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바보다. 마치 처음 접해보는 스토리인 것처럼 열심히 읽었는데, 95%정도 읽었을 때 예전에 오래된 영화로 이미 봤던 내용임을 깨달았다. 그래도 앞의 내용은 하나도 기억이 안나서 재밌게 읽었으니, 두 번이나 재밌는 책을 읽었다는 생각으로 나의 고약한 기억력에 쓸쓸한 위로를 해본다.
올해들어 엠마왓슨이 '매그'를 연기하고, 레이디버드의 시얼샤로넌이 ‘조’를 연기한 새로운 작은 아씨들 (Little Women) 영화가 개봉을 했다. 아카데미 시상식에 노미네이트 될 정도로 걸작이라기에 하루빨리 가서 보고 싶은데, 1년간 몇 번 영화관에 가본 결과 아무런 사전지식 없이 그냥 영화를 보러 가기엔 아직 내 영어실력이 한없이 부족하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책부터 읽어보자고 결심했다. 편한 마음으로 펼칠 책은 아니다. 굉장히 긴 소설이니까.
이번 독후감에서는 줄거리는 다루지 않으려 한다. 읽는 내내 든 생각은, 굉장히 교훈적인 소설이라는 거다. 다른 고전 소설들을 보면, 그냥 시대상이 잘 드러난 이야기라는 느낌만 드는 반면에, 빨간머리 앤이나 작은 아씨들 같이 어린 소녀들이 주인공인 고전문학들을 보면 매 챕터마다 교훈이 담뿍 담겨있다. 약간 '검정 고무신'같은 느낌? 영화로 표현하는 것도 좋지만, 되려 짧은 시리즈물로 제작하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 우리는 모두 저마다 시험에 든단다. 너보다 더 큰 시험에 드는 사람들도 있어. 그 시험을 이겨내느라 평생을 바치는 경우도 많아. 나도 예전에는 너와 비슷했단다. 난 그 성격을 고치려고 40년 동안 노력해서 이제 겨우 화를 다스릴 수 있게 되었어. 조, 난 평생 거의 매일 화가 났지만 그걸 드러내지 않는 법을 배웠지. 그리고 이제는 화라는 감정을 느끼지 않는 법을 배우고 싶단다. 입에서 경솔한 말이 튀어나오지 못하도록 다스리는 법을 배웠지. 그런 말들이 내 의지와 상관없이 나올 것 같으면 잠시 그 자리를 떠나서 나약하고 사악해진 나 자신에게 정신 차리라고 해."
"각자 제 몫을 충실히 해내야 모두 편안하게 지낼 수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단다. 해나와 내가 너희들 몫까지 하는 동안 너희들은 아주 잘 지내더구나. 물론 행복하고 즐겁기만 하지는 않았을 거야. 그래서 다들 자기 생각만 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보여주면 너희들이 교훈을 얻을 수 있겠다 싶었어. 서로 돕고 매일 할 일을 하고 힘든 일을 견디며 집을 가꾸어 모두에게 편안하고 아름다운 집을 만드는 일이 더 즐겁다고 생각하지 않니? 쉬는 시간도 더 달콤하게 느껴지고 말이야. 가끔은 그 일이 힘겹게 느껴지지만 우리에게 도움이 되고 그 짐을 짊어지는 방법을 배우면 가볍게 느껴지기도 하지. 일은 유익한 것이란다. 그리고 누구에게나 할 일은 많아. 일을 함으로써 따분함을 느끼지 않고 나쁜 짓도 삼갈 수 있지. 몸과 마음의 건강에도 좋아. 일을 하면 돈이나 일시적인 유행을 추구할 때보다 스스로 유능하고 독립적이라는 생각이 더 많이 들기도 하고."
"그리고 쓸 거야! 멋있기만 하구만. 그늘도 깊고 가볍고 크잖아. 사람들에게 재미도 주고. 난 편하기만 하면 남자애 같아 보이든 말든 상관 안해."
"기다릴게요. 그동안 날 좋아하는 법을 배울 수도 있잖아요. 부탁이니 한 번 배워봐요. 내가 기꺼이 방법을 가르쳐줄게요. 독일어보다 쉬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