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 맛 실험으로 증명되었듯 우리 인간은 음식물의 맛을 정확히 판별하지 못한다. 누구나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만은 눈앞에 제시되는 가격에 영향 받지 않고 오로지 미각과 후각에 의지해서 정확히 맛을 감별하고 품질을 판별해낼 수 있다’라고 자신한다. 그러나 언제나 현실은 이상을 배반하기 마련이다.
이러한 현실과 이상, 혹은 현실과 인식의 괴리가 맥주 맛을 판별하는 일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일까? 그렇지 않다. 우리는 거의 매 순간 ‘현실과 인식’의 괴리를 느끼며 세상을 살아간다. 우리가 옳다고 믿고 백 퍼센트 확실하다고 여기는 일이 틀릴 수 있고 거짓으로 판명 날 수 있다는 의미다. 맥주 맛 판별 실험은 우리가 가진 사물이나 사람, 세상에 관한 인식이 실제와 다를 수 있다는 점을, 그러므로 우리가 좀 더 겸허한 자세로 사물과 사람을, 그리고 세상을 대면해야 한다는 작지만 소중한 깨달음을 준다.
연구팀은 상대적으로 압박감이 큰 상황에서의 타율을 조사했다. ‘후반 이닝’, ‘2루나 3루에 주자가 나가 있어 점수를 낼 가능성이 클 때’, ‘2아웃’ 등의 상황이다. 과연 타자 300명의 타율은 어떻게 나왔을까?
조사 결과 상대적으로 압박감이 큰 상황에서는 어느 타자나 자기 실력의 80퍼센트 정도밖에 발휘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즉 심리적 압박감이 평소 실력의 20퍼센트 정도를 갉아먹은 셈이다.
마크 데이비스 교수 연구팀은 운동을 직업으로 삼는 프로 선수조차 압박감을 느끼면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된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그러니 아마추어인 일반인이 압박감을 느끼는 상황에서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 아닐까. 그러니 만약 압박감을 느끼는 상황에 맞닥뜨린다면 자기 자신에게 이렇게 속삭여보자.
‘괜찮아! 이 일로 밥벌이하는 전문가조차 이런 상황에서는 제대로 실력 발휘를 못 한다잖아!’
평소 꾸준히 압박감을 줄이는 연습을 해보자. 그러면 당신의 실력을 갉아먹는 압박감을 완전히 퇴치하지 못한다 해도 어느 정도 줄일 수는 있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을 ‘착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다른 한 편으로 세상에는 ‘나쁜 사람’이 득실거린다고 생각한다. 나도 마찬가지라서 딱히 내가 나쁜 마음을 품고 산다는 생각은 거의 하지 않는다. 우리는 ‘나는 고결한 심성의 소유자이고 다른 사람은 세상의 더러운 때가 덕지덕지 묻었다고’ 막연히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인지 왜곡은 왜 발생하는 걸까? 우리는 자신에게 유리한 일만 기억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자신이 다른 사람을 위해 뭔가를 해주었다고 해보자. ‘내가 그동안 해준 게 얼만데....’ 내가 다른 사람에게 해준 일은 죽을 때까지 잊지 않는다. 자주 생색을 낸다. 내가 해준 일을 제대로 알아주지 않거나 잊어버리면 서운한 마음을 품는 일을 넘어서서 앙심을 품기도 한다. 반대로 다른 사람이 자신에게 뭔가 불쾌한 일을 저지르면 절대로 잊지 않는다. 이를 심리학에서 ‘기억의 선택 작용’이라고 부른다. 예를 들어 자신이 빌려준 돈은 확실하게 기억하면서 자신이 남에게 빌린 돈은 까맣게 잊고 산다. 우리는 자신에게 유리한 기억만 선택해 기억한다. 이것이 바로 ‘기억의 선택 작용’이다.
우리 인간은 누구나 자신이 잘한 일만 기억한다. 그런 터라 ‘내가 비록 완벽한 인간은 아니지만 나른 착한 사람’이라는 자아상이 완성된다. 그러면서 동시에 타인에 대해서는 나쁜 쪽을 더 많이 떠올려 그 기억을 바탕으로 인상을 형성하기에 아무래도 타인은 ‘나쁜 사람’이 되기 쉽다.
우리 눈에는 왜 세상에 나쁜 사람이 넘쳐나는 것처럼 비칠까? 그것은 아마도 우리의 기억이 자신을 미화하는 방향으로 기능하고 발전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우리가 요즘 자주 듣는 말 중 ‘내로남불’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의 줄임말로 자신을 향한 기준과 타인을 향한 기준이 달라서 생기는 인간의 인지 부조화를 가장 잘 보여주는 말이 아닐까? 위의 실험은 그런 인지 부조화와 모순된 인간 본성을 명확히 보여주는 시도다.
20가지 활동 중 16가지 활동에서 ‘내가 더 많이 한다’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실험에 참여한 사람들은 ‘80퍼센트의 활동에서 자신이 하는 일이 더 많다’고 여겼다.
이러한 결과에 대해 로스 교수는 ‘자기가 한 일은 머릿속에 금방 떠오르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자기가 한 일은 바로 떠올릴 수 있기 때문에 그만큼 자신이 많은 일을 했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리고 상대방이 한 일은 바로 떠오르지 않아 속된 말로 자신이 ‘독박을 썼다’라고 생각하기 쉽다.
인간은 누구나 자기만 억울한 일을 당한다고 느끼기 쉬운데, 그런 감정은 오해에 지나지 않는다. 현실에서는 다른 사람도 별반 다르지 않고 그저 내가 모르고 지나갈 뿐이다. 나 혼자 일방적으로 손해 보는 일은 일반적으로 일어나지 않는다.
다른 사람의 부러움을 살만한 경험을 할 때는 가능한 한 입을 다물자. 입에 지퍼를 채우고 최선을 다해 숨기자. 일부러 자랑할 필요가 없다. 굳이 자랑할 생각이 없는데도 여차하면 상대방은 잘난 척한다고 생각해 샘낼 수 있으니 혼자만 알고 꼭꼭 숨겨두는 게 바람직하다.
설령 운이 좋아서 행복한 경험을 했더라도 시침 뚝 뗀 얼굴로 태연하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아야 탈 없이 지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