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비시선 437권. 2010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한 뒤 기존의 시적 전통을 일거에 허무는 개성적인 발성으로 평단은 물론이고 수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황인찬 시인의 세번째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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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사랑을 위한 되풀이 (황인찬 시집) 내용 요약
황인찬 시인의 세 번째 시집인 『사랑을 위한 되풀이』는 사랑이라는 보편적이고도 난해한 감정을 시인 특유의 서늘하고도 담담한 어조로 파헤친 작품집입니다. 이 시집에서 사랑은 단순히 뜨겁거나 낭만적인 감정으로 소비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사랑은 어딘가 잘못 끼워진 단추처럼 삐걱거리거나, 끝없이 반복되는 일상의 풍경 속에서 문득 발견되는 서글픈 자각에 가깝습니다. 시인은 사랑이라는 행위가 타인을 온전히 이해하려는 시도이자 동시에 실패할 수밖에 없는 필연적인 과정임을 예리하게 포착해 냅
며칠 전에는 새를 묻고 왔다
굳어가는 새를 보며
어찌할 줄 몰라 당황하고 있을 때,
너는 정원을 청소하는 중이었고
죽어버린 새를
손에 쥐고 있는 내게
너는 뭘 하느냐 물었지
새가 멈췄어,
너무 놀라서 얼결에 그렇게 답해버렸다
그후로 무엇인가
자꾸 멈춰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생각은 생각일 뿐이야,
그것은 잠자리에 들기 전 네가 했던 말이고
맞아. 그냥 다 생각이야,
이것은 나의 생각이었다
다음 날 아침에도
정원의 나무에는 새들이 많았다
날아가고 또 날아가도
새들이 다시 가지에 앉고,
또 어떤 새는 떨어지고, 그냥 그랬다
- ‘낮 동안의 일’, 황인찬
하얗고 작은 잔에서
김이 피어오릅니다
기억나는 것은
인간을 그만두기로 마음먹던 때의
서늘한 공기와 말차의 씁쓸함
눈떴을 때 옆에 누운 것은
죽은 사랑의 얼굴
그런데도 그와 입을 맞추고 아침을 먹고
그를 보내는군요
시간이 없다며 그가 떠난 이곳에는 시간만 남아 있고
하얗고 작은 물 위에는 찻잎이 서 있습니다
찻잎이 서면 좋은 일이 일어난다고 누가 말했지만••••••
부서집니다
산산이
깨져나갑니다
그것은 발등이 뜨거워도
움직이지 않던 사람의 기억
사람의 목에 매달리던 사람의
목이 매달리던 날의 마음
전력을 다해
그만두고 싶습니다
화단의 철쭉에는
꽃망울이 매달려 있습니다
너무 많군요
마음은 너무나 작고
기억은 거의 부서져 있어서
이 시는 도약을 모릅니다
부엌 바닥에서
김이 피어오릅니다
발등은 너무 분홍빛이라
사진을 찍을 수도 있겠군요
이 시는 바닥에 흩어진 것이 모두 식고
다 말라 증발할 때까지 여기 한동안 머무르겠습니다
아프거나 슬픈 사람이 없어 다행이군요
- ‘아무 해도 끼치지 않는 말차’, 황인찬
“나 왔어”
어느 저녁 아무도 듣지 않을 말을 하며 돌아왔을 때,
죽은 연인이 네 방 의자에 앉아 있다면
너는 기쁨과 두려움 속에서 입을 맞출 것이다
입술은 차갑고
실내는 어두울 것이다
살아 있는 것이
어디에도 없다는 것을 알아차릴 것이다
그렇게 모든 것이 시작될 것이다
너는 굳어버린 연인의 손을 잡아 함께 장을 보고
저녁으로는 탕을 끓여 먹을 것이다
과일을 깎으면 연인의 입이 넣어줄 것이다
그렇게 모든 것이 지나가는 것이다
뉴스를 틀어둔 채로 두 사람이 마주 보고 있을 때는
참을 수 없는 기분 속에서 다시 입을 맞출 것이다
입술은 차갑고 실내는 어두울 것이다
그러다 이것이 무슨 감정인지 알아차리는 것이다
어떻게 된 거야, 차마 묻지 못하고
미안하다는 말만 되풀이하는 것이다
그리고 모든 것이 시작되었다
- ‘역치’, 황인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