸까?’라는 생각을 한 번 더 하게 되었다.
누구 하나 안쓰럽지 않은 인물이 없지만, 개인적으로는 넷째 용옥이가 가장 마음에 남았다. 자기 삶을 한 번도 살아보지 못한 사람처럼 느껴져서 더 그랬던 것 같다. 절실한 기독교 신자였던 용옥이를 보면서는 마지막에 정말 “신이시여~~~ 용옥이에게 왜 이런 시련을 주시나이까~~~!!!!!“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당분간은 유튜브에 이것저것 찾아보게 될 것 같다.
평소 어둡고 우울한 분위기의 소설을 즐겨 읽는 편은 아니지만, 이 작품은 한 번쯤 꼭 읽어볼 만한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