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읽는다는 건 무엇일까? 그럼, 산책을 한다는 건? '말들의 흐름' 시리즈의 네 번째 책 <시와 산책>은 작가 한정원이 시를 읽고, 산책을 하고, 과연 산다는 건 무엇일까에 대해 고민해온 시간들을 담아낸 맑고 단정한 산문집이다.
이 책 어때요?
Q&A
이 책의 한줄평
0
게시물
10
이 책이 담긴 책장
요약
디자인 역사 속의 스타일 (Styles in the History of Design) 내용 요약
**디자인 역사 속의 스타일 (Styles in the History of Design)**은 박영목, 심영신, 원하연, 장성연이 공동 집필하고 2024년 인물과사상사에서 출간한 디자인사 서적으로, 서구 디자인의 스타일을 역사적·문화적 맥락에서 탐구하는 학술적 작품이다. 📖 저자들은 서울대와 건국대에서 산업디자인과 디자인사를 연구하며, 삼성전자 디자인팀 출신의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스타일은 삶의 흔적이다”라는 관점에서 디자인
출간 이후 작가들에게 입소문이 나서, 작가들이 추천하는 책으로 알게 된 책이다.
등단하지 않았고, 첫 책임에도 불구하고 글과 문장의 밀도에 많은 칭송의 말들이 들린다. 읽으면서 시선과 감성의 격이 시인 같다는 생각이 든다. 감탄사가 나오는 감성이 녹아든 문장과 표현들, 사색을 옮겨놓은 말들의 장들이 불쑥 들어온다.
낭독하기 좋고, 에피소드와 연관된 인용 시들의 단문들이 감성 문장들로 빛을 발한다.
작가의 도서관 북토크 영상을 보면서 하워드의 다중지능이론 중 감성지능이 더 뛰어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별히 습작을 하지 않았다고, 느낀 경험에 대한 감정을 글로 썼다는 말에서는 타고난 문학성이라고 해야 하나 선망의 시선이 갔다.
담백한듯하지만 또 담대한 글들은 아직은 높은(늙은) 연배가 아님에도 그 감성과 사유의 깊이에서는 나이라는 게 큰 의미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이 책의 작가의 글에서 마주친다.
행복을 믿으세요?편의 마음의 격이라는 어휘가 참 시인다운 언어의 향을 주는구나 싶다.
‘노래는 긍정적인 사람에게 깃드는 것이라기보다는, 필요하여 자꾸 불러들이는 사람에게 스며드는 것이다.’ 이 문장에서는 긍정에 대한 한 보 더 깊은 헤아림이 느껴졌다. 나는 저런 긍정의 사유를 해 본 적이 있었던가. 담백한데 또 담대한 문장과 사람의 격이 전해지다고 할까.
과일이 둥근 것은 편에서는 외지인들끼리 혼자만 느낀 정서적 친밀감의 느낌을 엿본 느낌인데, 그 시선과 생각들이 따듯한 사람이구나 싶었다. 일반적으로 타지에서 이성이고, 연배가 더 많다면 호기심보다는 두려움이나 경계심의 추가 더 높을 거라는 생각이 드는데, 작가의 시선은 익명성의 거리감에서 오는 따뜻함이 느껴졌다. 구석의 목소리라는 문장이 시인의 문장으로 들어온다.
온 마음을 다해 오느라고 편은 늙음과 젊음에 대한 대비된 에피소드인듯하지만, ‘노인에게는 멈추는 힘이, 나에게는 나아가는 힘이 필요하다.’ 라는 문장에서는 아직은 중반쯤을 살아가고 있는 이의 다짐과 응시가 전해진다. 다소 슬픈 정서가 느껴지지만, 노년과 중년 사이에 삶의 가치관을 어떻게 가져가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 곰곰이 되새겨 보게 하는 문장이다. 나는 작가가 말한 그 중년의 삶을 살고 있는데 작가의 말처럼 일흔, 여든의 나이를 통과한 노인의 삶에 대한 경외감 앞에서는 잊고 있던 삶의 지속성과 종결성을 가늠해 보게 된다.
영원 속의 하루 편은 영화 <영원과 하루>를 보고 느낀 감상들인데, 영화의 밀도와 작가의 사유의 밀도가 묵직하다. ‘사람은 매일 오늘을 잃고, 영원은 얻지 못한다.’ ‘내가 혼자라고 해도, 나의 시간에 동반하는 당신의 시간이 있다. 우리는 같은 영원 속에 산다.’ 이 두 문장이 영화와 작가의 사유를 한데 엮어서 풀어내어 나와 당신, 공동체에 대한 새로운 환기가 들어온다.
잘 걷고 잘 넘어져요 편은 독서 모임에서 많은 공감을 받은 에피소드였다. 걷다가 다쳐서 병원엘 다니게 되고 치료를 하는 동안의 불안감과 의사와의 처방은 일반적인 의사들의 시선으로 대하는 일화였다. 그런데 다른 곳, 한의원에서는 한의사의 처방과 대화가 같은 상황에서의 다른 시선과 환자에 대한 따뜻한 배려와 위로가 느껴지고, 제대로 걷기와 일상생활에 안착하기까지의 2여 년의 시간에 대한 소회를 길지 않은 문장 속에서도 어떤 마음이었을지 전해지는 까닭에, 각자의 경험에 기댄 공감과 의료인들과의 만남도 결국은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구나 하는 이야기들이 오갔다.
국경을 넘는 일 편은 마임배우 마르소의 일화를 소개하면서 작가의 사유가 어떻게 번져나가는지를 보여준다.
‘어떻게 해도 끝과 죽음을 먼저 고려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늘 속에 몸을 둔 채로 볕을 보는 사람, 내 몫의 볕이 있음을 아는 사람, 볕을 벗어나서도 온기를 믿는 사람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마르소의 삶의 비극과 그 비극 속에서도 연약한 타인을 배려하는 행위를 통해서 인간의 선함을 끝까지 실행하는 참된 인간의 정점을 본다. 그리고 이런 문장으로 발화된 작가의 문장은 계속 읊조리게 한다.
마지막 편인 그녀는 아름답게 걸어요(부치지 않은 편지)는 성소에 대한 작가의 경험과 의미에 대한 사유가 실렸다.
하지만 후회를 간직하고도 나아가야 한다는 걸 지금은 근근이 이해하고 있습니다. 간절하게 원하던 것을 잃고 나서도, 실패하고 나서도, 다시 꿈을 꾸어야 살 수 있다는 걸요. 성소란 운명처럼 주어지는 것이기도 하지만, 그 운명을 지키려는 인간의 능동적인 의지이기도 하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아요.
종교적 입장의 이야기이지만, 특정 종교를 넘어 인간의 연약함 속에서 또다시 꿈을, 다른 꿈을 꾸는 모습과 의지를 표현한 문장이 깊게 들어온다.
젊은 여자 소로우의 에세이라고 나름 정의해 본다. 시를 인용하고, 경험을 통해서 빗어낸 사유의 문장들이 소곤소곤 말하지만 집중하게 하는 힘이 있는 에세이다.
감수성이 엄청난 작가인 것 같다! 산책하듯 여유롭고 꼼꼼하게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대단하다. 게다가 시와 같은 말들로 이렇게 따뜻하게 표현하기까지! 읽을 수록 뒷 내용이 궁금해서 허겁지겁 읽어버렸다. 아쉽다, 다시 한 번 천천히 한 줄 한 줄 읽어야지!
일단 제일 마음에 드는 구절은,
P155
산책 혹은 소요의 가치는 쓸모를 기대하지 않아서 귀해지는 쪽이다.
시간을 유익한 곳에 쓰고 싶어하고, 목적을 달성하려고 계획을 짜고 힘껏 달리는 게 익숙한 나는 여기서 막혀버렸다. 중요한 삶의 태도이다. 인생의 수많은 기쁨들을 산책하듯이,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촘촘히 느끼고 싶다.
"내가 당신이라는 목적지만을 찍어 단숨에 도착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소소한 고단함과 아름다움을 거쳐 그것들의 총합이 당신을 만나게 하는 것. 그 내력을 가져보고 싶게 한다(24쪽)".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작가가 지금 여기에 있다. 그것은 필시 행운이다. 이런 말이 아무렇지도 않게,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무심하게 가득한 책이 지금 여기에 있다. 그것을 우리는 기적이라고 부르기로 약속했다.
'시'와 '산책'이라는 키워드가 한정원이라는 작가를 경유하여 아주 적확한 방식으로 얽히고 설켜있는 이 책은, 모든 글이 처음부터 끝까지 가장 알맞은 방식으로 직조되어 있다. 모든 단어와 문장이 제자리에 있으며, 더하면 더했지 뺄 말이 없다. 글을 잘 쓰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의 한 꼭지 한 꼭지를 필사해도 좋을 것이다. 문학평론가 황예인은 박솔뫼의 『미래 산책 연습』(문학동네, 2021) 추천사에 이렇게 썼다. "이 이야기에는 내가 하루를 보내고 싶어하는 완전한 방식이 담겨 있다." 그렇다면 나는 이렇게 말해도 좋을 것이다. 『시와 산책』에는 내가 써나갈 글이 평생토록 추구하게 될 완전한 방식이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