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드레 지드의 『지상의 양식』은 하나의 완벽한 서사를 가진 소설이라기보다는, 삶을 대하는 태도에 관한 열정적인 외침이자 시적인 산문집입니다. 이 책은 ‘나타나엘’이라는 가상의 인물을 상대로 저자가 끊임없이 말을 건네는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지드는 나타나엘에게 세상의 모든 관습과 도덕, 그리고 과거의 유산으로부터 스스로를 해방하라고 촉구합니다. 📖
작가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소유’가 아니라 ‘느낌’이라고 강조합니다. 인간은 무언가를 가지려 할 때 오히려 그것
내면의 시이며, 에세이, 자서전인 책. 아름다운 비유와 상징, 삶의 아름다운 감성이 묻어나는 책.
형광펜으로 쭉 색칠할 만한 책.
"인간이 행복해지기 위하여 태어났음을
물론, 자연의 모든 것이 가르쳐주고 있거늘."
"이 책을 읽은 뒤 던져 버려라, 다 불태워 버려야 한다. 그리고 밖으로 나가라. 나를 떠나라"
원제는 'The fruits of the earth'로, 직역하자면 '지상의 과일'이다. 소설 시작 전 맨 처음 인용한 문장은 '여기 우리가 지상에서 먹고 자양을 얻었던 과일들이 있다.' 라는 코란 2장 23절인데, 지드는 이 문장을 '이 지상이 이미 낙원의 시작이니 지금 당장 여기서 행복해지자'로 해석했다고 한다. 즉 '천국의 과일'로 은유되는 이상적 행복도 중요하지만 '지상의 과일'이라 할 수 있는 현실적 행복의 중요성을 강하게 어필하는 글이며, 우리가 잘 알고있는 Carpe diem의 개념과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고 생각된다.
꼭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이 책의 형식을 규정하는 것은 매우 애매하다.
철학서, 여행기, 일기, 서사시? 아마도 자전적 소설 정도로 타협을 하는 것이 가장 적절해 보인다.
한 평론가는 "이것은 시도 소설도 아닌, 유일무이한 예술적 표현이 되기를 바라는 책." 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지상의 양식'과 '새로운 양식', 이렇게 두 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전자는 28세 때 발표되었고, 후자는 그로부터 38년 후의 노년에 발표됐다고 한다.
특히, 20대 젊은 지드의 주장이 상당히 공격적이고 단정적이다.
예컨데, 지드는 반복해서 책들을 불태워 버리라고 말한다. 화석화된 생각을 버리고 스스로의 경험과 단련을 통해 자기만의 사고를 정립해야 한다는 것으로 읽히지만, 모든 것을 온전히 동의하기는 어렵다.
즉, 저자의 경우는 이미 많은 책들을 통해 다양한 간접경험을 한 후이니 이런 주장이 가능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자신만의 사고와 행동을 만들어낼 수 있는 수준만큼 가는데 책은 무용한 것이 아니다. 아무 것도 읽지 않고 모든 책들을 불태울 수는 없다. 인간은 물리적 시간을 극복할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에 직접 하는 경험과 사고는 시간적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2층에 올라갔으면 사다리를 차버려라.", "강을 건너고 나면 배를 버려라." 정도로 이해하면 될 듯하다.
어쨋든, 중요한 것은 내 생각이지 남들의 생각이 아니라는 것은 분명하다.
반면, 한번쯤 생각해 봐야 할 것은 내 생각과 가치관 중 과연 온전한 내것이 있을까 하는 진지한 질문이다.
전반부 상당부분의 글들은, 문장 전체가 하나의 '시'다. 또한 많은 문장들이 아포리즘 그 자체이다.
아름답고, 통쾌하고, 사색적이고, 감각적이고, 자유롭다.
(인상 깊은 문구)
-배운 것을 비워버리는 그러한 작업은 느리고도 어려웠다. 그러나 그것은 사람들로부터 강요당했던 모든 배움보다 나에게는 더 유익하였으며, 진실로 교육의 시작이었다.
-생각해 보면 선택이란 어떤 것이든 무서운 것이다. 의무를 인도해 주지 않는 자유란 무서운 것이다.
-선택을 해야만 한다는 것이 나에게는 언제나 견딜 수 없는 일이었다. 선택이 내게는 고르는 것이라기 보다는 고르지 않은 걸 버리는 것으로만 보였다.
-나타나엘이여, 그대의 마음 속에서 기다림은 욕망마저도 아니어야 하고 다만 무엇이든지 받아들이기 위한 한갓 마음의 준비여야 하리니.
-신을 기다린다는 것은 그대가 이미 신을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함을 뜻한다. 신을 행복과 구별하여 생각하지 말고 그대의 온 행복을 순간 속에서 찾아라.
-저녁을 바라볼 때는 마치 하루가 거기서 죽어가듯이 바라보라. 그리고 아침을 바라볼 때는 마치 만물이 거기서 태어나듯이 바라보라.
-그대의 기쁨들을 미리부터 준비하지 말라. 차라리 준비되어 있는 곳에서 어떤 '다른' 기쁨이 그대 앞에 불쑥 내닫게 된다는 것을 알라.
-"잘됐군" 하고 말할 수 없는 경우에는 "할 수 없지." 하고 말하라. 거기에 행복의 커다란 약속이 있다.
-그대를 닮은 것 옆에 머물지 말라. 결코 머물지 말라. 주위가 그대와 흡사하게 되면, 또는 그대가 주위를 닮게 되면 거기에는 이미 그대에게 이로울 만한 것이 없다. 그곳을 떠나야만 한다.
-오! 그대가 바라는 것이 그대가 만질 수 있는 것이기를. 나타나엘이여, 그러니 보다 더 완전한 소유를 찾지 말라. 나의 감각의 가장 감미로운 즐거움은 목마를 때 목을 축이는 것이었다.
-눈이 생명을 품어 보호해 준다는 건 알지만 생명은 눈을 녹이고서야만 살아날 수 있잖아.
-욕망 하나가 저녁마다 내 머리맡에 와 앉아 있었어. 새벽마다 눈을 떠보면 거기에 있어. 밤새도록 나를 지켜보고 있었던 거야. 나는 걸었어. 내 욕망을 지치게 하고 싶어서. 지친 것은 나의 육체뿐이었어.
-너는 말하곤 했다. 봄이 되면 우리 서로를 가지자고.
-행복해질 필요가 없다고 굳게 믿을 수 있게 된 그날부터 내 마음 속에 행복이 깃들기 시작했다. 행복해지기 위해서 내게 필요한 건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굳게 믿게 된 그날부터.
-스스로 행복해질 수 없는 자는 남의 행복을 위하여 그 어떤 일도 할 수 없다. 나는 나 자신 속에 행복해야 할 절박한 의무를 느낀다.
-내가 신을 생각하기를 멈추면 신은 존재하기를 멈추는 것이었다.
-나는 인간 역사의 교훈이란 별로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언제나 우연적인 것일 수밖에 없다.
-인간 자신을 제외하고는 이 세상의 어느 것 하나 비인간적이지 않은 것이 없다.
-믿는 것을 그치고 앎을 얻도록 하라.
-사람들이 그대에게 제안하는 바대로의 삶을 받아들이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