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박스

토니 포터 지음 | 한빛비즈 펴냄

맨박스 (남자다움에 갇힌 남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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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2016.8.10

페이지

200쪽

이럴 때 추천!

에너지가 방전됐을 때 , 동기부여가 필요할 때 읽으면 좋아요.

#남성상 #여성상 #여성폭력 #차별 #혐오

상세 정보

남자다움에 구속받는 모든 남성들에게
사회가 강요하는 남성성의 실체

남자는 강해야 하고, 약한 것들을 지켜야 하며, 사람들 앞에서 드러낼 수 있는 감정은 오직 분노뿐이다. 하지만 그 강요가 누구를 위한 것인지 명쾌한 답을 내놓을 수 있는 남자는 많지 않다. '보호'를 받는 '나약한 존재'로서의 여성이 그로 인해 행복해졌는지 또한 의문이다. 남자도 여자도 행복해지지 않았다. 혹시 태어나는 순간부터 강요받아 온 '남자다움'에 대한 강박이 우리 모두를 불행하게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닐까.

저자 토니 포터는 남자를 둘러싼 고정관념의 틀을 '맨박스'로 규정하고 이를 깨부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모든 남성이 남들보다 우월하지 않아도 괜찮고, 느낌과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할 줄 알아야 하며, 그냥 친구로만 지내는 이성이 있어도 괜찮다고 말한다. 누군가의 동료이자 누군가의 애인, 누군가의 아버지이자 누군가의 아들로 사랑하는 사람들을 살뜰히 챙기며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이 시대의 평범한 남성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이다.

저자는 남자 여자 편을 가르고 정신없이 싸우느라 우리가 잊고 있었던 사실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킨다. '남자 대 여자로 싸워 이기는 방법'이 아니라 '한 인간이 다른 인간을 대하는 방법'을 먼저 배워야 한다는 사실 말이다. 지금 우리 사회를 들끓게 만든 남혐과 여혐, 그 끝나지 않는 전쟁의 해답이 어쩌면 여기 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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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언급한 게시물11

Jay님의 프로필 이미지

Jay

@jay0yf6

남자다움으로 가장한 남성 우월주의에 대하여 친숙한 사례를 토대로 독자에게 질문을 던진다. 내 아이에게 통속적인 성역할을 강요하는 부모가 되지 않기를 스스로 다짐해보는 시간.
한가지 아쉬운점은 비슷한 이야기가 누차 반복되면서 뒷 페이지로 갈 수록 흥미가 떨어진다는 것.

맨박스

토니 포터 지음
한빛비즈 펴냄

2022년 2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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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ehcoow

@gfjmujvhhdlg

또래압력, 넛지 효과

맨박스

토니 포터 지음
한빛비즈 펴냄

2020년 6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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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나라

@namjjoknara

그동안 내가 알고 있던 남자다움의 비열한 행동들은 남자로서의 알량한 자존심과 허풍 따위 이런 것들이었다. 친구들에게 나약한 내 모습을 보이기 싫은 남자다움을 증명하는 것, 단지 여자애들에게는 잘 보이기 위한 것들이고 남자 애들에는 쪽팔리는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이었다.

남자로서 바른 생각과 행동은 남자다움과는 또 다른 성격의 것이다. 대부분의 남자들이 여성의 성적 대상화를 통해 남자다움을 증명하려 한다는 것이다. 여성을 단지 성적인 유희의 대상으로 바라보고 윤리적으로 부도덕한 행위에 대해서 동조하는 우리 자신조차도 어찌 보면 맨 박스에 갇힌 여느 남자와 다를 게 없다.

실제로 여성을 학대하고 성행위로 인한 물리적 위해는 가하지 않았더라도 내가 지킨 침묵으로 여성이 피해를 당했다면 그것은 윤리적으로 비난의 대상이 되지 않는 것일까.

남자들의 암묵적 합의와 사회적으로 보편화된 사고방식이 과거의 남성상이 얼마나 위험한 행동들이었는지 이 책을 통해서 조금은 알 것 같다.

아직도 대다수의 남성들은 성적 우월감이 남성의 표상이며 남자다움의 증거라고 말한다.  선량한 남성들은 남성들에 의해 자행되는 폭력이나 성에 관련된 행위에 관대하다. 내가 직접 관여한 일만 아니면 괜찮다 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자기 합리화이며 사회적 관습으로 암묵적 동의로 받아들인다.

흔히 친구들끼리 만나서 대화하다 보면 남자답지 못하다는 용어로 병신, 또라이, 고문관, 마마보이, 계집애와 같은 말들을 한다. 그리고 '남자 새끼가 그게 뭐냐'라는 말들을 종종 한다. 남자다움이 힘과 욕설로 도배된 일종의 여성비하 발언의 크기에 비례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착한 남성이라는 개념과 무관하다.

남녀 차별의 의식변화에서조차 알게 모르게 우리 사회에 빈번히 나타난다. 드라마에서, 영화에서, 예능 프로그램에서 눈물 흘리는 여성에게는 다독거리며 감동의 눈시울을 붉히지만 남자가 우는 모습을 보면 아마도 울컥하는 감동보다는 '저놈 뭐지'  하면서 웃음바다가 될 것이다. 이렇듯 여성은 나약한 존재, 남성은 그런 여성을 보호하는 존재로서 역사는 지금까지 흘러왔다.

여성이 수절하면 열녀비를 세워주지만 남성이 수절하면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말한다. 남자는 언제 어디서라도 섹스를 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강간이나 성폭행이 남자다움을 증명하는 행위가 아니듯 수컷의 성적 본능을 이제는 아무 여성에게 보여주어서는 안 된다.

이제 여성들도 남성 못지않게 맨 박스의 무덤에서 나와야 한다. '남자가 되어 가지고 그것도 못해' 남성이든 여성이든 신체적 우위는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서로 동등한 위치에서 존중하는 마인드가 필요하다.

맨 박스 책을 읽으면서 과거에 느끼지 못했던 불평등의 괴리를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강요된 남자다움의 사슬에서 벗어나 진정한 남자로서 좋은 아빠 멋진 남편으로 살아가야겠다.

맨박스

토니 포터 지음
한빛비즈 펴냄

2019년 12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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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정보

남자는 강해야 하고, 약한 것들을 지켜야 하며, 사람들 앞에서 드러낼 수 있는 감정은 오직 분노뿐이다. 하지만 그 강요가 누구를 위한 것인지 명쾌한 답을 내놓을 수 있는 남자는 많지 않다. '보호'를 받는 '나약한 존재'로서의 여성이 그로 인해 행복해졌는지 또한 의문이다. 남자도 여자도 행복해지지 않았다. 혹시 태어나는 순간부터 강요받아 온 '남자다움'에 대한 강박이 우리 모두를 불행하게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닐까.

저자 토니 포터는 남자를 둘러싼 고정관념의 틀을 '맨박스'로 규정하고 이를 깨부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모든 남성이 남들보다 우월하지 않아도 괜찮고, 느낌과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할 줄 알아야 하며, 그냥 친구로만 지내는 이성이 있어도 괜찮다고 말한다. 누군가의 동료이자 누군가의 애인, 누군가의 아버지이자 누군가의 아들로 사랑하는 사람들을 살뜰히 챙기며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이 시대의 평범한 남성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이다.

저자는 남자 여자 편을 가르고 정신없이 싸우느라 우리가 잊고 있었던 사실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킨다. '남자 대 여자로 싸워 이기는 방법'이 아니라 '한 인간이 다른 인간을 대하는 방법'을 먼저 배워야 한다는 사실 말이다. 지금 우리 사회를 들끓게 만든 남혐과 여혐, 그 끝나지 않는 전쟁의 해답이 어쩌면 여기 있을지 모른다.

출판사 책 소개

여성 혐오와 페미니즘,
그 끝없는 전쟁을 멈추기 위해

“남자는 울면 안 돼!”

세상에 나온 지 4~5년밖에 안 된 어린 남자아이에게도 익숙할 이 한마디에는 많은 사회적 통념이 담겨 있다. 남자는 강해야 하고, 약한 것들을 지켜야 하며, 사람들 앞에서 드러낼 수 있는 감정은 오직 분노뿐이다. 하지만 그 강요가 누구를 위한 것인지 명쾌한 답을 내놓을 수 있는 남자는 많지 않다. ‘보호’를 받는 ‘나약한 존재’로서의 여성이 그로 인해 행복해졌는지 또한 의문이다. 남자도 여자도 행복해지지 않았다. 혹시 태어나는 순간부터 강요받아 온 ‘남자다움’에 대한 강박이 우리 모두를 불행하게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닐까.
비교적 열린 성의식을 가진 미국에서조차 남성에 대한 성性역할은 여성의 그것과는 다른 의미로 보다 폭넓게 강요되어 왔다. 이 책의 단초가 된 TED 강연 “A Call To Men(한국어 번역 제목: 남자들에게 고함)”이 미국 현지에서도 이토록 화제가 되었으니 말이다. 강연자이자 이 책의 저자인 토니 포터는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왔던 ‘남자다움’을 의심한다. 그는 남자를 둘러싼 고정관념의 틀을 ‘맨박스(man box)’로 규정하고 이를 깨부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모든 남성이 남들보다 우월하지 않아도 괜찮고, 느낌과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할 줄 알아야 하며, 그냥 친구로만 지내는 이성이 있어도 괜찮다고 말한다. 그는 ‘남자로서 가질 수 있는 훌륭한 자산(매사에 성실하고 가족을 사랑하는 남편이나 애인 또는 아버지로서의 자긍심)’은 지키되 남성성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돌아봐야 한다고 역설한다.
이 책은 누군가의 동료이자 누군가의 애인, 누군가의 아버지이자 누군가의 아들로 사랑하는 사람들을 살뜰히 챙기며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이 시대의 평범한 남성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이다. 또한 어린아이들을 키우고 있는 부모에게 전하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저자는 남자 여자 편을 가르고 정신없이 싸우느라 우리가 잊고 있었던 사실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킨다. ‘남자 대 여자로 싸워 이기는 방법’이 아니라 ‘한 인간이 다른 인간을 대하는 방법’을 먼저 배워야 한다는 사실 말이다. 지금 우리 사회를 들끓게 만든 남혐과 여혐, 그 끝나지 않는 전쟁의 해답이 어쩌면 여기 있을지 모른다.

_평범한 남자들은 왜 가해자가 되었나?

이 책의 제목(이자 탈피해야 할 대상)인 ‘맨박스’는 터프하고 두려움 따위 느끼지 않으며 언제나 상황을 리드하는 남성을 목표로 제시한다. 물론 터프하고 거친 남자가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만약 연약한 남자라면 어떨까? 혹은 터프하고 강하면서도 동시에 상냥하고 부드러운 남자가 되고 싶다면? 그러나 남자인 당신이 고통과 상처, 두려움에 대해 터놓고 말하려 할 때 맨박스는 이를 가로막는다.

맨박스는 남성들이 자신의 감정의 가드를 한껏 올리게 만든다. 가드를 내려놓고 감정에 충실하면 자신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감정에 충실하다는 건 위험을 무릅쓸 배짱이 없음을 의미한다. 감정을 통제하도록 강요받고,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나약함의 증거라고 배운 남성들은 자존감과 성취도가 낮아지면 힘들어한다. 이 상황에서 가장 비극적인 점은 시간이 지나면서 애초에 그들을 이런 상황으로 몰아넣은 맨박스에 더욱 의존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악순환의 굴레를 누군가의 도움 없이 벗어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_131쪽

맨박스를 불편하게 여기는 남자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남성들은 그 안에서 결속감과 안도감을 얻고 있다. 하지만 남성의 삶 깊숙이 스며든 맨박스는 우리 사회에 많은 문제를 야기한다. 그 문제들은 남자들의 삶을 지배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곧장 여성의 삶 속으로 파고든다.

물론 신부의 손을 건네주는 행위는 전체 결혼 예식 중 상징적인 부분일 뿐이며 실제 사람을 소유물처럼 거래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이런 상징적 행위가 전통으로 전해 내려왔다는 데에 시사점이 있다. 부친의 책임하에 있던 신부가 새로이 배우자를 맞이하여 그에게 귀속되는(한 남성에서 다른 남성의 손에 넘겨지는) 것이다. 이런 문화적 관습은 여성을 소유물로 보는 가장 흔한 예이며 사회적으로 기대되는 남성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여성을 소유물로 인식하는 것은 폭력으로 여성을 억압하는 특정 남성에 국한되지 않는다. 여성이 남성의 소유물이라는 그릇된 인식은 보편적으로 자행되어 온 남성성 학습의 산물이다. 오늘날에도 많은 남성이 이런 인식에 아무런 문제를 제기하지 않은 채 사회적 기준처럼 받아들이고 있다. 예전부터 그래 왔으니 문제없다는 식의 접근이다. _56쪽

평범하고 선한 남자일수록 사회가 원하는 남성성에 가까워지려 애쓰며 산다. 하지만 남성들이 자신의 행동과 사고방식을 사회적 맥락에서 생각하기란 쉽지 않다. “나를 포함한 우리 사회 남성들이 집단적으로 여성들을 부적절하게 대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고 고백하는 남성은 찾기 어렵다. 오히려 대부분의 남성은 이렇게 생각하고 있지 않나.
“그놈들과 나를 엮지 마. 몇몇 나쁜 놈들이 여자를 때리기도 하는데, 내 손에 걸리면 죽을 줄 알아!”

자신과 몇몇 나쁜 남성을 구분 지어 생각하다 보면 중요한 사실을 놓치게 된다. 마치 백인이 “난 인종차별주의자가 아니에요. 다른 백인 중에는 흑인을 차별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전 아니에요”라고 말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런 사고방식에 안주하면 정작 사회 구조적 차별에 대한 비판적인 대화를 나눌 기회조차 마련하기 어렵다.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문제와 자신은 별개라는 생각으로 자아 성찰을 거부할 때 사회 구조적 차별의 본질을 파악할 수 있는 기회조차 외면하게 된다. 어떤 기득권층이나 지배적 집단을 보아도 현실의 문제를 남의 문제로만 치부하며 대응을 회피하는 사고방식을 관찰할 수 있다. _151쪽

우리 사회에서 ‘가정 폭력은 집안일’이라는 인식이 지속되는 중요한 원인 중 하나는 바로 남성이 자신의 소유물(여성)을 마음대로 다룰 수 있다는 믿음에 근거한다. 그게 언제 적 얘기냐고, 사람이 어떻게 소유물이 될 수가 있느냐고 묻는 사람도 있겠지만 실제로 많은 남성들이 종속 관계가 성립하는 양 사고하고 행동한다. 법적인 소유관계가 성립하지는 않는다고 하지만 이는 엄연히 오늘날 우리 사회와 법체계의 기반에서 명맥을 유지하는 믿음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가정법원이다. 아내를 때린 남편은 가정법원으로 보내진다. 만약 아내가 아닌 다른 여성을 때렸다면 형사법원으로 보내질 것이다. 이게 무슨 뜻일까? 남성이 자신의 아내를 때렸다면 모르는 여성을 때렸을 때보다 그 죄의 무게가 가볍다는 뜻일까?

_남혐 vs 여혐 논쟁. 서로의 목소리를 들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남성들은 여성들이 남성들과 같은 사회에서 생활하기 위해 ‘상식’처럼 배우고 쓰는 갖가지 고육지책에 대해 전혀 모른 채로 살아간다. 밤늦은 시간에 엘리베이터를 타거나 계단을 이용할 때 수상한 사람이 없는지 주의를 기울이는 것, 택시를 탈 때 차량 번호와 색깔을 남기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운전을 배울 때도 다르다. 지하 주차장은 말할 것도 없고 한낮의 야외에서조차 봉고차나 큰 차 옆에 주차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배운다. 큰 차가 시야를 가리는 사이 쥐도 새도 모르게 끌려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뿐만 아니다. 예전에는 이른 새벽이나 밤늦은 시간이었지만 이제는 모든 시간에 혼자 운동이나 등산을 하러 밖에 나가는 것이 위험하다. 술을 마시다가 화장실에 혼자 가서도 안 된다. 공중화장실을 이용할 때도 ‘몰카’가 설치되어 있지는 않은지 나사 구멍을 빤히 들여다본다. 이 밖에도 수백 수천 가지 ‘조심해야 할’ 리스트가 있다. 남자들이 모르는 현실은 이게 전부가 아니다.

어머니가 버릇처럼 하던 말이 있다. “열쇠도 못 챙기면서 네 안전을 챙길 수나 있겠니?” 분명 누이들이 안전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나온 조언이겠지만 이 말 속에는 ‘네 몸은 네가 챙겨야 한다’는 인식이 담겨 있다. 우리 사회가 여성의 안전을 여성의 책임으로 보는 시각 말이다. 폭력을 저지르는 당사자(남성)가 아니라 스스로 안전을 챙기지 못한 희생자(여성)에게 먼저 책임을 묻는 것이다. _149쪽

저자가 고백한 어머니의 태도는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전형적인 반응이다. 한국 사회도 마찬가지다. 우리 사회는 남성들의 행동에 대한 책임을 여성이 지도록 강요해왔다. 가정 폭력으로 고통받는 여성에게 습관처럼 “왜 그런 남편하고 안 헤어지죠?”라고 물을 뿐 폭력을 행사하는 남성에게 “왜 때립니까?”라고 비난하지는 않는다. 미국과 한국의 사고방식 차이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사례는 한국 사회에 그대로 적용된다.

여성들이 지켜야 할 갖가지 수칙만큼이나 많은 질문이 여성들을 따라다닌다. 바로 여성들에게 어떤 일이 발생하면 이에 대해 설명을 요구하는 “왜 그랬는데” 형식의 질문들이다. 여성이 남성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면 사람들은 궁금해한다. 왜 그렇게 늦은 시간까지 밖에 있었습니까? 왜 그렇게 야한 옷을 입고 외출한 겁니까? 왜 그렇게 술을 많이 마셨습니까? 왜 다른 친구들과 함께 다니지 않고 혼자 길거리에 나왔습니까? 가정 폭력 케이스에 등장하는 매우 고질적이고 고약한 질문인 “남편이 그렇게 폭력을 쓰면 헤어져야지 왜 안 헤어집니까?”도 마찬가지다. 한술 더 떠 “맞으면서도 헤어지지 않는 거 보니 좋은가 보지”라고 내뱉기도 한다. _149~150쪽

문제는 이런 질문이 피해 여성에게 상처가 된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남성이 많다는 점이다. 이런 현실은 여성 폭력 문제 해결에 남성의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보여준다. 맨박스를 분해하고 재해석하자는 저자의 주장은 사실 남자들을 한계치까지 몰아붙이는 수준의 난제다. 의식하지 못할 만큼 익숙해진 가치관과 행동 방식을 바꾸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다.

저자가 이 난제 앞에 선 남성들에게 촉구하는 것은 다름 아닌 인류애다. 그는 성별에 따라 구분되는 이분법적인 역할론에서 벗어나 한 인간이 다른 인간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인류애 넘치는 세상 속에서는 모든 이가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신의 색깔을 내면서도 사랑받고 존중받으며 안심하고 살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인류애 차원의 목표를 달성하려면 여성들의 가이드가 필요하다는 것이 이 책의 주장이다.

우리 사회는 아직도 남성이 저지르는 여성 폭력 문제를 여성들의 손에만 맡겨놓고 있다. 이 책 역시 여성 누군가가 골라서 남성에게 선물했을 가능성이 크다. 남성이 스스로 서점에서 이 책을 발견하고 흥미를 느껴 구매했을 가능성은 훨씬 낮다. 그리고 자신의 남자 친구나 아들, 아버지, 오빠, 직장 동료에게 이 책을 선물한 여성이라면 이렇게 책 소개를 해야 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을 것이다. “이 책 한번 보세요. 그냥 휙 읽을 수 있는 짧은 책이거든요. 두껍지도 않죠? 재미있는 얘기도 많아요.” 이렇게 가볍게 소개하지 않는 이상 남성들 대부분이 이 책을 열어보지 않을 것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_23쪽

우리 사회는 지금껏 억압에 저항하는 여성들에게 ‘특권’ 단체라든가 ‘소수’ 단체, ‘페미니스트 조직’이라는 이름을 붙여 왔다. 이러한 단체들은 그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과소평가되기 일쑤였다. 사회적 위상이나 영향력, 동원 가능한 자원이 한정적인 탓이 컸다. 하지만 현실을 말하는 여성들의 목소리에서 우리는 그 무엇보다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그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말해왔다. 제발 자신들의 목소리를 들어달라고.

_평범한 남성들의 분노가 모든 여성의 삶을 바꾼다

위기에 처한 사람을 보면 돕고, 주변 여성을 존중하며 살아온 선한 남성의 입장에서는 ‘범죄자’들과 싸잡혀 비난과 수모를 당하는 요즘 같은 상황이 적잖이 억울할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묻는다. 남성들의 대다수가 마음씨 착한 사람들이고 여성에게 폭력을 쓰는 나쁜 남자는 극소수라면 대체 어떻게 여성 폭력이 이토록 만연할 수 있는가. 실제로 미국이나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남성에 의한 여성 폭력’은 암과 심장 질환만큼이나 흔한 여성의 상해 요인이다.

남자들은 지금껏 가정 폭력, 성폭력 그리고 여성 학대와 같은 범죄들이 그저 ‘여자들의’ 문제라고 배웠다. 그렇기에 이 문제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인식조차 없었다. 남성들은 여성 폭력 문제를 남성 중심주의 관점에서 바라보기 때문에 자신 또는 다른 남성들에게 책임을 묻지 않는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대부분의 남성들이 여성들을 일부러 해하려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자신의 행동이 다른 폭력적인 남성에게 면죄부를 준다는 사실을 모르는 경우도 허다하다. 일반적인 남성들은 남들이 하는 대로 문제의식 없이 지낼 뿐이다. 그들은 이미 사회에서 지배적인 위치에 있으므로 스스로가 여성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여성이 바라보는 남성의 모습이 어떤지 쉽게 자각하지 못한다. _21~22쪽

이 책은 오늘날 남성에 의한 여성 폭력이 전염병만큼이나 흔해진 원인이 한 개인의 일탈에 있다고 보지 않는다. 위에서 언급한 ‘억울한’ 남성들의 말처럼 ‘나쁜 놈’이 따로 있고 ‘착한 놈’이 따로 있지 않다는 뜻이다. 저자는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평범한 남성들의 침묵을 경계한다. 착한 남자의 침묵은 폭력의 승인이나 마찬가지다. 이들 평범하고 착한 남성들의 묵인하에 오늘도 여성 폭력은 이어지고 있다.

착한 남성들의 과제는 폭력적인 남성들과 자신이 어떤 관계에 놓여 있는지 분석해보는 것이다. 폭력남과 나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그와 나는 어떤 면에서 다를까? 폭력남의 행동으로 인해 평범한 남성들이 이득을 보는 경우가 있을까? 또 하나의 타당한 질문은 ‘그런데도 불구하고 폭력을 쓴 남성에게 공감하는 부분이 충돌하는 부분보다 많지는 않은가’와 같은 물음이다. 착한 남성들은 여성 폭력 문제 해결을 돕고 있는가 아니면 문제를 지속시키고 있는가? 여성들이 스스로 여성 폭력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면 예전에 해결했을 것이다. 여성 폭력 문제를 제대로 뿌리 뽑기 위해서는 대다수 남성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_162쪽

명백한 인권침해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여성 폭력 문제를 사회 문제도 남성들의 문제도 아닌 ‘여성 문제’로 평가절하해왔다. 하지만 가정 폭력, 성폭력 및 여성을 표적으로 하는 모든 폭력과 학대 행위가 ‘여성만의 문제’로 치부되는 순간, 문제의 심각성은 훼손되고 만다. 그리고 평범한 남성들은 자신과 아무 상관이 없는 이 문제에서 영영 관심을 잃게 된다.
여성과 그들의 희생이 아니라 남성과 그들의 범죄 행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저자는 여성이 학대당할 때 남성이 침묵하는 것은 폭력을 조장하는 결과를 낳는다고 말한다. 평범한 남성의 침묵은 곧 허락을 뜻한다. 침묵은 남성들 간의 이해관계를 둘러싼 공모 행위다. 평범한 남성들의 침묵은 여성을 해치는 폭력적인 행동이 마치 ‘늘 있는 일’처럼 비춰지게 한다.

대다수 남성들의 본심은 폭력적인 남성에게 면죄부를 주고자 함이 아니란 걸 안다. 하지만 우리의 침묵이 결과적으로는 동의의 표현이나 마찬가지임을 깨달아야 한다. 폭력적인 남성들은 착한 남성들이 침묵을 지킬 거라 믿고 있으며 우리가 구시대적인 남성상에 충실하게 행동할 것이라는 전제하에 행동한다. 폭력적인 남성들은 선한 남성들이 계속해서 여성은 남성의 소유물이라는 믿음을 공유해주기를 바란다. 그래서 그들이 여성에게 무슨 짓을 하든 간섭하지 않게 말이다. 폭력적인 남성들은 선한 남성들이 성폭력에 노출된 여성 피해자들을 괴롭히길 원한다. 피해 여성이 왜 거기에 있었으며, 알아서 조심하지 않고 왜 그런 치마를 입었는지를 캐물으며 여성들을 취조하길 원한다. _172~173쪽

선한 의도를 가진 대다수의 남성들이 여성 폭력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중립적인 태도를 버려야 한다. 여성 폭력 문제는 모든 남성 개개인의 책임이다. 남성에 의한 여성 폭력은 남성 모두가 연대적 책임감을 느끼기 전까지 사라지지 않는다. 이 책은 모든 남성이 여성 폭력 문제의 원인이 자신이라는 의무감을 바탕으로 솔직하고 진솔하게 그리고 자신의 기득권을 내려놓을 각오로 싸워주길 부탁하고 있다.

_“나는 이제부터 아들에게 울어도 된다고 가르칠 것이다”

우리에게는 미래의 아이들이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에서 살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이 책을 구성하는 또 다른 축에는 우리 아이들을 어떻게 키워나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다. 여성을 약한 존재로 인식하거나 오직 성적인 대상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교육은 결국 남성에 의한 여성 폭력 문제가 발생하는 원인이 된다. 그것은 우리가 아이들에게 물려주고 싶은 미래가 아니다.

우리는 ‘진정한 남자다움은 최대한 여자들에게 관심을 두지 않고 여성들의 경험과 거리를 두는 것’이라는 믿음을 돌아보아야 한다. 자신의 딸이 살아갈 세상을 상상해보고, 그 세상 속에서 다른 남성들이 자신의 딸을 어떻게 대할지를 그려보고 나면 대화에 임하는 남성들의 태도가 달라진다. 그리고 이내 자기 내부에서 모순을 발견하게 된다. 그들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잘 알고 있다. 자신의 주변 남성들이 어떤 사람들인지도 잘 알고 있다. 그들은 잠자는 시간만 빼고 딸들을 쫓아다니며 다른 남성으로부터 방패막이 되어줄 수 없다는 것도 안다. 딸이 겪게 될 세상을 상상하며 자신의 평소 행실을 더욱 통렬하게 반성하게 되고 마침내 전구의 스위치가 반짝 켜진 듯 모든 것을 이해하게 된다. _142쪽

대다수 남성들은 가족을 위해 일하는 사랑스러운 남편이자 아버지다. 그들이 지켜온 남자이자 아버지로서의 자긍심이 대물림되는 것을 부정하자는 것이 아니다. 다만 진정한 ‘남자’의 사회적 책임을 다른 각도에서 생각할 필요가 있다. 아들의 남자다움은 울거나 이성 친구와 거리낌 없이 지낸다고 훼손되지 않는다. 아들에게 알려줘야 할 삶의 지혜는 남녀의 구분 없이 모든 구성원이 힘을 모을 때 세상이 얼마나 가치 있게 변하는가 하는 것이다. 사람과 사람 간의 경계가 없는 세상을 아이들에게 물려주고 싶은 것은 비단 여성의 문제만은 아닐 것이다.

우리의 아들딸들이 앞으로 살아갈 세상의 모습은 여러분의 손에 달렸다. 우리가 상상하는 그 세상에서 남성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도 마찬가지다. 여러분의 참여가 절실하다. 나를 비롯한 모든 남성들이 서로를 도와가며 우리 아들들을 어떻게 올바르게 키울 것인지, 진정한 남자다움이란 무엇인지 함께 고민해야 한다. 아들에게 언제나 공격적이지 않아도 괜찮다고, 남자가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잘못된 행동이 아니라고 알려주면 어떨까? 남자가 남녀평등을 주장한다고 해서 색안경을 끼고 볼 필요가 없다고 말해보자. 여자아이와 그냥 친구로만 지내도 괜찮다고 알려주자. 우리 아들들이 다양한 감정을 가진 온전한 인격체로 자라나도록 안심시켜주자. _25~26쪽

남성들이 경직된 성역할에서 벗어나야만 여성들도 자유로워질 수 있다. 만약 남자인 당신이 이 책을 집어 들었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모두의 힘을 합치면 우리가 꿈꾸는 세상을 만들 수 있다. 모든 성인 남성과 남자아이가 상냥하고 신사적이며 모든 여성이 안전하고 소중히 여겨지는 그런 세상 말이다. 우리는 지금껏 이 과제를 미뤄 왔다. 이제는 변화를 시작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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