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천루 1

아인 랜드 지음 | 광장 펴냄

마천루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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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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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레님의 프로필 이미지

에레

@ddvddn

[오덕인게 뭐 어때서?🤷‍♂️]

1.
한때 에반게리온을 열심히 봤던 입장에서는 굉장히 재미있었던 『열광금지, 에바로드』 (에바금지 아님 주의)

구성을 얘기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 주인공 '박종현'의 삶의 궤적과 사건들이 에바 에피소드와 묘하게 겹치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적절할 때 터져나오는 명대사 패러디까지, 동네 카페에서 혼자 읽으면서 얼마나 키득댔던지.

다만 책에서 다루는 내용들은 전혀 웃을 수가 없는 주제들이다.

2000년대 후반 대한민국을 지배하던 키워드는 '헬조선', 그리고 '88만원 세대'였다. 전자로 대표되는 구조적 모순 아래서 대다수 젊은 세대는 기성 세대의 논리에 염가로 팔려나갔고 실컷 휘둘리다 버려지기 일쑤였다. 박종현의 삶은 이런 88만원 세대의 전형이었다.

종현의 이야기는 나에게는 '형들', '선배들'의 일상이었고 그래서 더더욱 생동감이 있었다.

꿈도 희망도 없는게, 그저 안정된 생활을 바라는 게 무슨 잘못이냐는 종현 형의 일갈부터 종현이 동대문 새벽 시장에서 짐을 나르며 느꼈던 외로움과 고양감까지 생생했고, 급기야 몇몇 형, 누나들 얼굴이 떠올라 괜히 센치해졌었다.

2.
다만 이 작품이 MZ에게는 어떻게 소비될지는 모르겠다.

어린 놈들이 뭘 알겠어..따위의 씨알데 없는 이야기는 아니고, 88만원 세대의 삶과 대다수 MZ가 사는 세상이 너무 다르니까. 거창하게 얘기하자면 ‘구조적 문제로 인한 상호 이해 불능’에 관한 ‘염려’ 정도 되겠다.

요즘은 경제적 차이가 계급으로 고착화된 시대다. 학연, 지연, 심지어 통혼까지 유사한 계층 내에서만 벌어지는 세상이다. 대다수 MZ, 특히 수도권 밖으로 나가본 적이 없는 이들에게는 사회적 불평등이니 88만원 세대니 하는 것들이 그저 소설 속 에피소드일 뿐일 것이다.

특별히 불행한 사고가 벌어지지 않는 이상은 MZ에게 88만원 세대로 대표되는 - 그리고 지금도 누군가의 일상인 - 이런 삶의 형태는 그들이 굳이 경험할 것도, 아니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알 필요가 없다는 뜻도 되겠다.

MZ에게 박종현의 스토리는 아마 꿈과 열정, 아니면 ‘하고 싶은 것을 하라’정도의 메시지가 아닐런지.

3.
심각한 얘기는 여기까지 하고, 재미있는 지점은 또 있다.

박종현이 서드 임팩트에 버금가는 사건을 겪었을 때는 항상 어떤 ‘목표’를 추구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부반장을 꼬시려고 했을 때도, 코스프레에 참가했을 때도, 일본 취업에 도전할 때도, 스탬프 완주 상품을 노리고 있을 때도, 다큐멘터리 만들려고 세션들을 모았을 때도 항상 모종의 사건이 벌어지고 결국 수렁 속으로 빠진다. 그리고 종현의 마음 속에는 점점 분노와 원망이 쌓인다. (이 또한 에바의 오마주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막다른 길에서 인류의 보완을 선택했던 신지와 달리, 종현은 비로소 자신을 돌아보고 받아들이게 된다.

가정을 버리고 도망갔던 어머니에게는 신지가 레이에게 했던 것처럼 “웃으면 된다고 생각해”라는 말을 건넸다. 상품 따위 상관없이 그저 완주하기 위해 중국으로 떠났고 그곳에서 우연히 에바 제작사 관계자와 조우한다. 도망간 세션의 빈자리는 홍대 관광객들로 채워졌고 이 모든 경험들이 촉매로 작용해서 다큐멘터리가 만들어진다.

그리고 하청의 재하청 IT 개발자 박종현은 번듯한 ‘다큐멘터리 감독’으로 다시 태어난다.

4.
소설에서는 다큐멘터리로 성공한 것 마냥 그려지지만 아마도 종현의 앞날은 그다지 순탄치 않을 것이다. 감독이란 2023년 현재도 매우 고달픈 직업이니까.

하지만 그게 무슨 상관인가. 감독으로 인정 못받았어도, 텀블벅이 망했어도, 다큐멘터리가 엎어지고 나이 먹고 아직 덕질한단 비웃음을 받더라도 ‘다시 태어난 박종현’이라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다.

이건 열정이나 노력 따위의 문제가 아니다. 목표, 성공, 평판같은 외부적 요소와도 무관하다. 스스로가 자신에게 당당하다는 것. 이게 중요하다.

순간 순간에 진심을 쏟았던 경험과 그 감정만은 감히 누구도 평가하거나 빼앗아갈 수 없다. 굳이 잔망스럽게 자랑할 필요도 없다. 이건 오직 나만의 훈장이니까.

박종현이 에바 일러스트를 끝내 비밀로 남겨 놓은것 또한 이런 맥락일게다.

5.
장자는 말했다. "물고기는 물 속에 있으면서 물을 못 느끼고 사람은 도(道) 속에 살면서 도를 찾아다닌다”고.

그니까 시바, 오덕이면 뭐 어때. 지금 여기 자신의 순간에 충실하면 그걸로 된 것을. (알겠냐 이 머글들아)

열광금지, 에바로드

장강명 지음
연합뉴스 펴냄

6분 전
0
에레님의 프로필 이미지

에레

@ddvddn

[온전한 자신이 된다는 것]

📖
개인의 자아를 제거하여 참을 수 없는 허무감을 극복하려는 시도는 피학적 충동의 일면일 뿐이다. 또 다른 일면은 자기 밖에 있는 더 크고 더 강력한 전체의 일부가 되어 그 속에 빠져들고 거기에 참여하려는 시도다.

이 외부의 힘은 사람일 수도 있고, 어떤 제도나 신, 국가, 양심, 또는 정신적 충동일 수도 있다. (중략) 그러기 위해 자신의 자아를 포기하고, 자아와 결부된 힘과 자존심을 모두 버리고, 개인으로서의 본래 모습을 잃고 자유를 포기한다.

하지만 그 대신 강한 힘 속에 빠져들고 참여함으로써 새로운 안전과 새로운 자부심을 얻고 또한 회의의 고통에서도 안전할 수 있다. (중략) 결정을 내려야 하는 부담에서도 해방되고, 그리하여 내려진 결정에 대한 회의에서도 해방된다. 그는 또한 내 삶의 의미는 무엇이고 ‘나’는 누구인가 하는 의문에서도 해방된다. 이런 의문에 대해서는 그가 달라붙은 강력한 힘과의 관계가 대답해준다. 삶의 의미와 그 자신의 정체성은 그의 자아가 빠져든 보다 큰 전체가 결정해준다. - 에리히 프롬, 「자유로부터의 도피」 中

1.
철학자이자 심리학자인 에리히 프롬이 천착한 주제는 바로 ‘나치즘’이었다. 나치가 왜 발호했는지, 그리고 이 말도 안되는 이야기에 왜 사람들이 매료되었는지를 평생 연구했다.

그 원인이란 바로 ‘무력감’이었다. 애초부터 지위와 한계가 정해져 있었던 중세는 개인의 발전을 가로막았지만 그만큼의 안정감을 줬다. 태어난 마을에서 평생을 살고 한 번 소속된 길드에서만 내내 일했다. 개인의 삶의 모습은 명확했고 기성세대로부터 노하우를 전수받기도 쉬웠다. 그 속에서 인적 유대가 생겼고 이런 틀 안에서 몸은 고달팠지만 마음은 오히려 평온했다.

하지만 자본주의가 발달하고 중세 체제가 붕괴하면서 개인에게는 낯선 자유가 찾아왔다. 억압으로부터 해방된 대신에 생존을 위한 무한 경쟁에 내몰렸고 곧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상태가 벌어졌다.

그 속에서 낙오된 사람들은 더 이상 살아갈 수가 없었고 나름대로 자리를 잡은 시민들 또한 예측할 수 없는 삶과 개인으로서는 극복하기 힘든 사회 모순 속에서 만성적인 불안감을 느끼게 됐다. 의식적/무의식적 무력감은 현대인의 질병이 되었다.

결국 사람들은 무력감 채워줄 것들을 찾아 의존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중 가장 달콤했던 것이 바로 ‘권위에 대한 복종’이었다. 국가나 종교, 이데올로기 같은 크고 위대한 것들을 수용하고 그들이 지시하는 방향대로만 나아가면 고통을 잊을 수 있었다. 그들로부터 주입된 것을 내 생각인양 외치며 지도자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분주하게 내달리면 더 이상 고독과 불안을 느낄 필요가 없었다. 심지어 같은 권위에 속한 타인과 하나가 되는 기분까지 느낄 수 있었다.

2.
여기까지가 100년 전 나치가 발호하던 시기에 관한 분석인데 요즘 상황에도 굉장히 부합하는 설명이라 조금은 씁쓸하다. 사이비 종교, 무당부터 시작해서 극우 세력은 물론, 일상적으로는 특정 브랜드나 개인에 관한 맹목적인 팬덤까지 말이다.

결국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오롯한 자기세계’를 구축하는 일일 게다. 물론 외부로부터의 영향이 전혀 없을 수는 없다. 하지만 무작정 감각적으로 매료될 것이 아니라 생각이 필요하다. 왜 이런 기분이 드는지, 왜 좋아하는지/싫어하는지, 나와 맞는/안맞는 부분은 무엇인지, 앞뒤 맥락은 무엇인지, 그 대상의 말과 실제 행동은 어떠한지. 한 걸음 떨어져서 관조하며 끊임없이 생각하자.

그리고 돌아보자. 주변을 살펴보며 도움이 필요한 사람, 위로가 필요한 이에게 손을 내밀자. 온전한 개인이 모여 서로를 감쌀 수 있다면 조금 더 평안해지지 않을까.

모두 자신을 들여다보고 발견하는 시간 보내시길☺️🌿

𝗣.𝗦. 이와 관련해서는 1) 에리히 프롬의 「우리는 여전히 삶을 사랑하는가」 2)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몰입」을 추천한다. 시기도 다르고 저자도 다르지만 두 책이 논하는 주제는 동일하다.

자유로부터의 도피

에리히 프롬 지음
휴머니스트 펴냄

8분 전
0
에레님의 프로필 이미지

에레

@ddvdd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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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부터의 도피

에리히 프롬 지음
휴머니스트 펴냄

읽었어요
11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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