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문장 감상:
어른들의 싸움이 아이들에게까지 물려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책 속의 한 줄:
🏷조선학교는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다니겠다는 사람들을 위한 학교였을까. 의문을 품은 인간은 묵묵히 떠날 수밖에 없는 걸까. 학교에 다니는 위험이란 과연 뭘 말하는 걸까. (p.162)
지니는 조선학교에 다니는 재일조선인이다.
지니가 다니는 조선학교는 북조선의 독재자 김씨 일가의 초상화를 교실에 걸어 놓고 학생들을 그 앞에서 고개 숙이게 한다.
또 학생들이 극우 일본인들로부터 받는 위협에 대해 학교는 안일하게 대처한다.
지니는 이런 상황에 부당함을 느끼다가 결국 김씨 일가의 초상화를 교실 밖으로 던져버린다.
하지만 그 결과 지니는 문제아로 찍혀 부모님을 슬프게 하고, 가장 친한 친구였던 니나는 사건의 충격으로 등교도 못 하게 된다.
위 구절은 그런 일을 겪은 지니가 자기 자신을 의심하는 장면이다.
조선학교의 상황에 부당함을 느끼는 자신이 잘못된 것은 아닐까, 소중한 사람들에게 상처를 준 자신은 나쁜 아이가 아닐까 고민한다.
속으로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지니는 분명 속 깊고 착한 아이인데, 주변 사람들이 그걸 알아주지 못해 너무 안타깝다.
재일조선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어린 나이에도 이렇게 많은 부조리를 겪고 방황하고 자책해야 하다니.
학교에서 유일하게 깨어있는 지니가 너무 안타깝게 느껴졌다.
혼자 깨어있는 사람은 외로울 수밖에 없다.
다른 사람들이 그 사람을 문제 있는 사람으로 바라볼 테니.
모르는 사람들의 시선보다 그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걱정 어린 시선이 그 사람을 더 아프게 한다.
사건을 겪은 후 미국에서 홈스테이를 하는 지니는 그래서 더 사람의 정을 그리워하는 것처럼 보인다.
사람들에게 벽을 치고 있는 것 같으면서도, 지니가 스테퍼니의 세심한 말이나 행동 하나하나에 감동받는 것을 보면 눈물날 정도다.
지니가 스테퍼니에게 힘을 받고 과거를 극복할 수 있게 되면 좋겠다.
소설도 인상적이었지만 작품해설과 옮긴이의 글도 좋았다.
특히 옮긴이인 정수윤 선생님이 써주신 에피소드가 인상 깊었다.
정수윤 선생님은 2009년 일본 초등학교에 다니는 한국계 류 남매의 한국어 선생님이었는데, 류 남매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보도된 후 학교에서 눈치를 보게 된다.
아래는 정수윤 선생님과 남매의 대화 내용이다.
🏷"학교에서 무슨 일 있었어?"
"아니, 특별한 건……, 그냥 분위기가 이상했어."
"애들이 무섭다고, 전쟁 나면 어떻게 하냐면서, 나를 흘겨봤어." (p.191)
주눅 든 아이들은 기분을 풀어주려는 선생님을 보면서도 평소처럼 나뒹굴며 웃지 못하고, 씁쓸하고 희미하게만 웃는다.
소설의 배경은 1998년이었는데, 10년이 넘게 지난 2009년에도 소설과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이번 올림픽에서 유도 국가대표로 동메달을 딴 안창림 선수님도 유퀴즈에 나와 재일교포로서 겪은 고충을 이야기하셨다.
재일교포가 겪는 차별은 분명 지금도 일어나고 있는 문제일 것이다.
문경수 선생님의 작품해설에 따르면, 민족 교육을 옹호하자는 선의를 가진 사람들 사이에서는 조선학교가 가진 모순과 문제를 왈가왈부하는 게 터부시되고 있다고 한다. (p.189)
심하면 '우익'이나 '반동분자'처럼 취급받기도 한다.
그래서 『지니의 퍼즐』과 관련해서도 그런 몰지각한 비난 글들이 SNS상에 오갔다고 한다.
복잡한 문제여서 한쪽에 동조하기 쉽진 않지만, 난 소설 속 지니의 입장이 매우 공감됐다.
물론 재일조선인을 혐오하는 대다수 일본인들이 잘못됐고 그들이 변화해야 하는 게 맞다.
하지만 재일조선인들이 일본인 집단을 바꾸긴 쉽지 않다.
일본인 집단은 재일조선인 집단에 비해 너무나 규모가 크니까.
하지만 적어도 아이들이 위협받지 않도록 재일조선인 집단 내에서는 최선을 다해야 하지 않을까?
나는 재일조선인이 아니라 도를 넘은 참견일 수도 있겠다.
그래도 같은 민족으로서 나도 앞으로 이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 속에도 나오지만, 한국은 한국전쟁 후 재일교포에 대한 원조를 끊었다.
심각한 빈곤 때문에 재일교포까지 돌볼 상황이 못 돼서 그랬을 수 있겠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으로 건너갔던 사람들을 '배신자'로 봤을 수도 있겠고.
하지만 지금의 한국은 다르다.
빈부격차는 아직도 문제가 되지만, 분명 한국은 선진국이 되었다.
그리고 일본으로 건너갔던 사람들에 대한 시선도 과거보다 많이 나아졌다.
강제징용으로 끌려간 사람들도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때 조선의 상황이 너무나 열악했기에 거기서 벗어나고 싶어서 일본으로 건너간 사람들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니 이제 재일교포들에게 관심을 가질 때도 되지 않았을까.
너무 정치적인 이야기로 리뷰를 끝맺었나 싶다.ㅎㅎ
내가 리뷰를 이렇게 써서 그렇지, 소설은 중학생 박지니의 1인칭 시점으로 전개되어서 그렇게까지 어렵고 정치적이지 않다.
지니의 답답하고 화나고 슬픈 심정이 너무도 잘 와닿아서, 그게 문제라면 문제일 수도 있겠다.
지니가 너무 안타까워서...ㅠㅠ
지니를 보면서 『데미안』의 싱클레어가 생각나기도 했다.
그만큼 지니의 방황하는 모습이 안타깝고 지니를 응원하고 싶었다.
지니야, 난 널 이해해, 네가 행복하길 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