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후 코멘트]
# 많은 걸 내비치지만, 많은 걸 감추는 수영장
어디서나 있을 법한 수영장 내 여러 인간 군상을 그려낸 작품. 물안경 너머로만 서로를 훔쳐보는, 반쯤 벗은 채로도 철저히 익명인 현대 도시의 축소판인 수영장.
# 여주인공의 물속 몸짓은 무슨 의미였을까
물속에서 여자는 남주인공에게 어떤 말을 했을까. 책 마지막에도 여자의 동작을 그린 부분을 따로 배정한 거면 분명 큰 의미가 있었을 것이다. 실화를 기반으로 쓴 작가가 여자의 말은 자신의 경험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평생 비밀로 간직할 것이라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저자가 남긴 한 인터뷰를 통해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 그는 미국 밴드 케이크(Cake)의 노래 「World of Two」를 부르는 모습이라고 밝힌 바 있다. 「World of Two」는 두 사람이 바깥세상과 분리된 자신들만의 작은 세계를 이룬다는, 쓸쓸함을 자아내는 노래다. 그 노래의 제목이 곧 그녀가 물속에서 건넨 노랫말 없는 몸짓의 방향을 추측해 본다.
[발췌한 책 속 문장]
75p
“간단히 말하면, 호흡, 다리, 팔을 동시에 잘 움직여야 해. 우선 팔부터, 물속에서 중심을 잘 잡은 상태에서 팔꿈치와 어깨를 높이 들어. 그러고선 반대쪽 손을 허벅지까지 쭉 밀어내. 밀어낸 손을 다시 원위치로 가져오는데, 팔꿈치를 높이 들어야 돼. 손이 겨드랑이에 닿을 듯한 느낌으로, 그리고 다리는 계속 물장구 쳐야 돼. 절대로 멈추면 안 돼. 자기 리듬을 찾아야 돼. 두 박자든, 세 박자든, 다섯 박자든 상관없어. 너 다리는 잘하잖아.”
=> 대화가 거의 없는 책에서 가장 긴 대사는 여주인공의 기술 설명이었다.
“마지막으로 호흡인데, 너만의 리듬을 찾아야 돼. 물속에서는 천천히 숨을 내쉬어. 그러지 않으면 금방 진이 빠지거든.”
=> 인생을 산 지 몇십 년 만에 자유형 동작 설명을, 책을 통해 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