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한강 지음 | 문학과지성사 펴냄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한강 시집, 문학과지성 시인선 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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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2013.11.15

페이지

168쪽

이럴 때 추천!

기분 전환이 필요할 때 , 불안할 때 , 이별을 극복하고 싶을 때 , 외로울 때 , 떠나고 싶을 때 , 답답할 때 , 에너지가 방전됐을 때 , 인생이 재미 없을 때 읽으면 좋아요.

상세 정보

“그게 왜 고통인 것인지 궁금했습니다”
연약한 우리가 회피하지 않고 바라봐야 할 고통

'문학과지성 시인선' 438권. 인간 삶의 고독과 비애,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맞닥뜨리는 어떤 진실과 본질적인 정서들을 특유의 단단하고 시정 어린 문체로 새겨온 한강의 첫 시집.

1993년 계간 「문학과사회」 겨울호에 시가 실리고 이듬해 「서울신문」에 단편이 당선되어 본격적인 창작 활동을 시작한, 2013년 올해로 등단 20년차인 한강은 그간 여덟 권의 소설 단행본을 출간하는 틈틈이 쓰고 발표한 시들 가운데 60편을 추려 이번 시집을 묶었다.

'저녁의 소묘', '새벽에 들은 노래', '피 흐르는 눈', '거울 저편의 겨울' 연작들의 시편 제목을 일별하는 것만으로도 그 정조가 충분히 감지되는 한강의 시집은, 어둠과 침묵 속에서 더욱 명징해지는 존재와 언어를 투명하게 대면하는 목소리로 가득하다. "말과 동거"하는 숙명을 안은 채 "고통과 절망의 응시 속에서 반짝이는 깨어 있는 언어-영혼"을 발견해가는 시적 화자의 환희와 경이의 순간이 빛-무늬처럼 고스란히 독자에게 전염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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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주

@songj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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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한강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읽었어요
6일 전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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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이

@jayuyi

<죽음과 탄생이 스치는 자리에서>

미리 밝혀둘 것도 없이
마크 로스코와 나는 아무 관계가 없다

그는 1903년 9월 25일에 태어나
1970년 2월 25일에 죽었고
나는 1970년 11월 27일에 태어나
아직 살아 있다
그의 죽음과 내 출생 사이에 그어진
9개월여의 시간을
다만
가끔 생각한다

작업실에 딸린 부엌에서
그가 양쪽 손목을 칼로 긋던 새벽
의 며칠 안팎에
내 부모는 몸을 섞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한 점 생명이
따뜻한 자궁에 맺혔을 것이다
늦겨울 뉴욕의 묘지에서
그의 몸이 아직 썩지 않았을 때

신기한 일이 아니라
쓸쓸한 일

나는 아직 심장도 뛰지 않는
점 하나로
언어를 모르고
빛도 모르고
눈물도 모르며
연붉은 자궁 속에
맺혀 있었을 것이다

죽음과 생명 사이,
벌어진 틈 같은 2월이
버티고
버텨 마침내 아물어갈 무렵

반 녹아 더 차가운 흙 속
그의 손이 아직 썩지 않았을 때

— 《마크 로스코와 나, 2월의 죽음》

엄마가 선물해 준 한강의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를 들고 몽골로 향했다. 드넓은 초원과 하늘을 배경으로 천천히 곱씹으며 읽고 싶었다. 그래서 일부러 이륙 순간부터 조금씩 아껴 읽었다. 여행지의 자연과 시가 겹쳐질 때, 더 큰 낭만이 찾아올 거라 믿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긴 이동 시간, 비포장도로, 빡빡한 일정 속에서 책을 펼 여유는 거의 없었다. 내가 그리던 낭만은 오지 않았다. 결국 완독의 순간은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이었다.

그제야 알았다. 내가 붙들고 있던 낭만은 ‘몽골’이 아니라 낯선 한강의 언어 자체였음을. 장소가 아니라 시인의 상상력이 나를 낭만으로 이끌고 있었음을.

가장 깊이 와닿은 시는 「마크 로스코와 나-2월의 죽음」이었다. 한강은 로스코의 자살과 자신의 탄생 사이의 9개월을 겹쳐 쓴다. 전혀 모르는 사람의 죽음을 이렇게 시적으로 연결할 수 있다는 사실에, 나는 다시 한 번 한강의 상상력에 감탄했다.

그러다 문득 내 생일을 떠올렸다. 3월 26일. 안중근 의사가 순국한 날과 같다. 물론 78년의 간극이 있지만, 한 사람의 죽음과 나의 탄생이 나란히 놓여 있다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다가왔다. 그것은 단순한 우연 같지만, 내 삶을 비추는 어떤 상징처럼 남았다.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한강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1주 전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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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이

@jayuy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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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한강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읽었어요
1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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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정보

'문학과지성 시인선' 438권. 인간 삶의 고독과 비애,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맞닥뜨리는 어떤 진실과 본질적인 정서들을 특유의 단단하고 시정 어린 문체로 새겨온 한강의 첫 시집.

1993년 계간 「문학과사회」 겨울호에 시가 실리고 이듬해 「서울신문」에 단편이 당선되어 본격적인 창작 활동을 시작한, 2013년 올해로 등단 20년차인 한강은 그간 여덟 권의 소설 단행본을 출간하는 틈틈이 쓰고 발표한 시들 가운데 60편을 추려 이번 시집을 묶었다.

'저녁의 소묘', '새벽에 들은 노래', '피 흐르는 눈', '거울 저편의 겨울' 연작들의 시편 제목을 일별하는 것만으로도 그 정조가 충분히 감지되는 한강의 시집은, 어둠과 침묵 속에서 더욱 명징해지는 존재와 언어를 투명하게 대면하는 목소리로 가득하다. "말과 동거"하는 숙명을 안은 채 "고통과 절망의 응시 속에서 반짝이는 깨어 있는 언어-영혼"을 발견해가는 시적 화자의 환희와 경이의 순간이 빛-무늬처럼 고스란히 독자에게 전염된다.

출판사 책 소개

심해의 밤, 침묵에서 길어 올린 핏빛 언어들
상처 입은 영혼에 닿는 투명한 빛의 궤적들


인간 삶의 고독과 비애,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맞닥뜨리는 어떤 진실과 본질적인 정서들을 특유의 단단하고 시정 어린 문체로 새겨온 한강이 첫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문학과지성사, 2013)를 출간했다. 1993년 계간 『문학과사회』 겨울호에 시가 실리고 이듬해 『서울신문』에 단편이 당선되어 본격적인 창작 활동을 시작한, 올해로 등단 20년차인 한강은 그간 여덟 권의 소설 단행본을 출간하는 틈틈이 쓰고 발표한 시들 가운데 60편을 추려 이번 시집을 묶었다. 「저녁의 소묘」 「새벽에 들은 노래」 「피 흐르는 눈」 「거울 저편의 겨울」 연작들의 시편 제목을 일별하는 것만으로도 그 정조가 충분히 감지되는 한강의 시집은, 어둠과 침묵 속에서 더욱 명징해지는 존재와 언어를 투명하게 대면하는 목소리로 가득하다. “말과 동거”하는 숙명을 안은 채 “고통과 절망의 응시 속에서 반짝이는 깨어 있는 언어-영혼”(문학평론가 조연정)을 발견해가는 시적 화자의 환희와 경이의 순간이 빛-무늬처럼 고스란히 독자에게 전염된다.

내가 가진 모든 생생한 건/부스러질 것들//부스러질 혀와 입술,/따뜻한 두 주먹//부스러질 맑은 두 눈으로//

유난히 커다란 눈송이 하나가/검은 웅덩이의 살얼음에 내려앉는 걸 지켜본다//무엇인가/반짝인다 (「저녁의 소묘 4」)

죽음에서 삶이, 어둠에서 빛이 탄생하는 아이러니

늦은 오후에서 한밤으로 건너가는 시간(저녁), 다시 한밤에서 날이 새기 직전의 시공간(새벽)에 주로 깨어 있는 시인은 “부서진 입술//어둠 속의 혀”로 “허락된다면 고통에 대해서 말하고 싶어”(「피 흐르는 눈 3」) 한다.

이 어스름한 저녁을 열고/세상의 뒤편으로 들어가 보면/모든 것이/등을 돌리고 있다//고요히 등을 돌린 뒷모습들이/차라리 나에겐 견딜 만해서 (「피 흐르는 눈 4」)

인간의 삶에 구체적이고 특별한 불행들이 생겨나기 이전, 시인은 “아직 심장도 뛰지 않는/점 하나로/언어를 모르고/빛도 모르고/눈물도 모르며/연붉은 자궁 속” “죽음과 생명 사이,/벌어진 틈”(「마크 로스코와 나」)에서 고통의 기원과 진실의 정체를 묻는다. 이를 위해 “어깨를 안으로 말고/허리를 접고/무릎을 구부리고 힘껏 발목을 오므려서”(「심장이라는 사물」) 자신의 피 흘리는 육체를 담보 삼는 일도 마다 하지 않는다.

누군가 내 몸을 두드렸다면 놀랐을 거야/누군가 귀 기울였다면 놀랐을 거야/검은 물소리가 울렸을 테니까/깊은 물소리가 울렸을 테니까/둥글게/더 둥글게/파문이 번졌을 테니까 (「눈물이 찾아올 때 내 몸은 텅 빈 항아리가 되지」)

몸속에 맑게 고였던 것들이/뙤약볕에 마르는 날이 간다/끈적끈적한 것/비통한 것까지/함께 바싹 말라 가벼워지는 날 (「해부극장 2」)

마르고 텅 비어가는 그 육체는 영혼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동지(同志)이기에 결국 영혼도 부서지고, 돌이킬 수 없는 상실감과 균열의 느낌은 어김없이 찾아든다.

어느/늦은 저녁 나는/흰 공기에 담긴 밥에서/김이 피어 올라오는 것을 보고 있었다/그때 알았다/무엇인가 영원히 지나가버렸다고/지금도 영원히/지나가버리고 있다고/밥을 먹어야지//나는 밥을 먹었다 (「어느 늦은 저녁 나는」)

그러나 시인은 이런 상실감과 슬픔에 앞도당하지 않고, 오히려 고통과 정면승부를 한다. 스스로에게 재우쳐 다짐하듯 뜨거운 열정으로 가득한 그 목소리는 어느 때보다 단오하다. 짐작건대 그가, 시집의 5부(‘캄캄한 불빛의 집’)에 실린, 대부분 시인의 20대에 씌어진 시들에서 목도할 수 있는 벅찬 숨결, 더운 핏줄, 열정적 사랑, 푸릇한 청춘의 시절을 통과해왔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정면을 보며 발을 구를 것/발목이 흔들리거나, 부러지거나/리듬이 흩어지거나, 부스러지거나//얼굴은 정면을 향할 것/두 눈은 이글거릴 것/마주 볼 수 없는 걸 똑바로 쏘아볼 것/그러니까 태양 또는 죽음,/공포 또는 슬픔//그것을 이길 수만 있다면/심장에 바람을 넣고/미끄러질 것, 비스듬히 (「거울 저편의 겨울 9―탱고 극장의 플라멩코」)

薄明 비껴 내리는 곳마다/빛나려 애쓰는 조각, 조각들//아아 첫 새벽,/밤새 씻기워 이제야 얼어붙은/늘 거기 눈뜬 슬픔,/슬픔에 바친다 내/생생한 혈관을, 고동 소리를 (「첫 새벽」)

삶을 관통하는 불꽃같은 고통, 가슴 시린 한강 언어의 기원

이제 “얼음의 종이를 통과해/조용한 저녁이 흘러”(「저녁의 소묘 3」)들 때, 어둠 속에서 건너가보는 꿈속에서, 거울 저편의 정오나 혹은 거울 밖 검푸른 자정에서 “동그랗게 뒷걸음질 치는”(「심장이라는 사물」) 혀를 이용해 시인이 닿고자 하는 것은 순수한 언어, 삶의 본질, 고통과 절망 너머의 어떤 절실함과 회복의 풍경들이다.

내 안의 당신이 흐느낄 때/어떻게 해야 하는지/울부짖는 아이의 얼굴을 들여다보듯/짜디짠 거품 같은 눈물을 향해/괜찮아//왜 그래,가 아니라/괜찮아./이제 괜찮아. (「괜찮아」)

이제/살아가는 일은 무엇일까/물으며 누워 있을 때/얼굴에/햇빛이 내렸다//빛이 지나갈 때까지/눈을 감고 있었다/가만히 (「회복기의 노래」)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에는 침묵의 그림에 육박하기 위해 피 흘리는 언어들이 있다. 그리고 피 흘리는 언어의 심장을 뜨겁게 응시하며 영혼의 존재로서의 인간을 확인하려는 시인이 있다. 그는 침묵과 암흑의 세계로부터 빛나는 진실을 건져 올렸던 최초의 언어에 가닿고자 한다. 이 시집은 그간 한강 문학을 이야기할 때 언급돼온 강렬한 이미지와 감각적인 문장들 너머에 자리한 어떤 내밀한 기원-성소에 한 발 가까이 다가가는 주춧돌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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