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과의사 이국종이 눌러쓴 17년간의 삶과 죽음
‘골든아워’ 60분에 생사가 달린 목숨들, 그리고 그들을 지키는 사람들의 이야기“피는 도로 위에 뿌려져 스몄다. 구조구급대가 아무리 빨리 사고 현장으로 달려가도 환자는 살지 못했다.
(……) 병원과 병원을 전전하다 중증외상센터로 오는 환자들의 평균...
19. 8. 14
사회가 의사에게 기대하는 바는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의사가 방대한 의학지식을 갖춰야 하는 이유는 단순히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그것이 남의 생사에 깊숙이 관여하는 자로서 갖춰야 할 최소한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그 기본을 다지기 위한 의과대학 시절의 교육 과정은 살인적이다. 학업의 양마저 주어진 시간 안에 마칠 수 있는 것이 아닌 탓에 의과대학 시절은 한계에 부딪치고 깨질 수밖에 없다. 좌절과 실망을 기본값으로 삼아 겸손해져야 하는 때다. 그러나 고등학교 시절까지 늘 잘하는 축에 속했던 학생들이 이 사실을 받아들이기란 쉽지 않다. 그 지옥을 건너며 많은 학생들이 방황하고 좌절하다 진급하지 못하고 나가떨어졌다. 한두 차례의 유급은 극복이 가능하지만 낙오가 거듭되면 정신적으로 의대학업을 지속하기 어렵다.
공부만 한다고 의사가 될 수 있는 것 또한 아니다. 졸업 전 수많은 개별 성적사정위원회의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여기에서 진급과 유급이 가려지고, 최종적으로 의사 국가고시를 치를 자격이 부여된다. 성적사정위원회의 시험은 학생이 의사가 되어 합법적으로 환자의 몸에 손을 댈 수 있는지에 대해 확인하는 절차다. 이 모든 과정을 거쳐 의사가 된다. 성정사정위원회의 시험은 학생이 의사가 되어 합법적으로 환자의 몸에 손을 댈 수 있는지에 대해 확인하는 절차다. 이 모든 과정을 거쳐 의사가 된다고 해도 고작 다시 '출발선'에 서는 것뿐이다.
의사가 되어 환자를 정확히 진찰하고 적절히 치료하는 실제 업무는 시험과는 차원이 다르다. 시험문제 한두 개 틀린다고 유급되지 않는다. 그러나 실제 의료 과정에서는 한 번의 실수가 한 사람의 생사를 가르고 그 주변 인생에도 영향을 미치며, 의사 본인도 그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학생 시절에는 절대 알 수 없는 업의 무게다. 의사와 환자는 공동체적 운명을 가진 것과 같아서, 진단과 치료가 잘못되면 의사 역시 벼랑 끝으로 내몰린다. 이런 개별적 증례가 쌓여 의사 개인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진다. 이것이 의사가 돼서도 공부와 연구를 지속적으로 해야 하는 이유다. 이 모든 것은 끊임없이 밀려오는 환자들을 받아내는 가운데서도 이루어져야만한다. 어느 임상과든 의료현장은 전쟁터와 같고 전장에서 버텨나가는 그 내공은 의과대학 시절부터 길러지므로, 의과대학 학생은 가혹한 학업 과정을 견디며 제 근간을 다져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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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모두 늙어사는 것과 그 끝에 있는 죽음을 두려워한다. 사람이 나이를 먹으면 만성질환으로 병치레하기 마련이고, 수많은 의료인들은 거기에 기대 생계를 유지한다. 각종 뉴스에 암, 알츠하이머, 당뇨 등에 탁월하다는 기적 같은 약품이 보도 될때마다 나는 신기루를 보는 것 같았다. 의사들이 더 잘 안다. 나이를 먹으면 얼굴이 늙어가듯, 몸의 내장기관들도 낡고 고장 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인간은 대체 부품이 없는 존재다. 고장 나고 문제 있는 장기들을 갈아치우지 못하므로 '약발'로 보완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다. 만성질환은 노화와 죽음으로 가는 자연적인 과정이어서, 재원을 아무리 쏟아부어도 밑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것과 같다. 개발도상국의 평균수명과, 엄청난 의료비를 쏟아붓는 선진국들의 평균수명을 비교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그런데도 의료계의 재원이 만성질환에만 집중되는 한국의 현실은, 현실 정치와 일반 국민 그리고 의료계의 합작품으로 보인다.
이국종 교수님과 그의 팀원들의 노고에 감사를 드립니다.
눈물과 함께 중중외상환자들의 사연을 접하며 실상을 느꼈고,
분노와 함께 현재 대한민국의 현실도 목도하였습니다.
저 또한 몸 담고 있는 조직의 다르지 않은 현실에 참담한 심정이지만,
'최선을 다해 무감각하게' 진일보 해보자 다짐해 봅니다.
읽다보면 반복되는 도전과 실패, 좌절.
앞을 가로막는 장애물들로 인한 답답함을 느낄 수 있는 책이었다.
그의 성격을 알 수 있는 덤덤한 문체에서 나오는 안타까움이 더 마음을 저리게 만드는 것 같다.
권역외상센터에서 이국종교수님이 십몇년동안 더 많은 환자들을 구하기 위해 발버둥치고 선진국형으로 만들고자 하는 노력들이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잠시 반짝 관심을 끌었다가 조용히 흐지부지 되면서 바로 옆에서 느꼈을 그의 고통이 안타까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과 그와 함께 같은 길을 걷는 그들이 있음에 책에 나온, 그리고 나오지 않은 여러 환자들을 구할 수 있었고 멀리서나마 그를 지지하고 존경해하는 사람이 있음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며칠 전에 이재명 경기도지사님이 의료용 전용 헬기를 마련해주셨고 그에 화답하는 그의 밝은 미소를 유튜브로 봤는데 그 때 본 책에서의 암울함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었던 것 같다.
우리나라의 고질적 문제를 두권의 분량으로, 의료계에서의 그의 생각들을 통해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어서 안타까웠다. 그가 마주하는 환자들이 곧 나와 내 가족과 지인들이 될 수 있음을 생각하고 내일은 오늘보다 상황이 나아지기를 바라고 그가 가고자 하는 길에 응원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