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문학이라는 다소 많이 접해보지 않았던 작가의 작품으로 두 여성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매우 세밀하게 직조된 소설이다.
다분히 자전적 모습도 포함된 듯한 작가인 나와 가사도우미로 만난 에메렌츠와의 우정과 파국에 이르는 결말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의 밀도는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두 사람이 처음 관계를 맺고 확장되어가고 정신적 교감을 나누기도 하고 혹은 서로의 계층적 모습에 대한 갈등에 대한 내면묘사도 그 인물의 진짜 마음 속으로 들어간 느낌이었다. 두 인물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공간적 묘사와 그 외의 인물과의 관계 묘사도 계속해서 읽는 힘을 이끌어 낸다.
두 인물간의 나이 차이가 부모와 자식간의 세월이라서 에메렌츠가 후반부에 자신의 사후의 문제를 나에게 부탁하면서 드러나는 나에 대한 에메렌츠의 부모같은 마음과 믿음의 결이 보인다.
두 인물간의 관계가 파국에 치닫는 사건에서는 존엄사에 대한 생각이 떠올랐다. 에메렌츠가 원한 것은 자신의 존엄과 평생을 살아온 삶의 모습을 지키고자 했던 것과, 즉각적인 응급상황이라 판단한 나의 응급구조에서 드러난 그녀의 노년의 병과 집안상황은 결코 그 누구에게도 드러내고 싶지 않았던 처연한 집안 상황이 드러난다. 이 부분에서는 노인 혼자 살면서 존엄사를 맞이할 수는 없는 그래서 웰다잉의 중요성이 더 깊게 다가왔다.
에메렌츠를 병원 옮기던 무렵 나는 작가로서의 성공을 이루게 되고 그런 상황에서 자신에게 더 유리한 쪽으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모습에서는 인간은 자기 중심적일 수 밖에 없다는 생각도 든다.
2차세계대전을 겪은 에메렌츠와 전후 세대로 등장하는 작가인 나는 여러 가지 면에서 이질적이면서도 또 한켠으로는 서로를 보듬기도 하는 모습에서는 부모와 자식세대의 모습의 갈등과 사랑의 그 모습이 겹쳐 보였다.
누구나 지키고 싶은 자신의 문이 있을 것이고 그 문안으로 들어가는 것도 또 들이지 않는 것도 나의 선택이다.
그 선택을 끝까지 지킬 수 있는 삶을 살 수 있다면 그것이 삶의 축복 중 하나가 아닐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