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독립 만세 운동의 상징은 유관순이지만, 독립은 궁극적으로 더 많은 외침과 희생으로 가능했던 일이다. 그 대표적인 현장이 바로 제암리이다. 당시 운동이 가장 격렬했던 지역으로, 오랜 세월 잊혀졌던 제암리가 동화로 되살아났다. '제암리 학살사건'을 제재로 한 장편 역사동화로, 장경선 작가는 일본인 소년 나카무라의 눈으로 당시의 역사를 기록했다.
제암리를 아십니까/장경선
'제암리를 아십니까'는 일제 강점기 일제가 저지른 '제암리 학살사건'을 소재로 쓴 우리의 아픈 역사 동화입니다.
참혹한 참상의 제암리 소재지는 지금의 경기도 화성시 향남읍 제암리입니다.
이곳에서 1919년 독립만세를 불렀다는 이유만으로 교회에 사람들을 모아놓고 문을 굳게 잠근 채 빠져나오지 못하게 한 다음 집중사격을 퍼부어 사살하고 그것도 모자라 만행의 증거를 없애려 교회당에 불을 질러 무고한 양민 28명을 학살한 사건입니다.
얼마나 일본인들이 악랄했냐면 교회당에 갇힌 한 부인이 아기를 살리려고 창밖으로 내놓으며 아기만은 살려달라고 애원했으나 일본 군경은 아기마저 잔혹하게 찔러 죽입니다.
장경선 작가의 장편 역사 동화 '제암리를 아십니까'는 우리의 비참했던 일제강점기 역사가 세상에 드러나 잊힐뻔한 진실을 독자에게 알려주는 책인 것 같습니다.
사실 저는 여순 반란 사건, 제주4.3사건, 거창 양민학살사건은 책이나 언론을 통해 익히 들어왔어나 제암리 학살사건은 이 책을 읽기 전에 전혀 모르는 사건이었습니다.
3.1운동의 기억은 유관순 열사가 독립만세를 외치던 모습만 우리가 기억할 뿐 그보다 더 처절한 역사의 현장이었던 제암리 만세운동은 우리 기억 속에 잊혀갔습니다.
장경선 작가는 이 책을 통해 일본인 소년 나카무라의 눈으로 일제가 저지른 만행을 우리에게 생생하게 알려주고 있습니다.
이 책의 주인공 나카무라는 제암리 학살사건의 주모자 중 한 사람인 사사까의 아들입니다.
어린 나카무라는 처음에 나라를 맡아 달라고 떠넘길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나라를 되찾겠다고 '대한 독립 만세'를 외치며 시위하는 조선인들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우연히 조선 아이인 연화를 만나며 좋아하는 감정을 갖게 되면서 나카무라 아버지가 독립군들을 잔인하게 고문하고 심지어 죽이는 것을 보게 되고는 연화에게 중요한 정보도 주며 조금씩 일본인의 만행을 알아가게 됩니다.
그리고 조선인이 비참하게 살아가는 이유가 일본인과 연화의 할아버지를 죽인 장본인이 자기의 아버지임을 알고 연화에게 자신이 일본인이란 것을 밝히지 못합니다.
나중에 연화는 나카무라가 사사까의 아들임을 알게 되고 나카무라는 용서를 빌지만 일제의 만행으로 연화의 가족들이 무참히 살해된 것을 목격한 연화는 나카무라를 용서하지 못합니다.
그러자 나카무라는 자신이 어른이 되면 일제가 저지른 만행을 세상에 알릴 것을 다짐하며 이 소설은 끝을 맺게 됩니다.
이 책에서 가장 마음 아팠던 장면으로 연화의 할아버지가 칼을 빼어든 일본인 앞잡이 쌍칼에게 죽으면서 남긴 한마디가 아직도 귓가에 멤도네요.
'희창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 조선 사람으로 살아가게나'
'희창이, 이제 더 이상 내 부모, 내 형제가 흘린 피와 눈물로 먹고살지 말게나'
조선인의 눈물과 피로 얼룩진 가슴 아픈 역사가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미래를 책임질 우리와 우리 아이들에게 살아있는 역사의 현장을 느끼게 해줄 수는 없을까 생각해 봅니다.
지금 당장 내가 어찌할 순 없지만 '제암리를 아십니까'책 한 권을 읽고 제대로 된 역사를 인식하고 살아간다면 순국선열의 혼령에 조금이라도 죄스러움이 덜어질 것 같습니다.
따뜻한 남쪽나라 통영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