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관내분실'과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으로 제2회 한국과학문학상 중단편 대상과 가작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김초엽 작품집.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 '스펙트럼', '공생가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감정의 물성', '관내분실', '나의 우주 영웅에 관하여'가 수록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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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김초엽 소설) 내용 요약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은 김초엽 작가가 2019년 허블에서 출간한 첫 SF 단편소설집으로, ISBN 9791190090018을 가진다. 📖 포스텍에서 화학을 전공하고 생화학 석사 학위를 취득한 저자는 2017년 제2회 한국과학문학상에서 「관내분실」(대상)과 표제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가작)으로 데뷔, 2019년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하며 주목받았다. 이 소설집은 7편의 단편(「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 「스펙트럼」, 「공
릴리는 자신의 삶을 증오했지만, 자신의 존재를 증오하지는 못했다.(47)
마을에서 우리는 서로의 존재를 결코 배제하지 않았다.(49)
지구에 남는 이유는 단 한 사람으로 충분했을 거야.(53)
인간을 비인간동물과 구분하는 명뱍한 특질들이 사실은 인간 밖에서 온 것들이라면. “우리가 인간성이라고 믿어왔던 것이 실은 외계성이었군요.”(129)
보현의 지속된 침묵응 ‘네가 뭘 잘못했는지 아직도 모르겠어?’라고 내게 날을 세우는 것처럼 느껴졌다. 2주쯤 그런 상태가 이어지자 차라리 소리라도 치고 멱살이라도 잡히며 싸우는 게 낫겠다 싶을 정도로 신경이 쓰였다.(196)
다들 쓰지 않아도 그냥 그 감정울 소유하고 싶어하는 거예요. 언제든 손안에 있는, 통제할 수 있는 감정 같은 거죠.(204)
물성이라는 건 생각보다 쉽게 사람을 사로잡아요.(205)
하지만 나는 내 우울을 쓰다듬고 손 위에 두기를 원해. 그게 찍어 맛볼 수 있고, 단단히 만져지는 것이었으면 좋겠어.(216)
어떤 문제들은 피할 수가 없어. 고체보다는 기체에 가깝지. 무정형의 공기 속에서 숨를 들이쉴 때마다 폐가 짓눌려. 나는 감정에 통제받는 존재일까? 아니면 지배하는 존재일까? 니는 허공중에 존재하는 것 같기도 아닌 것 같기도 해.(217)
자신을 고유하게 만드는 그 무언가를 남길 수 있었다면. 그러면 그녀는 그 깊은 바닥에서 다시 걸어 나올 수 있지 않았을까. 그녀를 규정할 장소와 이름이 집이라는 울타리 밖에 하나라도 있었다면. 그녀를 붙잡아줄 단 하나의 끈이라도 세상과 연결되어 있었더라면. 그래도 엄마는 분실되었을까.(264-265)
세상을 향해 괜찮냐는 물음을 던지는 책.
두 가지 의미의 ‘괜찮냐’이다. 사회적, 시대적 문제들이 개인의 일로 치부되며, 혹은 일상의 관성처럼 여겨지며 지속되는 것에 대한 목소리. 그리고 그런 문제 속에 있는 사람들에게 건내는 담담한 위로.
감정을 눌러 쓴 글이 아니다 보니 읽고 나면 무겁게 내려앉는 마음은 아니다. 그렇다고 가볍지도 않지만. 그냥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단편들이었다.
가장 마음에 든 단편은 감정의 물성이다. 긍정적 감정에 소비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부정적 감정에도 사람들이 자꾸 소비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화자. 이에 대한 대답으로 ‘우울이 손에 잡히면 좋겠다’는 연인. 그렇다. 모든 감정이 그러하겠지만, 특히나 부정적인 감정은 자꾸 나를 몰아간다. 존재하지 않지만 존재하는 그 감정들에 때로는 자각도 못한 채 그저 버석해져갈 때도 있다. 그런 감정이 손에 잡힌다면, 아니 적어도 가시화된다면 안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로부터 분리할 수 있을 것이다. ‘아, 저 감정은 지금 저렇게 저기에 있구나.’
작가가 던지는 주제들에는 공감하지만, 재미가 었었냐고 한다면 잘 모르겠다. 각 단편들의 진행 방식, 장치들, 소재들이 적절히 잘 부합하거나 매끄럽지는 않았던 것 같다. 설득력이 조금 부족한 부분이 있다. 단편들이라 그런 거스러미같은 느낌이 아주 불편하진 않았다. 중단편이었다면 완독이 조금 곤란했을 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