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형적 아방가르드

크지슈토프 보디츠코 지음 | 워크룸프레스(Workroom) 펴냄

변형적 아방가르드 :도시, 민주주의, 예술 실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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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꺼운 책

출간일

2017.7.5

페이지

4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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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출신 작가 크지슈토프 보디츠코(1943~ )의 문집이다. 2017년 7월 현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대규모 회고전을 가진 보디츠코는 우리 사회에서 소외받는 이들이 자기 목소리를 찾도록 돕는 기구/기기 작업, 그리고 이들의 상처와 증언, 치유의 희망을 기념비와 같은 공공 공간에 투사하는 대규모 프로젝션 작업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어왔다. 이 책은 그가 지난 수십 년간 쓴 에세이, 선언, 제안, 연설, 인터뷰 가운데 26편을 엄선해 수록했으며, 「히로시마 원폭 투하 70주년: 예술가들에게 보내는 호소문」(2015)은 처음으로 출판되는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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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출신 작가 크지슈토프 보디츠코(1943~ )의 문집이다. 2017년 7월 현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대규모 회고전을 가진 보디츠코는 우리 사회에서 소외받는 이들이 자기 목소리를 찾도록 돕는 기구/기기 작업, 그리고 이들의 상처와 증언, 치유의 희망을 기념비와 같은 공공 공간에 투사하는 대규모 프로젝션 작업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어왔다. 이 책은 그가 지난 수십 년간 쓴 에세이, 선언, 제안, 연설, 인터뷰 가운데 26편을 엄선해 수록했으며, 「히로시마 원폭 투하 70주년: 예술가들에게 보내는 호소문」(2015)은 처음으로 출판되는 글이다.

출판사 책 소개

“도시는 민주주의의 무대이자, 성패를 건 내기다”

2016년 11월,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허핑턴 포스트』에는 보디츠코의 인터뷰 기사와 함께, 기시감이 느껴지는 1980년대 사진 한 장이 실렸다. 뉴욕의 트럼프 타워를 배경으로 어느 노숙인이 보디츠코가 만든 「노숙자 수레」(1988~89)를 끌고 가는 사진이었다. 그 하루 전인 2016년 11월 14일에는 『아트넷』에 같은 사진과 함께 보디츠코가 쓴 글이 소개되었다.

“나는 1980년대 캐나다를 거쳐 미국에 도착했다. 당시 도널드 트럼프는 부동산계 거물로 떠오르던 참이었다. 부동산 붐과 노숙인의 급격한 증가는 상관관계가 있었다. 부동산 중계업자와 기업가들이 부유한 사람들을 위한 도시 개발 프로젝트를 창출하면서 동시에, 가난한 이들이 감당할 만한 집세와 장소들은 파괴되었다. 트럼프 타워는 이런 광경에 원인 제공자이자 상징적인 장소였다.”

1980년대 레이건 대통령 시기 진행된 도시 개발 정책은 1987년 말, 뉴욕 시에만 7만여 명의 노숙인이 존재할 만큼 극심한 사회 문제를 불러일으켰다. 보디츠코는 이러한 상황에 대응해 노숙인의 긴급한 필요에 부응하면서도, 이를 공론화할 수 있는 기구를 제안했다. 노숙인과 직접 대화하며 함께 만든 「노숙자 수레」(1988~89)는 노숙인에게 쉼터가 되어줌은 물론, 생활에 필요한 집기와 그들이 모은 빈병, 캔을 보관할 공간을 제공했으며, 무엇보다도 도시에 사는 거주민들에게 그들의 존재를 드러냈다. “노숙인들이 수레를 끌고 다니자 평소에는 눈에 띄지 않았던(또는 관심두지 않았던) 그들이 사람들 눈에 띄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수레로 다가와 ‘당신은 어디에서 왔나요?’라든가 ‘왜 노숙인이 되었나요?’라는 질문 대신 수레의 디자인, 색, 가격, 바퀴의 위치 등을 이야기했다.”
보디츠코의 작업에서 도시는 핵심적인 역할을 맡은 배우다. 그곳은 모든 시민에게 평등과 자유를 약속함과 동시에 매일매일 그들을 시험대에 오르게 하는 장소이며, “새로운 문화와 실천과 담론에 열려 있겠다고 약속하지만, 늘 이러한 약속을 이행해내지는 못하며 충분히 개방적이고 포용적이지도 않다.” 이러한 도시를 무대로, 이방인으로 인식되거나 “기껏해야 용납되는 사람들”, 즉 사회에서 배제된 사람들은 그가 만든 기기/기구를 착용하고 공중 앞에 나타남으로써 도시를 치유하는 환자이자 의사가 된다. 이민자가 스스로를 드러내고 소통할 수 있도록 돕는 「외국인 지팡이」(1992), 이를 더욱 강화된 장치로 개발한 「대변인(마우스피스)」(1993), 이방인의 복잡한 정체성을 있는 그대로 (복잡하게) 드러낸 「아이기스」(1998), 소외된 중고등학생을 위한 「탈-무장」(1999~2000),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로 고통 받는 참전 군인이 자신의 상처를 극복하고 전쟁의 경험을 나눔으로써 ‘비-전쟁’ 문화로 나아가도록 돕는 「참전 군인을 위한 헬멧」(2015) 등은 대표적이다. 여기서 “이방인은 승자의 역사를 중단시키고 패자의 전통을 드러내는 과정에서 예언자 혹은 전령의 역할을 한다. 이방인의 경험이 공유되고 이해받을 때마다 도시는 되살아나고 우리 모두를 위한 민주적 희망이라는 그 의식을 되찾는다. 결국 한 명의 목소리 없는 이방인을 치유하는 일은 도시 전체를 치유하는 것과 같다.”

“민주주의가 때로 위험한 일이자 전쟁과 같다고 감히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

1943년 폴란드에서 태어나 바르샤바 순수미술아카데미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보디츠코는 1970년대 그가 열망하는 민주주의를 찾아 캐나다로 이주했다. 그러나 그것이, 그로부터 40여 년에 이르는, 민주주의를 향한 끝없는 여정의 시작인 줄은 몰랐을 것이다.

“나는 1977년에 민주주의를 찾아 당시 비민주적이었던 폴란드를 떠났다. 그러나 나에게 구체적인 어떤 것을 제공할 수 있는 레디메이드 혹은 기성품과 같은 민주주의를 찾아내지는 못했다. 나는 비민주적 체제에서 우리가 늘 받아온 나쁜 ‘선물/현재(presents)’와는 반대로 민주주의 체제는 좋은 ‘선물/현재’를 줄 거라 잘못 생각했다. 오래지 않아 나는 민주주의를 발견하고 그 ‘선물/현재’를 받겠다는 나의 희망이 일종의 유토피아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다양한 국가와 도시의 새로운 경계들을 횡단하면 할수록 민주주의는 우리 스스로 만들어야 하는 것임을 깨달았다.”

이러한 인식은 그가 명명한 ‘문제를 일으키는 기능주의(scandalizing functionalism)’ 혹은 ‘의문의/의문을 제기하는 디자인(interrogative design)’과도 연결된다. 문제에 대한 간단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대신, 그러한 디자인이 생성된 조건 자체를 드러냄으로써 우리가 애써 외면하는 진실을 드러내는 것이다.
1980년대부터 그가 전 세계 40여 개 이상의 도시에서 진행해온 프로젝션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즉 “이미 그 자체로 지배적이고 다른 모든 것을 시야에서 가리는 일종의 프로젝션”으로서 도시가 제공하는 배타적 기억에 맞서 진실을 투사하는 것이다. 이로써 보디츠코는 참여자이자 프로젝션 작업의 핵심을 이루는 ‘내부의 공중(inner public)’과 함께 도시의 밤마다 일어나는 악몽 같은 폭력 행위를 증언하고(크라쿠프 시청사 프로젝션, 1996), 원폭으로 고통 받는 생존자들의 아픔을 어루만지고(히로시마 프로젝션, 1999), 멕시코 국경 지역에서 값싼 (주로 어린 여성) 노동력을 착취함으로써 유지해온 ‘마킬라도라’ 산업의 민낯을 고발하고(티후아나 프로젝션, 2001), 합법적 신분을 온전히 갖지 못한 이들을 올려다보게 하고(미등록 이주 노동자, 2006), 유혈로 얼룩진 분쟁의 현장에 평화의 숨을 불어넣어왔다.(데리-런던데리 공공 프로젝션, 2013)
그러나 보디츠코에게는 이러한 예술 실천이 바로 사회에 열린 소통을, 민주주의를 가져오리라는 순진한 생각이 없다. 반대로 그에게 민주주의는(공공 공간은) “우리 자신에게, 타자에게, 그들이 또 다른 타자에게 공간을 열어젖힐 때마다” “계속해서 발명되고, 자극받고, 처음을 시작”하는 것이다. 그는 그렇게 잠시나마 생성될 수는 있지만 “유령과 같아서 즉시 사라지”는 민주주의를 찾아 헤매고, 배제를 대가로 달성되는 민주적 합의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모든 것이 가시화되고, 들리지 않는 모든 것이 들림으로써 서로 경합하고 포용하는 민주주의를 향한 길을 열어 보인다.

“예술은 스스로의 ‘아방가르드’를 ‘재창출’해야 한다.”

이 책의 제목은 그가 2014년에 쓴 「변형적 아방가르드: 현재적인 것의 선언」에서 비롯했다. 이 글은 그가 지금으로부터 30년 전에 썼던 「공공 미술로서 아방가르드: 어떤 전통의 미래」(1987)를 후속하는 글이다. 그에 따르면 “그리 멀지 않은 과거에, 아방가르드는 해체적 진단 후 사망 선고를 받았다. 아방가르드의 윤리적, 정치적 기운이 우리의 예술적 혈관을 따라 멈추지 않고 순환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무시한 채, 우리는 부검도 적절한 애도도 하지 않고 아방가르드를 생매장했다. 그 관에 마지막 못을 박은 후, 우리는 더 이상 선포도, 표명도, 통찰력 있는 프로젝트도, 느낌표와 함께 굵은 활자체로 작성한 글도, 강한 어조의 목소리로 말하는 일도 없을 거라는 무언의 협정을 맺었다. 우리는 새로운 유토피아와 통찰력 있는 디자인과 거리를 두겠다고 다짐했다. 왜냐하면 우리가 결론을 내린 대로 이러한 시도들은 너무 순진했고 실패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새로운 전환을 가져오는 추진력으로서, 그리고 논쟁과 도발, 불일치의 사건과 행동을 창출하는 존재로서 지금 우리에게 아방가르드가 필요함을 역설한다. 과거의 실패를 기꺼이 인정하면서도, “우리가 그러한 윤리적, 미적, 정치적 야심과 범위 및 규모의 예술적 ‘실패’를 더 겪을 수 있었다면 좋았을 거라” 이야기한다. 아방가르드는 ‘실패’를 감수할 가치가 있는 프로젝트이기 때문이다.
실패를 주저하지 않는 그의 목소리는, 이윽고 우리를 보디츠코 작업의 핵심 사상인 ‘파르헤지아(parrhesia)’, 즉 미셸 푸코가 말한 ‘두려움 없는 발화(fearless speech)’로 이끈다. “푸코에 따르면, 파르헤지아는 자기가 진실되다고 믿는 바를 관념의 차원에 머무르게 하지 않고 현실 속에서 구체화시켜 드러내는 실천이다.” 보디츠코에게 예술가, 디자이너, 건축가들은 스스로 현실에 저항하고, 개입할 뿐 아니라, 오늘날 민주주의 사회에서 가장 긴급한 상황에 처한 사람들이 현실의 조건에서 벗어나 ‘파르헤지아를 실천하는 자’로서 설 수 있도록 도울 의무를 지닌 사람들이다. 지난 수십 년간, 세상을 향해 두려움 없는 목소리를 내고, 찾고, 들리게 해온 그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스스로를 아방가르드 예술가라고 부르는 것도 다른 이들이 나를 그렇게 부르는 것도 두렵지 않다. 내가 유일하게 두려운 일은, 현재 세계에 비판적이고 변화를 일으키는 방식으로 응답하고자 할 때 충분히 아방가르드를 실천하지 못하거나 못했던 일이다.”
“아울러 오늘 한국에서 보디츠코를 주목해야 할 이유도 적지 않다. 동시대의 이방인/생존자들을 얼마든지 만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지역개발에 밀려난 거주자들과 자영업자들, 외국인 노동자와 다문화 가정, 학교폭력과 경쟁에 내몰린 아이들, 사회 진출의 기회를 갖기 어려운 청년 세대, 세월호를 비롯한 일일이 열거하기 힘든 크고 작은 사건들이 낳은 희생자들. 그들 모두가 지팡이를 들고, 마우스피스를 차고, 갑옷으로 무장한 채 도시를 누비며 폭로하고, 연대하고, 저항하고, ‘환자이자 의사’로서 도시를 치유하는 모습을 상상해본다.”
보디츠코의 말처럼, “예술이 아니라 삶의 이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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