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들어 읽는 책 마다 약간의 보릿고개 였다.
보릿고개라고 표현하고 보니 읽은 책의 내용적 부실, 읽고 있는 책의 함양 부족, 곁에 두고 있는 책의 의미론적 결핍이 연상 될 수도 있을듯 하다. 하지만 실제로 문제를 따지자면 나의 정신상태다.
한 동안 멀리했던 신학과 종교 관련 서적에 올인 하려니 부족한 것은 집중력이요, 딸리는 것은 이해력이었다. 그래도 나이가 들 수록 느는 것은 아집이라고 정말 혼신의 힘을 다해 책을 완파 했다. 단순히 눈으로 텍스트의 궤적을 쫓기만 한 것이 아니라, 아집이 차오른 높이 만큼의 고집으로 이해가 되어질 수 있을 때 까지 또 읽고, 보고, 생각하고, 봤다.
그리고 거기에 더해진 개인적 오해와 의혹의 시선들...
하지만 괜히 고집이고, 아집이련가.
여전히 내 노력은 빛이 바래듯, 비참하게 머리에 각인 없이 많은 텍스트가 그저 모래알 흩어지듯 날려만 갔다. 책을 읽는다는 쾌감이 고통으로 빛이 바래지 무렵 리디 셀렉트에 눈에 띄는 책 한권이 결초 되어 다리에 걸렸다.
'자전거를 탄 세 남자'
제목을 보자마자 느낌이 왔다.
"아, 이거. 혹시, 제롬 k 제롬의????'
아니나 다를까 제롬 k 제롬라는 이름이 책의 판본위에 딱 박혀 있었다.
느낌이 왔다. 이 책은 내게 완벽한 휴식이 되리라는 것을. 예상치도 못한 독서라는 행위의, 특히나 취미로서의 책 읽기에 고통이 머리를 어지러이 할 무렵, 이 책은 내게 완벽한 터인 포인트가 되리라고 생각이 되었다.
이유는 단 하나다. 빅토리아 시대 배경의 포복절도할 슬랩스틱 코미디 였기 때문이다. 정말 문단을 따라가며, 문장을 흔적을 쫓으며, 단어 하나하나 되새기며 이렇게도 재미난 여행기는 그 당시 내게는 없었기 때문이다. 남성성을 과시하는 허풍으로 비롯 되어, 그 뒤에 도사려 있는 애잔한 고생기.... 제롬의 고난은 그 하나하나가 내게는 흥미진진하며 한하나도 놓칠 수 없는 유희꺼리였다.
그런데 그 후속편이라니 어찌 내가 취미로서의 독서가 힘겨워질 무렵 그 존재를 발견하고 선택하지 않을 수 있었겠냐는 말이다. 바로 위시리스트에 추가하여 다운로드 후 읽기 시작했다.
역시나 제롬 k 제롬이며, 역시나 세남자다......
라고 시작하는 글이면 좋으련만 그러하지 못하다.
처음에는 독일에 대한 영국인의 시선이려나? 오호, 좋아. 그럼 기왕에 자전거 기행을 통해 유럽 각지를 경험하며 당시 '해가 지지 않아갈 나라'로서 'Pax Britanica'의 시점으로 유럽에 대한 이야기로서 기대를 모았다. 단편적으로나마 당시 유럽에 대한 각국의 이미지에 대해 하나씩 알아 갈 수 있는 귀중한 책이려니 했다.
하지만 '자전거를 탄 세 남자'는 결과론적으로는 독일 유람기다. 살짝 체코를 경유하는 경우도 있지만, 결국에는 독일 유람기다. 그냥저냥 독일을 자전거 포함해서 이런저런 교통수단의 도움으로 이래저래 독일을 횡단하는 피카레스크 노블일 뿐이다. 그냥 쉽게 말해 독일 여행기다.
그렇다면 당시의 독일"만" 여행 하는 것이 뭐가 문제 이냐는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
문제다.
첫째.
예전의 '보트 위의 세남자' 같은 위트가 없다.
'보트 위의 세 남자'의 경우 주요 인물의 고생과 자연적, 인적 불운을 통해 겪게 되는 다양한 외삽이 불러오는 지극히 원초적이지만 다분히 일상적 유머가 저변에 깔려 있었다. 하지만 '자전거를 탄 남자'는 다분히도 평면적이다. 문화가 다르기에 발생 할 수 있는 뻔한 에피소드, 같은 그리스로마 문자 계열이기에 발생 할 법한 혼란... -물론 백년도 넘은 글에 대해 뻔하네, 어쩌네 하기도 애매하다만 시간이라는 통곡의 벽을 관통하는 글도 있기에 살짝 무시하려 한다-
그리고 다분히 논란이 될 법한 타민족에 대한 단방향적 이해다.
"독일에 있으면 공기에서 질서에 대한 사랑의 냄새를 맡게 된다."
"중국 개야말로 딱 독일인들을 위한 이상적인 개다. 갖다 놓은 지점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 가지 말라고 하는 곳에 가는 법이 없다."
"독일인들은 유머 감각이 도대체 없어."
(아, 이게 이렇게도 오래 된 이야기였다니 놀라울 따름이긴 했다. 정말로 궁금하다. 대체 얼마나 유머 감각이 없길래. 개인적으로는 2차 세계 대전 이후 반서으이 차원으로 유머감각을 자가비판 하에 일부 소거 또는 약화가 된 것이 아닌가 했다.)
"경찰과 소동을 벌이고 싶어 몸이 근질근질한 영국 젊은이들은 유모차를 끌고 독일로 건너오면 그만이다."
등등등....
물론 합리성으로 무장한 독일의 관점으로 영국의 현실에 대해서 비판하는 글도 있기는 하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자신들의 얼간이적 유머의 저변으로서 타 민족에 대한 이해 없이 놀림감을 삼는 것은 뭔가 뒷맛이 개운치 않다. 개운치 않다기 보다는 오히려 입안에 많은 껄끄러움을 남긴다. 그리고 한 때 나를 무장해제 시켰던 그들의 슬랩스틱은 '자전거 위의 세 남자'에 이르러서는 아무래도 비슷한 민족적 편견에 고통을 받은 선조를 둔 나로써는 을씨년스러울 따름이다.
결국 휴식은 예상 밖의 큰 의식이 되어 달갑지 않은 시간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