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고전 슬기바다' 8권. 한 권짜리 가훈이라면 대체 어떤 책일까? 중국을 비롯해서 동양 전통사회에서 '가훈'하면 이 책을 꼽을 정도로, 무려 1,400여 년에 걸쳐 널리 읽혀 온 책이 바로 <안씨가훈>이다. 책이름은 "안씨 집안에 이어지는 가르침"이라는 뜻이다. 여기서 '가훈'은 선조가 후손에게 남겨 주는 것으로 일종의 가족 사이의 합의와 약속이다.
안씨가훈/안지추
안씨가훈은 안지추라는 육조시대의 전형적인 사대부가 자신의 자손에게 가족이 지켜야 할 약속 즉 가훈을 남기기 위한 인생 지침서입니다.
안씨가훈의 서문에서 왜 이 가훈을 남겼냐는 물음에 여자들의 잔소리보다 나은 책이 되기를 바라고 성인이 쓴 책 등에서 이름을 떨칠 수 있는 가르침은 더할 나위 없이 잘 갖추어져 있지만 여기에 이 한 권의 책을 더하고자 하는 이유는 꼭 모범으로 삼아야 할 책이라고 강요하려는 것이 아니라 우리 가족의 기품을 가지런히 정돈하고 내 손으로 내 자손들을 이끌어서 캐우치고 싶을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나보다 나이 많은 어르신 세대에는 집집마다 가훈이란 게 있었습니다. 저희 집에도 아버지께서 가훈을 한자로 써서 거실 벽에 오랫동안 걸려 있었던 적이 있습니다.
한자어로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아버지는 우리 집 가훈은 "충신행독"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제가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울 때 애들에게 우리 집 가훈은 "세상엔 공짜란 없다"라고 세상 살면서 꼭 이 한 구절만이라도 지켜가면서 살아가라고 말하곤 했습니다.
안씨가훈 역시 우리가 흔히 인생의 길잡이 말처럼 말하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인간이면 어쩌면 당연히 지켜나가야 할 도리이자 가르침이 평범함 속에서 시공간을 뛰어넘어 우리의 가슴을 울리게 하는 언어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이 책은 무려 1400년에 걸쳐 읽혀오면서 우리 후손들에게 삶의 지혜와 가정에서 도덕적 확립과 자신을 다스리는 고전으로 내려오고 있습니다.
오늘도 나는 이 한 권의 책 속에 녹아있는 한 단어 한 단어를 곱씹고 과거 선인들이 몸과 마음을 다스리고 가르침을 행동으로 실천하려 노력하던 것만큼 나 자신, 내 가족에게 평생을 위한 처세훈육서로서 간직해야겠습니다.
따뜻한 남쪽나라 통영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