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갈은 벌레잖아."
"응, 전갈은 벌레야. 하지만 착한 벌레지."
"전갈은 착한 벌레가 아니야. 나, 박물관에서 알코올에 담겨 있는 걸 봤어. 꼬리에 이런 갈고리가 있어서 거기에 쏘이면 죽는다고 선생님이 그랬어."
"그래. 그래도 착한 벌레야. 아빠가 그랬어. 옛날 발드라 들판에 전갈 한 마리가 있었는데, 작은 벌레를 먹고 살았대. 그러던 어느 날, 족제비한테 들켜서 잡아 먹히게 된 거야. 전갈은 있는 힘을 다해 도망치고 또 도망쳤는데, 결국 족제비한테 거의 잡히고 말았지. 그런데 마침 앞에 우물이 있어서 그 안으로 떨어져 버렸어. 그런데 아무리 해도 기어 올라갈 수가 없는 거야. 전갈은 물에 가라앉기 시작했어. 그때 전갈은 이렇게 기도를 해. '아, 나는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목숨을 빼앗았던가. 그러나 족제비가 나를 잡으려 할 때 나는 그야말로 죽을힘을 다해 도망쳤어. 하지만 결국 이렇게 되어 버렸군. 아, 이제 어찌할 도리가 없어. 나는 어째서 내 몸을 족제비에게 내어 주지 않은 걸까. 그랬다면 족제비도 하루를 더 살 수 있었을 텐데. 신이시여, 제발 이런 제 마음을 알아 주세요. 이렇게 헛되게 목숨을 버리지 않도록, 부디 다음에는 모두의 진정한 행복을 위해 내 몸을 써 주세요.' 하고. 그랬더니 어느새 전갈은 자기 몸이 아름다운 불꽃이 되어 빨갛게 타올라 어두운 밤을 비추고 있는 것을 보았대. 그게 지금까지 불타고 있는 거라고 아빠가 그랬어. 저 불꽃이 바로 그거야." p.108-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