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속의 그림책을 어린이가 아닌 어른이 읽으며 마음 치유의 도구로 활용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책이 출간되었다. <마음이 머무는 페이지를 만났습니다>는 자존감, 욕구, 용서 등 다양한 주제를 가진 그림책 25권을 소개하며 '삶의 주인공으로 살기 위한 방법'을 제시하는 에세이다.
엄마가 되고 나서 알게 된 귀중한 것 한 가지가 바로 그림책이다. 그림책이라는 존재를 모르고 자라서인지, 어른이 되어 만난 그림책 세계는 신세계다. 이 책은 그런 그림책을 어른을 위한 그림책으로 만날 수 있는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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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있는 책은 어떤 상황에서 읽으면 좋겠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는 데, 이 책은 오후 늦게 방 한구석에서 쪼그리고 혼자 조용히 읽어야 할 책 같다.햇살 좋은 날, 햇살이 스미는 방 한 구석에서 나만의 책으로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는 독서를 하면 좋을 책이다. 읽다가 실컷 울어도 상관없고, 실컷 끼적여도 상관 없는 그런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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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게 그림책을 읽어 주다가 마음에 드는 책들을 많이 만난다. 그림책이라는 것이 그림으로 많은 이야기를 하는 책이지, 아이들 만을 위한 책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 아이들 수준의 책이라는 것이 아니라, 맑고 순수한 눈으로 전하는 의미 있는 이야기이다. 정말 ‘나이를 불문’하는 책이란 유명한 베스트 셀러보다는 그림책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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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에 압축되어 있는 내용은 꽤나 의미심장하다. 그래서 가끔 놓치고 보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다시 한 번 돌아보고 깜짝 놀랄 때도 있다. 이런 의미도 찾을 수 있구나.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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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책을 읽을 때는 같은 책을 몇 번이고 내리 반복해서 읽는다. 그 때마다 다른 부분을 읽기도 하고, 즐기는 부분을 기대하고, 새롭게 읽는다고 한다. 어른들은 그 정도의 마음을 가지진 못하겠지만, 적어도 각각의 처한 상황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읽어 낼 수 있을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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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을 때마다 달라지는 그 마음을 그대로 느껴야 한다. 그리고 그 때 그 때 아마 다른 질문들을 던지게 될 것이다.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아도 상관없다. 그림책을 있는 그대로 생각하고 느낄 수 있어도 좋을 것이다. 무엇이든 떠오르면 더 좋을 지도 모르겠다. 그 마음이 지금 내 마음 속에 숨겨져 있던, 내가 모른 척 했던, 혹은 나도 몰랐던 이야기들을 전해줄 용기가 생겼을 지도 모르니까. 그렇게 우리는 우리 스스로에게 한 발작 더 다가갈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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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이야기들은 꼭 그림책이 아니라 어떤 책에서든 가능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긴 시간을 내지 않아도, 크게 글을 읽어가며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그저 눈 도장을 찍는 것만으로도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 그림책의 가장 큰 장점이다. 게다가 좋은 그림까지 음미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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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머문다는 것은 마음이 동한다는 것이다. 그림책을 눈에 담다가 어느 순간 자신의 감정이 빼꼼히 고개를 내밀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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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무시하고 눌러버려도 되는 감정이란 없다. 어느 하나 소중하지 않은 나의 파편이 없을 수 없다. 그러니 그림책을 보는 동안 용기 내어 나타난 나의 감정을 보듬어 줄 수 있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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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을 통해 자신만의 위로 방식 하나를 찾을 수 있길 바란다. 그림을 통해 더 없이 긍정적인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면 좋고, 혹시라도 몰랐던 나의 모습을 찾게 된다면 보듬어 주고 격려해주고 안아 줄 수 있길 바라는 것이다. 저자가 힘들 때마다 힘이 되어 준 그림책이 우리에게도 하나의 수단이 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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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마음 편히 기다려 줄 수 있는 것도 엄마의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조급한 마음이 역력한데도 기다려줘야 한다는 생각만으로 바라보고 있다면 그것도 아이에게는 부담이 되리라. 정말 언젠가는 자신의 뜻을 펼칠 수 있을 거라는, 언젠가는 자신의 의지대로 해낼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사랑을 주며 기다린다면 우리 아이가 자신만의 길을 갈 수 있으리라 믿는다. 아주 작은 씨앗이 커다란 나무가 될 수 있다는 믿음을 주어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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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권의 그림책 중 이미 읽은 것도 있었다. 크게 신경 쓰지 않았던 그림책들도 새삼 눈에 들어왔다. 이 책을 읽고 나를 돌아볼 수도 있었고, 우리 아이가 어떻게 그림책을 볼 지도 기대된다. 함께 더 많은 그림책을 만나며 서로를 안을 수 있는 사이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