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산세계문학총서 150권. 수많은 이명(異名)으로 시, 소설, 희곡 등 다양한 원고를 남기고 떠난 포르투갈 최고의 천재 시인 페르난두 페소아. <내가 얼마나 많은 영혼을 가졌는지>는 페소아가 본명으로 쓴 시 81편을 엮은 시선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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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내가 얼마나 많은 영혼을 가졌는지 (페르난두 페소아 시가집) 내용 요약
페르난두 페소아는 포르투갈 문학을 대표하는 거장이자, 현대 문학사에서 가장 독특한 시인으로 평가받습니다. 이 시집은 그가 평생에 걸쳐 창조해낸 다양한 '이명(Heteronym)'들이 쓴 시들을 엄선하여 담아낸 결정판입니다. 페소아는 한 명의 인간 속에 단 하나의 자아만 존재한다는 통념을 거부했습니다. 그는 자신을 여러 개의 가면을 쓴 배우처럼 다루며, 각기 다른 성격과 철학을 가진 이명들을 통해 인간 존재의 파편화된 진실을 탐구했습니다. 🎭
아, 무대와 픽션 속에 산다는 것!
실재(實在)가 그저 무대 배경이라는 것!
그리고 모든 감각마다 음악을 곁들인 채
거짓을 통과하는 걸 느끼는 것!
시간과 팔 그리고 소유 가능한 것들에 대한
욕망을 가진 서민들과는 거리가 먼,
절대적인 무대의 왕국에서, 인생에서 집을 가질
끈도, 존재할 이유도 없이!
무대 뒤의 현실도
누군가 보는 진짜 현실도 아닌
그저 무대와 배우들만 진짜인
우리 각자가 누군지를 떠나 가면들처럼 진짜인.
왜나하면 인생은 지나가고, 이해할 수 없고 평범하기에•••
사물의 존재 이유는 아무것도 설명하지 못하니•••
꿈꾸는 이처럼 보는 것의 천국! 오 영혼, 너를 빨아들인다
황홀한 플루트의 영원한 무대의 최면 속으로.
- ‘“아, 무대와 픽션 속에”’, Fernando Pessoa
내가 꿈꿔온 시간은
인생에서 몇 년간이었던가!
아, 내 과거의 얼마만큼이
내가 상상한 미래에 관한
거짓 인생뿐이었던가!
여기 이 강변에서
이유 없이 평정하네.
이 텅 빈 흐름은
그려낸다, 익명으로 차갑게,
실패 속에 산 삶을.
이룬 게 거의 없는 희망!
어떤 기대가 기회만 한 가치가 있을까?
어린애의 공 하나도
내 희망보다 높이 오르고,
내 욕망보다 더 구르지.
강변의 물결, 어찌나 잔잔한지
너희는 물결조차 아니지,
시간들, 하루들, 해들, 빨리도
흘러간다 - 같은 태양이 죽게 만드는
신록 또는 눈.
난 가지지 않았던 걸 모두 써버렸다.
난 실제보다도 더 늙었다.
나를 지탱하던 그것, 환상은
오로지 무대 위에서만 여왕,
벗어버리자, 왕국은 끝났다.
천천히 흐르는 가벼운 물소리,
지나친 강변에 게걸스럽게,
안개 낀 희망들의
나른한 기억들이라니!
삶과 꿈은 어떤 꿈들인가!
난 인생에서 뭘 했는가? 나 자시을 찾은 건
이미 길을 잃은 때였지.
인내심을 잃고 날 포기해버렸지
마치 자신에게 기각된 데에서
고집을 부리는 미치광이를 대하듯.
흘러야 하기에 흐르는
부드러운 물의 죽은 소리,
기억들뿐만 아니라 죽은 희망들도
데려가거라 -
결국은 죽어야 하기에 죽어버린.
나는 이미 미래의 사자(死者).
오로지 꿈만이 나를 나와 이어준다 -
내가 되었어야 하는 것의
늦어버린 모호한 꿈 - 버려진
내 정원의 담장.
지나간 파도여, 날 데려가다오
바다의 망각에게로!
내가 되지 않을 것에게, 물려주어다오
짓지 않은 집을
비계로 에워싼 내게.
- ‘비계(飛階)’, Fernando Pessoa
이런 종류의 광기
재능이라고 부르기엔 부족한,
어두운 생각의 혼란 속에 있을 때,
내 안에서 빛나는 그것.
내게 행복을 가져다주진 않는다.
왜냐하면, 결국, 이 도시엔
언제나 태양 혹은 그늘이 있을 테니까,
하지만 내 안에는 뭐가 있는지 모르겠구나.
- ‘“이런 종류의 광기”’, Fernando Pessoa
수면에 맴돈다
하나의 진동,
흐릿한 슬픔이 있다
나의 심장 속.
산들바람 때문도 아니고
다른 무엇 때문도 아니다
망설이고 파닥거리는
이 진동을 일으키는 건,
내가 어떤 고통을
느껴서도 아니다.
나의 영혼은 불분명하다,
무엇을 원하는지 모른다.
그것은 고요한 아픔,
보이기에 고통스러운.
난 너무나 슬프구나!
무엇 때문인지 알았다면•••!
- ‘“수면에 맴돈다”’, Fernando Pessoa
자유로우면서, 진실되지 않고 싶어,
믿음, 의무 또는 자리 따위 없이.
감옥은, 사랑이라 해도 싫어,
날 사랑하지 말기를, 난 싫으니.
내가 거짓말 아닌 걸 노래할 때나
일어난 일에 대해 울 때,
그건 내가 느낀 바를 잊어버렸고
내가 내가 아니라 여기기 때문이야.
나 자신으로부터도 나그네 신세
나는 산들바람에서 음악을 따네,
방랑하는 나의 영혼 자체
그것은 한 곡의 여행 노래
그렇게 커다랗고 차분한 효과가
존재할 아무런 이유도 없는데
어떤 권리처럼 빈 하늘에서 떨어지네
어떤 의무처럼 이 타락한 땅으로.
죽은 비는 아직도 적시네
갠 하늘의 어둑해진 땅을,
그리고 나는, 젖은 옷을 입고
때맞춰 사회적인 모습을 갖추네.
- ‘“자유로우면서”’, Fernando Pessoa
나도 안타깝다 대답 없이.
하지만 결국 내 잘못은 아니지
네가 사랑한 내 안의 딴사람에게
내가 부응하지 못하는 게.
우리 각자는 모두 여러 사람이지.
내게 난 내가 생각하는 나,
남들에게는 - 각자 느끼는 대로
판단하겠지, 그리고 그건 엄청난 착오지.
아, 다들 날 좀 조용히 내버려둬.
날 꿈꾸지도, 딴사람으로 만들지도 말아.
나도 나를 찾고 싶지 않다는데,
남들이 나를 찾길 원하겠어?
- ‘“나도 안타깝다 대답 없이”’, Fernando Pessoa
존재만으로도 놀랍다.
큰 키, 짙은 금발.
그녀의 반쯤 성숙한 몸
볼 생각만으로도 기쁘다.
그녀의 봉긋한 가슴은
(만약 누워 있다면)
새벽이 없이도 동이 틀
두 개의 언덕 같다.
하얀 팔의 손은 펼쳐진
손바닥으로 이어져
소복한 허리춤 위
가려진 굴곡에 자리하네.
배 한 척처럼 탐이 나.
어딘가 귤 한 쪽 같은 데가 있어.
아 욕망아, 난 언제 승선할까?
아 배고픔아, 나는 언제 먹어볼까?
- ‘“존재만으로도 놀랍다”’, Fernando Pessoa
나를 사랑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네.
잠깐만, 있긴 있구나, 하지만
믿지도 않는 것에 대해
확신을 갖기는 힘든 법.
불신 때문에 믿지 못한다는 게 아니야,
왜냐하면 난 알거든, 나를 좋아한다는 걸.
내가 생겨먹은 게 그래서 안 믿는 것
그리고 그런 존재를 고집하는 것.
나를 사랑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이 시가 존재하기 위해
나는 강제로 겪어야 하지
이 쓰라림의 느낌을.
사랑받지 못하는 이 슬픔!
황량한 나의 마음!
기타 등등, 그리고 내가 생각해둔
시는, 그걸로 끝.
느낌은 또 다른 문제•••
- ‘“나를 사랑하는 사람은 아무도”’, Fernando Pessoa
사람들은 나의 흉내며, 거짓말이라고 한다
내가 쓰는 모든 것이. 아니다.
나는 그저 느낄 뿐이다
상상을 통해.
마음은 쓰지 않는다.
내가 꿈꾸거나 겪는 것 모두,
내게서 실패하거나 끝나는 것,
그것은 다른 무언가 위의
옥상 같은 것. 바로 그
무언가가 아름다운 것.
그래서 나는 가까이 있지
않은 것 가운데서 쓴다
내 얽힘으로부터 자유로이,
아닌 것에 대해 진지하게.
느낌? 읽는 사람이 느끼라지!
- ‘이것’, Fernando Pessoa
그것이 꿈인지, 현실인지,
꿈과 삶의 뒤범벅인지 난 모르겠다,
남쪽 극단의 섬에서 잊힌
저 온화함의 땅.
그곳이 우리가 갈망하는 곳. 거기, 바로 거기에서
삶은 젊고 사랑은 미소 짓는다.
어쩌면 존재하지 않는 야자수들,
있을 수 없는 멀리 줄지은 나무들,
이런 땅을 가질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진 자들에게 주어지는 그늘 혹은 평안.
우리, 행복하냐고? 아, 어쩌면, 어쩌면,
그 땅에서는, 그때가 오면.
하지만 한번 꿈꾸어지며 오해당하고,
그 생각만으로도 생각하는 게 지치고,
야자수 아래, 달빛 아래,
달이 있으니 추위가 느껴지네.
아, 이 땅에서도, 여기서도
악은 멈추지 않고, 선은 지속되지 않네.
세상 끝의 섬들도,
꿈 아니 현실의 야자수들도 아니다,
영혼 깊은 악을 치유하는 것은,
우리 마음속에 선을 들이는 것은.
다 우리 안에 있다. 거기, 바로 거기 있다,
삶이 싱그럽고 사랑이 미소 짓는 곳은.
- ‘“그것이 꿈인지, 현실인지”’, Fernando Pessoa
여신들도 드물게 들어본 그 비밀
그걸 너의 귀에 속삭인 사람은 누구?
비밀을 지키는 동안만 진실인
믿음과 두려움 가득한 그 사랑을•••
네게 그렇게 일찍 말해버린 건 누구?
나는 아니야, 난 감히 네게 말 못 하지.
다른 사람도 아니야, 그걸 알 리 없으니.
하지만 네 머리칼을 이마로 스치며
감정을 속삭인 사람은 누구?
누군가일까, 그럴까?
아니면 그저 네가 그걸 꿈꾸고 그런 널 내가 꿈꾼 걸까?
그저 너에 대한 나의 어떤 질투 같은 걸까
나도 모를 꿈 속에서
내가 말할 리 없으니, 말했다고 친
내가 한 척만 했으니, 했다고 친?
아무튼, 너의 귀에 대고
가볍게, 희미하지만 신중하게,
내 안에 자리한 그 사랑,
단 열망은 해도 느끼진 못하는
나의 생각에 지나지 않는 그걸, 내게 말한 건 누구?
그것은 몸도 입도 없는, 하나의 욕망이었어,
너를 꿈꾸는 걸 듣고 너에게 속삭인, 올림푸스가
초라해질 정도로 여신들을 들뜨게 하는,
분에 넘치고 말도 안 되는, 영원한 말 한마디.
- ‘간극’, Fernando Pesso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