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곡과 피아노 연주, 책이 삶의 전부인 열일곱 소년 엘리오. 여느 해와 같이 이탈리아 작은 마을의 해안가 별장에서 부모님과 함께 여름을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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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그해, 여름 손님》 리마스터판) 내용 요약
1980년대 이탈리아의 어느 한적한 여름, 열일곱 살 소년 엘리오는 부모님이 매년 여름마다 여름 별장으로 초대하는 젊은 학자 올리버를 맞이하게 됩니다. 올리버는 자신감 넘치고 자유분방한 태도로 엘리오의 일상에 낯선 파장을 일으킵니다. 처음 엘리오는 올리버의 거침없고 다소 오만한 듯한 태도에 반감을 느끼며 그를 경계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에게 묘한 끌림과 강렬한 호기심을 느끼기 시작합니다. 🍑
천천히 천천히 천천히 읽은 책.
사랑을 말하는 두 사람의 모습에서 다양한 표현을 배울 수 있었다던 분의 추천에 읽게 되었다.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서 더 읽고 싶기도 했다. 영화 속 영상미가 그렇게 예쁘다던데 영화는 보지 않았다. 아무래도 동성애를 다루고 있다보니, 아직 볼 마음의 준비가 안 되었달까? 책 속 몇 장면은 묘사가 적나라해서 잠시 놀라기도 했다. 하지만 다 읽고 나서 든 생각은 이성, 동성 간 사랑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 그냥 사람들이고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내용이라는 것. 책에도 그런 말이 나온다.
[두 남자가 아니라 그저 두 인간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올리버는 엘리오의 호감을 느끼고 있었으면 애써 모르는 척, 쿨한 척한다. "나중에"라는 말이 내 귀에도 남았을 정돈데 엘리오는 얼마나 마음이 아렸을까. 지나간 내 짝사랑들을 떠올려봤다. 그 앞에서 얼마나 불안하고 초조했던가. 잘보이고 싶지만 내 마음을 들키고 싶지는 않은, 오묘한 이 마음.
올리버가 떠난 자리에서 엘리오의 아버지는 이런 말을 한다.
"…네가 네 삶을 어떤 식으로 사는지는 네 마음이다. 하지만 기억해. 우리의 가슴과 육체는 평생 한 번만 주어지는 거야. 대부분의 사람은 두 개의 삶을 살 수 있는 것처럼 살아가지. 하나는 실물 모형의 삶, 또 하나는 완성된 형태. 하지만 그 사이에 온갖 유형이 존재하지. 하지만 삶은 하나뿐이다.…"
아버지의 이야기를 들으며 둘의 사랑을 인정하고 응원하게 된 내 마음을 인정해야했다. 그 다음 이야기인 '파인드 미'를 천천히 천천히 읽어나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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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는 물론이고 철로 옆에서 나눈 가벼운 대화에서도 내가 겉으로는 그렇게 보이지 않고 스스로 인정하지도 않았지만, 이미 그의 환심을 사려고 애썼으며 실패했다는 사실로 인한 달갑지 않은 불안감이었다.
하지만 그보다 훨씬 뒤에, 내가 전혀 눈치채지 못한 사이에 시작되었는지도 모른다. 누군가를 보고 있지만 정말로 그를 보는 것은 아니다. 그는 항상 주변에 있을 뿐이다. 상대방을 의식하지만 통하거나 ‘잡히는’ 것도 없다. 존재감 혹은 괴로움을 알아차리기도 전에 6주의 시간이 지나간다. 그는 이미 떠났거나 곧 떠나야 한다. 그러면 수 주일 동안 자신도 모르게 눈앞에서 피어난, ‘갈망’이라고 부를 수밖에 없는 증상을 보이는 무언가를 받아들이고 체념하려 애쓴다. 어떻게 모를 수가 있지? 나는 내 욕망을 알아볼 수 있는데 이번에는 완전히 놓쳐 버렸다. 내가 원하는 것은 그의 살갗이었는데 마음을 읽힐 때마다 그의 얼굴에 피어오르는 기만적인 미소에 빠져들었다.
오늘, 통증, 감정의 부추김, 새로운 사람에 대한 흥분감, 손끝 너머에 있을 게 분명한 커다란 행복, 속마음을 잘못 읽을 수도 있고 잃고 싶지 않으며 항상 예측이 필요한 사람들 주위에서 보이는 내 서투른 행동, 내가 원하고 또 간절히 나를 원하기 바라는 사람들에게 쓰는 절박한 간계, 세상과 나 사이에 자리하는 듯한 몇 겹의 얇은 미닫이문 같은 장막, 애초에 암호화되지도 않은 것을 변환하고 또 해독하려는 충동…… 이 모든 것이 올리버가 우리 집에 온 그 여름에 시작되었다. 그것들은 그해 여름에 유행한 곡과 그가 머무는 동안 그리고 떠난 후에 읽은 책들, 뜨거운 날의 로즈메리 냄새부터 오후의 요란한 매미 소리까지 모든 것에 새겨졌다. 여름마다 접해서 익숙해진 냄새와 소리들이 갑자기 나에게 달려들었고, 그 여름의 사건들로 영원히 다른 색조를 띠게 되었다.
우리의 발이 똑같이 맞춰지는 게 기뻤다. 그의 왼발과 내 왼발이 동시에 땅을 디디며 해안에 발자국을 남겼다. 다시 돌아와서 그의 발자국에 내 발자국을 새기고 싶어졌다.
모든 감각이 항상 곤두선 채로 온통 그에게 쏠려 있던 여름.
2주가 지나도록 한마디도 주고받지 않은 사실을 전혀 알아차리지 못하는 당신과 가까워지려 애쓰는 지옥 같은 삶을 그는 알기나 하는 걸까? 내가 알려 줘야 할까?
- 나중이 아니면 언제? 중
그때는 몰랐다. 그를 이곳에 데려온 이유는 단지 그에게 내 작은 세상을 보여 주려는 게 아니라 내 작은 세상이 그를 받아들여 주길 바라서라는 것을.
올리버를 위한 테이블 세팅이 치워졌다. 조금의 유감이나 죄책감도 없이 곧바로 치워져 나갔다. 불 나간 전구를 빼 버리거나, 한때 반려동물이었던 양을 도축하여 내장을 긁어내거나, 누군가 임종을 맞이한 침대에서 시트와 이불을 걷어 내거나 하는 것처럼. 전에 있던 것은 치워 버리고 새것으로 교체한다. 그의 은색 식기와 테이블 매트, 냅킨, 그의 존재가 사라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한 달도 남지 않은 그날 이후에 벌어질 일의 전조였다.
그를 놀리면서 말 걸지 않겠다고 약속한 것도 속으로는 “네가 멈춘다면 난 죽도록 괴로울 거야.”라는 말을 고이 붙잡았기 때문이었다. 그가 털어놓은 그 어떤 말보다 소중했다.
앞으로 매일 밤 꿈에서 그런 그를 만날 수 있다면 나머지는 어찌돼도 좋으니 평생 꿈만 꾸고 싶었다.
두 남자가 아니라 그저 두 인간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네 이름으로 나를 불러 줘. 내 이름으로 너를 부를게.” 태어나 처음 해 본 일이었다. 그를 내 이름으로 부르는 순간 나는 그 전에, 어쩌면 그 후에도 타인과 공유한 적이 없는 영역으로 들어갔다.
“이 장소가 가장 그리울 거야.” 그가 생각에 잠겼다가 덧붙였다. “난 B에서 행복했어.”
- 모네의 언덕 중
우리가 시간을 따라 움직이고 시간도 우리를 따라 움직이며 우리는 변화를 거듭하다가 똑같은 자리로 돌아온다. 늙을 때까지 무엇 하나 배우지 못해도 이것만은 배운다.
- 산클레멘테 신드롬 중
네가 네 삶을 어떤 식으로 사는지는 네 마음이다. 하지만 기억해. 우리의 가슴과 육체는 평생 한 번만 주어지는 거야. 대부분의 사람은 두 개의 삶을 살 수 있는 것처럼 살아가지. 하나는 실물 모형의 삶, 또 하나는 완성된 형태. 하지만 그 사이에 온갖 유형이 존재하지. 하지만 삶은 하나뿐이다.
우리는 서로 다른 곳을 보았다. 모든 것에 대해 이야기했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이야기하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는 언제나 알고 있었다. 지금 아무 말도 하지 않음으로써 확인되었을 뿐. 우리는 한때 별을 찾았다. 나와 당신. 일생에 한 번만 주어지는 일이다.
- 텅 빈 자리 중
7월이라지만 딱히 달의 첫날이라는 느낌은 전혀 없다. 누군가를 격히 사랑하면 다시 달의 첫날이 주는 설레임을 그 설레임 가득한 풋풋함을 느낄수 있을까? 밤 가득한 새벽, 펼친책을 기어이 다 읽고야 말았는데 그 중 한대사가 기억에 오래간다.
- 고통이 있으면 달래고 불꽃이 있으면 끄지말고 잔혹하게 대하지 마라. 밤에 잠 못 이룰만큼 자기안으로 침잠해 들어가는건 끔찍하지. 타인이 너무 일찍 나를 잊는 것 또한 마찬가지야. 순리를 거슬러 빨리 치유되기 위해 자신의 많은 부분을 뜯어내기 때문에 서른 살이 되기도전에 마음이 결핍되어 새로운 사람을 만나 다시 시작할 때 줄 것이 별로 없어져버려. 무엇도 느끼면 안되니까 아무것도 느끼지 않으려고 하는 건 시간낭비야!
나는 왜 상처보다 낭비가 낫다고 여길까.
영화자체의 유명성으로 알게되었지만 책이 원작이며 동성애가 소재였는지는 몰랐다. 아직 동성애가 쓰이는 창작물을 접한적이 없다. 크게 상관하지 않는다 말했지만 아니었나보다. 첫 장을 펼칠때 두려운 마음이 간질간질 피어올랐으니까.
난 아름다운 사람이 좋다. 특히 문장이, 말이 아름다운 사람에겐 내 무릎을 주고 싶다. 앞의 두세페이지를 읽자마자 무릎을 꿇었다. 추잡하게 옷 끄트머리를 벌벌떨며 부여잡아 눈물을 뚝뚝 흘리고 싶었다. 벌떡 일어나 내 시야 모든 범위에 입을 맞추고 싶었다. 동성애? 아니다. 이건 그냥 사랑이야기야. 새벽에 다되서야 책을 덮었고 내일이 걱정되는 잠자리보단 고양감에 취해 침대에 누워 눈뜨고 있던 밤 가득한 새벽.
사랑이 이런거라면 저는 사랑을 못해본거같아요. 그리고 앞으로도 못할수도 있다는 생각에 슬퍼요. 수위가 높다는데 저는 다 사랑같았어요. 문장이 짧지않고 길어 한번에 읽기 힘들었지만 그것저도 사랑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