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면 할수록 자존감이 낮아진다. 원인이 분명하지 않고, 심지어 절망의 이유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어 좀 나아져야 하는데 왜 난 더 괴로워 졌는지. 절망 그 자체를 인정하고, 우리 모두에게 있을 수 밖에 없는 것임을 알고 받아들여야 하는데, 절망의 고통에서 책 읽는 내내 허우적거린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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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에 집중을 하기가 어려웠던 탓에 글을 어떻게 풀어 나가야 할지 어렵다. 키에르케고르의 대략적인 내용을 알고 있고, 이 책의 내용도 대략적이나마 알겠지만 전체 흐름을 이야기 하기에는 역량 부족이다. 좋았던 몇 몇 부분만 언급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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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에서 이야기하는 일반적인 관념을 뒤집는 것들이 많아서 좋다. 책에 질문들이 많은 것도 그렇다. 우리의 믿음을 의심하고 사실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거짓일지도 모른다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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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이라는 것이 병이 아니고, 우리가 극복해내야만 하는 무언가가 아님을, 절망이라는 것을 통해 내가 살아가는, 존재하는 이유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통찰력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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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아라는 것은 그저 내가 결정한 내 모습이 아니라, 내면의 나와 맺은 관계로 인해 알 수 있는 피드백이라는 것. 어려운 말인 듯 하긴 하지만, 자아라는 것은 온전히 나 스스로가 만드는 경우가 드물고, 제대로 찾기도 힘들다. 이 책을 통해 자아를 찾는 방식을 생각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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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은 동조하고 일시적인 것이라 자신을 제대로 알기에 어렵다. 열정이 필요하다. 열정이 이성보다 우월하며 이성적인 삶의 허구에 대한 해결책이다. 그에 대한 이유가 조금은 빈약하다 싶기는 하지만 열정이 인생을 살고, 나 자신을 채워나가는 데 큰 역할을 하는 것은 분명하니, 인정하지 않을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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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pe Diem! 개인적으로 한국 사람들이 가장 많이 알고 있는 라틴어 문구가 아닐까 한다. 그 순간에 충실하게 살라는 이 말을 깨는 저자의 관점이 놀라웠다. 속세의 욕구에 사로잡히게 되는 순간을 사는 것은 너무 협소하다는 것. 우리는 이상을 위해 살아야 하므로 그마저도 좋지 않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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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이라는 것이 결국 궁극적으로 도달해야 하는 지향점이다. 우리가 행복하기 위해서 이상이라는 것이 필요하고, 그 이상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하는 것이 이 책의 관건이다. 우리가 그 이상에 도달하기 위해 노력할 때에만 우리는 완벽한 행복이라는 것을 맛볼 수 있고, 조금씩 근접해갈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도덕성의 이야기가 추가되어야 한다.) 그 이상을 뭐라고 생각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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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승전 신앙으로 끝나는 이 책. 왠지 배신감이.. 왠지 ‘좋은 말씀 전하러 오신’ 분께 제대로 낚인 기분이었다. 잠시 잊고 있었던 이 책이 주인공. 키에르케고르의 책이라는 것을. 신앙심을 빼놓고는 이야기 할 수 없는 그인데. 어쩌면 내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절망감은 우리가 이상, 신으로 이끌리게 되는 근원적인 동기였던 것이다. 사실, 결국 너무 허무해서 그냥 책을 덮고 싶은 마음이 들끓었다. 다 읽기는 했지만, 결론이 꽤나 마음에 들지 않아서 찝찝한 책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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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은 사람들을 시민으로 대하고, 경제는 소비자로 대한다는 저자의 말에 공감했다. 도덕만이 우리 모두를 하나의 동등한 인간으로 대한다는 것, 그래서 우리가 도덕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 나에게 도덕적인 측면이 이상향이 되어 줄 것이다. 그것이 진정한 인간미 있는 진정한 자신의 모습이 될 거라는 걸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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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사람이라는 것은 속물의 목표가 되는 것이고, 그것은 모두가 같은 사람이 되도록 만드는 원리임을 이해할 수 있었다. 나만의 특별함을 나의 선택으로, 나의 도덕적인 이상을 근거로 내가 선택함으로써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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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가 뭔가 고무 재질인 것 같은 느낌이 드는, 묘한 책이다. 책 뒷날개에 함께 기재되어 있는 시리즈들이 맥락이 뚜렷해 보여 탐난다. 고전을 읽어야 할 이유를 다시 한 번 생각했다. 어려운 건 맞지만 그만큼 우리의 존재와 본질에 대해 어려운 내용을 다루고 있으니 어려운 것도 맞다. 내가 고민해야 하는 문제를 함께 고민해줄 사람이 있다는 것이 고전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된다. 키에르케고르를 만나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