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줄거리는 독재자 리아민이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소설가 박상호에게 자신의 전기 집필을 의뢰하고, 박상호가 전기를 집필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욕망에 대한 이야기이다.
제8회 혼불문학상 수상작으로 책의 후반부에는 심사위원들의 심사평이 자세히 실려 있다. 그래서 책을 읽고 난 후의 나의 소감과 심사평을 비교해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어쩌면, 문제지를 잘 풀었다는 기분을 느낄 수도 있을것이다.
제목에서부터 이미 몇 가지를 짐작 할 수 있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 독재자라는 것.
그 대통령이 국민에게 보여지는 모습과 실제 모습이 다르다는 것.
독재자의 모습은 우리가 예상했던 대로 표현되어진다. 하지만,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정말 이 리아민 대통령이 독재자인가? 라는 의문을 갖게 되었다.
우리는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라는 말을 종종 사용한다. 자신이 어느 위치에 있느냐에 따라 행동과 생각이 달라지는 것은 이미 모두에게 받아들여진 사실이기도 한다.
이 책의 진짜 독재자는 리아민 대통령이 아니라, 소설가 박상호라고 생각된다. 소설가로서 뿐만 아니라 사람으로서의 욕망을 버리지 못하고 끝까지 붙잡고 결국에는 그 욕망이 무엇이었는지,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도 인지하지 못하게 되는 그러한 상태의 인간.
그런 인간이 진짜 독재자 아닐까.
"이 아둔한 놈아! 제발 주제 파악을 하란 말이야. 네 글에선 정작 주인공인 나는 잘 보이지가 않아. 이 나라의 지도자상에 걸맞도록 뭔가 위대하면서도 한편으론 따뜻한 심장을 가진 인간적인 면모를 드러내야 하는데, 그게 도통 읽히지가 않는다고. 그저 구질구질한 보통 사람의 모습만 있을 뿐이지. 도대체가 자잘한 에피소드가 너무 많아. 비유와 묘사도 마찬가지야. 작가적 기량을 뽐내기 위해서 안달이 난 한심이가 바로 너야. 넌 내 글로 출세하고 싶어서 목을 맨 놈에 불과해. 멍청한 놈 같으니라고!" (p.265)
얼마 전, 내 책장에 꽂혀 있던 한 작가의 책이 몽땅 쫓겨났다. 나름 내가 애정하는 작가여서 출간되는 족족 사들이고, 선물도 하고 그랬었던 책이었다.
처음에는 내 책장 가장 한가운데에.
그 다음에는 가장자리로 옮겨졌다가 결국 퇴출 되고 말았다. 왜 그래야만 했을까.
나는 작가란 펜으로 사람을 살릴수도 있고, 죽일 수도 있는 무시무시한 힘을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 작가가 정치적 발언을 하기 시작하고, 정치에 참여하고, 명확하지 않은 사실들을 기사화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 작가는 펜으로 사람을 죽이는 작가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별을 고한 것이다.
소설가 박상호가 바랐던 욕망은 소설가로서의 과거의 명성을 다시 얻는 것 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너무 경솔했다. 작가로서의 펜의 위험성을 알지 못했던 것 같다. 안녕 박상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