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명의 눈동자/김성종
'여명의 눈동자'는 김성종 작가의 장편 역사 대하소설로 일제강점기에서부터- 해방 - 6.25전쟁으로 이어지는 통한의 역사를 관통하는 우리나라 전근대사의 아픈 비극을 생생히 그려낸 걸작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여명의 눈동자란 타이틀 제목은 이 소설의 여주인공 여옥의 스파이 작전명 코드 이름입니다. 이 책은 1975년 일간스포츠신문에 첫 연재 되었으며 만 5년 6개월 동안 작가의 손끝으로 격동의 현대사를 배경으로 각기 다른 환경 속에서 살아온 세 남녀의 행적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특히 이 소설의 주인공인 장하림, 최대치, 윤여옥 등 세 명의 남녀가 벌이는 헌신적인 사랑과 배신, 극한의 지옥같은 여정을 뚫고 질긴 질곡의 삶을 살아 온 극적인 인생 이야기, 좌익과 우익, 아군과 적군의 양극에서 부딪치는 처절한 혈투, 이 모든 것을 작가 김성종은 13,000페이지의 원고지에 한 자 한 자 감동과 슬픔으로 수놓음으로서 비극의 미학을 새롭게 창조하였습니다.
또한 이 소설은 제5공화국의 서슬 푸른 군부 독재하에서도 여순사건과 제주4.3사건을 생생하게 다루었을 뿐만 아니라 일제·독립·해방 후의 피할 수 없었던 좌·우의 이념 대립, 6·25, 빨치산으로 이어지는 한국 현대사의 가장 민감한 부분을 다루었다는 점에서 작가정신을 높이살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우리는 5년여에 걸친 작가의 장엄하고 웅장한 이 대하소설에서 역사의 뒤안길에서 몸부림치다 사라져간 종군위안부의 자유에 대한 처절한 몸부림과 절규, 극한적 인간 조건을 통해 줄기차게 추구되는 감동의 휴머니즘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녀들은 바로 우리의 누나이고 우리의 어머니였습니다.
토지의 박경리,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의 조정래, 우리나라 대하 역사 소설에 버금가는 김성종 작가의 여명의 눈동자를 통해 수치스럽지만 다시금 우리의 아픈 역사를 되새길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된 것 같습니다.
이봐, 이 부대에서 제정신 가지고 살아남고 싶으면은 절대 생각해선 안 될 게 세 가지가 있어. 절대로 생각해선 안 될 것... 첫째, 인간이란 무엇인가? 둘째, 인간이 이럴 수 있을까? 셋째, 나도 인간일까?
[731 부대의 일을 사람이 제정신 가지고 하기 힘들다는 걸 나타내 주는 대사]
기억해둬 조센징, 일본 사람이 나쁜 게 아냐. 사람이라는 게 원래 약해서 그래....
[거대한 악의 한가운데서 양심을 가진 개인이라는 게 얼마나 무력하고 비참한지 알려주는 대사 중]
이 사람들이 찾아가려는 곳에 행복이 있을까요? 어디 간들 피난살이가 행복할 리야 없겠지. 이 사람들은 행복을 찾아 나선 게 아니야. 박해로부터 도망치는 거야. 자유를 찾아서...
[흥남부두 철수를 두고 남쪽으로 가는 배를 타기 위해 수십만 명이 몰려든 광경을 보고서 장하림의 대사 중]
이 작품은 민족적 이데올로기의 사상이 얼마나 많은 동족을 죽이고 고문해야 하는지, 아직도 끝나지 않은 전쟁이 우리 가슴속에서 푸른 멍 자국으로 남아있다는 걸 잘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따뜻한 남쪽나라 통영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