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 맑고 시원한 바람이 나뭇가지를 흔드는 오후
빛바랜 차림의 한 늙은 선로공이
보수를 마치고 선로를 따라 걷고 있다
앙상한 그의 어깨 너머로
끝내 만날 수 없는 처럼 이어진 은빛 선로
그러나 언제였던가, 아득한 저 멀리로
화살표의 끝처럼 애틋한 키스를 나누던 기억
보수를 마친 한 늙은 선로공이
커다란 공구를 흔들며 선로를 따라 걷고 있다
- ‘소행성을 지나는 늙은 선로공’, 황병승
첫사랑, 그것은 히스테릭한 도형인데
첫사랑, 그것은 회전이 필요한 버젓함인데
그것은, 그들을 아무도 연주하지 못했다
너무 많은 자들이 상처 입었고
너무 많은 자들이 떠나갔으며
너무 많은 자들이 불편한 찬 바닥에서 잤다
첫사랑, 예의범절이라고는 없는 사람들처럼
서로를 너무 빨리 이해하고
서로를 너무 빨리 용서하고
너무 빨리 하모니를 꿈꾸며
뜨거운 돌을 손에 쥔 기분으로
차가운 돌을 손에 쥔 기분으로
우리를 위한 모든 것들을 우리가 망쳤고
우리를 필요로 하는 모든 것들을 우리가 망쳤다
뜨거운 돌을 집어삼키는 심정으로
차가운 돌을 집어삼키는 심정으로
첫사랑,
석탄을 베고 검은 잠에 빠져들 때까지
- ‘커튼 뒤에서’, 황병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