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여행을 하는가?
책을 읽고 난 후 이 질문을 떠올렸다.
비행기삯과 숙소 등에 쓸 돈이면 한국에서 비싸고 맛있는 것과 사고 싶었던 물건도 살 수 있는데,
왜 굳이 돈을 써가면서 고생을 하러 가는걸까?
여기에 대한 내 답을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유명한 작가나 여행가들이 쓰는 표현을 내 것인냥 말하곤 했다.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기 위함이라거나,
일상을 잠시 내려두고 나를 만나는 시간이라는 등의 말은 멋지긴 하지만 내 것은 아니었다.
내가 생각하는 여행은 사람이다.
한국에선 볼 수 없는 귀한 풍경이나 멋진 건물 맛있고 특이한 음식이 아니다.
풍경과 건물과 음식도 물론 그들의 문화이자 역사의 결과이기 때문에 의미가 없진 않다.
하지만 내겐 매력이 덜하다.
나는 그 곳에서 현재 살고 있는 사람들을 보는 것이 좋다.
그 사람들과 말 한마디를 나누고 감정을 공유하는 것이 너무 좋다.
언어가 자유롭지 못하니 서로 서툴다.
문화가 다르고 잠자리가 다르고 식사도 다르고 불편한 것 투성이다.
그럼에도 그 시간을 함께 보내고 나면 내 기억 속에 뜯어먹기 좋은 풀밭 하나가 만들어진다.
두고두고 그 기억을 언제든지 불러와서 ‘나의 글’을 쓸 수 있게 해준다.
———
이지상 씨의 여행가를 읽었다.
이 책은 그의 유년시절부터 40대에 이르기까지 40년 가까운 시간을 한 권의 책에 담아냈다.
새벽에 잠을 이루지 못해 잠시 읽어야지 했던 책은 동이 틀 무렵까지 놓지 못하고 끝내 다 읽어버렸다.
책을 다 읽은 뒤, 인터넷 서점에 접속해서 그의 책을 모조리 다 주문해버렸다.
이유는 모르겠다. 그냥 그의 글이 좋았다. 더 읽고 싶었다.
저자의 이야기를 따라 내 어린 시절을 계속 떠올렸다.
모험을 즐기고 어른들이 하지 말라는 것만 골라서 했던 기억들.
선생으로부터의 폭력이 일상이었던 중학교와 고등학교 때의 기억.
대학교에 들어가면서 맛본 자유 그리고 방황
감옥과 다를바 없던 군대.
그리고 여러 여행의 기억을 떠올리며 즐거웠다.
책읽는 순간순간 내 일기를 읽는 느낌이 날 정도로 빠져서 봤다.
밑줄 그은 내용 중 하나를 적어본다.
p.93 인생이란 머릿속에서 요리되는 것이 아니라,
시간 속에서 온 몸으로 살아가며 조금씩 알아가는 길고긴 여정인데 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