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실격
이제 저는 완전히 인간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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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학교에서 존경받을 처지에 놓여 있었습니다. 존경받는다는 관념 또한 저를 극심한 두려움에 떨게 만들었습니다. 거의 완벽에 가깝게 사람을 속이다가 어떤 전지전능한 자에게 간파당해 산산조각으로 부서지고 죽음보다 더한 망신을 당한다는 것이 제가 생각하는 '존경받는다'의 정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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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나마나 편파적일 게 빤히니 어짜피 인간에게 호소해 봐야 소용없을 거야. 역시 저는 입을 꾹 다문 채 사실 따위 묻어 두고 참으며 그저 광대 짓이나 계속 하는 것 말고는 길이 없다고 생각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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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신조차 두려워하고 있었습니다. 신의 사랑은 믿지 못하고 신의 벌만을 믿고 있었습니다. 신앙, 그것은 단지 신의 채찍질을 받기 위해 고개 숙인 채 심판대를 향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 했습니다. 지옥은 믿지만 천국의 존재는 도저히 믿어지지가 않았던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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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드문 일이었습니다. 누가 권하는 것을 거부한 일은 그때까지 제 인생에서 그때가 유일했습니다. 제 불행은 거부할 능력이 없는 자의 불행이었습니다. 권하는 것을 거부하면 상대의 마음에나 제 마음에나 영원히 메울 수 없는 커다란 골이 생길 것 같은 공포심에 떨고 있었던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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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께 묻습니다. 무저항은 죄가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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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저는 행복하지도 불행하지도 않습니다.
그저 모든 것은 지나갑니다.
제가 지금까지 아비규환으로 살아온 소위 '인간' 세상에서 딱 하나 진리 같다고 느낀것은 그것뿐이었습니다.
: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생각해보다가 태 속에서 부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 반대로, '인간, 실격' 이 아니라 '세상, 실격' 인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