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자이가 자신의 내장을 꺼내 보여주며 절규할 때 우리는 환호한다.
'비웃어도 할 수 없다.
가마우지를 흉내내는 까마귀.
꿰뚫어 볼 줄 아는 사람에게는 들키기 마련이다.
이렇게 실패할 때를 대비해서 준비해 둔 말이 있다.
사람은, 어여쁜 감정을 갖고서, 몹쓸 작품을 쓴다.
훌륭한 작품은 추한 감정에서 비롯된다.
용서해다오! 거짓말이다. 시치미 좀 떼 보았다.
나는 지기 싫다. 속마음을 드러내고 싶지 않다.
고백하면서도 말을 꾸며낸다. 나는 사람도 아니다.
내가 하는 말은 한마디도 믿지 마.'
그의 무력감이 청년과 공진하지 않는 시대는 아마 없을 것 같다.
..그럼에도, 이 시기의 다자이는 아직 살려고 버둥거리고 있었다.
-아무것도 쓰지 마. 아무것도 읽지 마. 아무것도 생각하지 마. 오직 살아있어라!
-저승사자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그건 그렇고 담배란 참 맛있는 놈인걸.
아무것도 쓰지 말고 오직 살아있으라고 하던 다자이는 그 뒤로 12년을 버틴 끝에 인간실격을 토하고 죽었다.
<만년>과 <허구의 봄>의 단편들은 대부분 작가의 자전적인 이야기임과 더불어 이야기 도중 작가의 개입이 잦아 이것이 수필적 소설인지 소설적 수필인지 뭔지 알 길이 없다. <인간실격>과 <사양>, <달려라 메로스>등 정형화된 작가의 작품을 읽고 나서 이 러프 스케치 같은 작품들을 접한다면 난해함을 대강 헤치고 수풀더미 속에 앉아 다자이와 공감하기 한층 편할 것이라고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