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ndy님이 이 책을 읽었어요
2년 전
pp. 635-643. “(중략) 그런데 나는 왜 이렇게 취해버렸을까? 그건 저 저주스런 녀석들이 토론에 끌어들였기 때문입니다! 토론 따위는 절대로 하지 않으리라고 맹세했는데! ...너무나 맹랑한 수작들을 늘어놓는 바람에 하마터면 주먹다짐이 벌어질 뻔했다니까요. 저는 거기다 백부를 두고 왔지요, 좌상곡으로 말입니다... 그런데 아시겠어요, 그자들은 완전한 개성의 방기를 요구하고, 거기서 최대의 의의를 발견하고 있단 말이에요! 어떻게 해서든지 자기가 자기 자신이 아니기를, 또 어떻게 해서든 자기가 자기를 닮지 않도록! 이것이 그자들 사이에서는 최고의 진보로 여겨지고 있답니다. 게다가 자기 식으로라도 거짓말을 한다면 또 모르겠는데, 그게 아니라.......”
(중략)
“그자들이 거짓말을 하기 때문에 제가 이런다고 생각하시겠죠? 천만에요, 저는 사람들이 거짓말하는것을 좋아합니다. 거짓말은 모든 유기체에 대한 인간의 유일한 특권이니까요. 거짓말을 함으로써 진리에 도달하는 겁니다! 저도 거짓말을 하니가 인간일 것입니다. 우선 열네 번쯤, 어쩌면 백열네번쯤 거짓말을 하지 않고서는 어떠한 진리에도 도달하지 못합니다. 그건 그것대로 존경할 만한 가치가 있어요. 그런데 우리 또래는 거짓말을 하는 것조차 스스로의 지혜만으로는 안 됩니다! 자, 어서 거짓말을 해봐, 자기가 생각해낸 거짓말을 해보란 말이다, 그러면 나는 너에게 키스를 해주마. 독창적인 거짓말을 하는 것은 남의 흉내를 내어 외워둔 진리를 말하는 것보다 훨씬 낫지요. 전자는 인간일 수 있지만, 후자는 새 같은 미물에 지나지 않으니까요! 진리는 달아나지 않지만, 생명을 때려죽일 수도 있거든요. 그런 예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한 사람의 예외도 없이 과학, 진보, 사색, 발명, 이상, 희망, 자유주의, 이성, 경험, 그 밖의 모든, 그야말로 모든 영역에서 아직 중학 예과 1년생에 지나지 않습니다! 남의 지식으로 제 앞을 가리는 것이 쉽고 편하니까... 완전히 거기 젖어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렇지 않아요? 내 말이 틀립니까!”
(중략)
“손을 내시기 전에는 절대로 일어나지 않겠습니다! 네, 그렇게요, 됐습니다. 자, 일어났지요, 갑시다! 저는 불행한 바보 자식입니다. 저는 두 분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놈이고, 이렇게 술 취해서 그것을 부끄러워하고 있습니다... 저는 두 분을 사랑할 자격이 없습니다만, 두 분 앞에 무릎을 꿇는다는 것은, 이것은 무지몽매한 짐승이 아닌 이상 각자의 의무입니다!”
(중략)
“물론 우리 집에 와 있는 패거리는 모두 취했습니다만, 그 대신 모두가 정직합니다. 비록 우리는 거짓말을 지껄이긴 합니다만, 그건 나도 마찬가집니다. 그러나 그렇게 거짓말을 지껄이는 동안에 언젠가는 진리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그건 우리가 올바른 길에 서 있기 때문이죠. 그러나 표트르 페트로비치는 올바른 길에 서 있지 않습니다. 나는 지금 우리 집에 와 있는 녀석들에게 마구 욕설을 퍼부었습니다만, 그래도 나는 그들을 모두 존경하고 있습니다. 자묘토프라는 자까지도 존경하지는 않지만 사랑하고 있습니다. 귀여운 강아지니까요! 조시모프라는 녀석도 그렇습니다. 정직하고 자기 할 바를 알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이젠 그만둡시다. 할 말도 다 하고 용서도 받았으니까요. 물론 용서해주신 거죠? 그런거죠? 자, 갑시다. (후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