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으로 살고 싶었다/이학준
생사를 가르는 암흑의 고통과 배고픈 이들에게 사랑과 인륜을 이야기하는 건 사치다. 인간시장에 몸을 내던진 탈북한 북한 처녀 이야기이다.
이들은 중국 농촌에 팔려가서 힘겹게 낮에는 밭일을 해야 했고 밤에는 씨받이로 살아야 했다. 짐승 같은 생활은 내 한 몸 팔아 단지 가족의 입에 풀칠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탈북을 위해 얼어붙은 강을 건너다 영원히 잠들어버린 북한의 여성, 그녀는 머리를 중국 방향으로 두고 차디찬 얼음 속에 파묻혀 세상과 이별하고 있었다.
얼음을 뚫고 삐죽 튀어나온 손가락이 삶에 대한 열망을 말해주는 것 같았다. 국경의 강추위에 여린 여인의 삶은 보잘것없는 육신의 껍데기에 불과했다.
모진 고난을 뚫고 삶의 희망을 찾아 탈북자들은 철책을 넘고 강을 건너 그리던 한국 땅을 밟았지만 차별의 시선은 그들을 더욱 마음 아프게 했다.
대한민국은 탈북자들을 받아줬지만 한국인은 탈북자들을 받아준 적이 없는 것 같았다. 서로 다른 체제의 환경 속에서 그들이 마음을 둘 곳은 어디에도 없었다.
몸은 자유를 얻었지만 영혼의 상처는 쌓여만 갔고 결국 영원한 이방인으로 또 다른 유랑의 생활을 시작해야만 했다. 그들이 진정 바라는 행복의 세계를 한국인들은 받아줄 수 없는 것인가.
배고픔을 피해 남한으로 탈북한 사람들은 남한 사회의 편견과 따가운 시선으로 유럽이나 미국으로 또다시 남한을 떠나야 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북한에서 생사의 탈출을 돕는 천기원 목사님 그리고 이 책의 작가인 이학준 기자는 본인들의 목숨을 내놓고 이들을 돕고 있다.
그들은 이런 위험한 일들을 단지 자신들이 해야 할 운명이라고 말한다. 단지 신앙심이나 기자정신, 인류 구원을 위한 인권 운동처럼 거창한 사업이 아니라 인간에 대한 기본권인 배고픔으로부터 탈출을 돕고 자유를 갈망하는 우리 동포를 마음이 아파 돕는다고 말했다.
인간으로 태어나서 인간다운 삶을 살아가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그 당연함 삶조차 누리지 못하는 탈북민의 아픈 여정과 삶을 향한 투쟁이 헛되지 않도록 우리는 그들을 차별의 시선으로부터 보호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