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일상에서 쉼표를 찾는 이들에게
그가 전하는 소박한 길 위의 풍경과 삶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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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량
보통인 책
출간일
2014.10.22
페이지
260쪽
이럴 때 추천!
불안할 때 , 떠나고 싶을 때 , 답답할 때 , 동기부여가 필요할 때 읽으면 좋아요.
상세 정보
김훈 산문의 정수라 할 산문 <자전거여행>이 재출간되었다. 언젠가 그는 "나는 사실만을 가지런하게 챙기는 문장이 마음에 듭니다"라고 말한바 있다. 그의 언어는 그렇게, 언제나, 사실에 가까우려 애쓴다. "꽃은 피었다"가 아니라, "꽃이 피었다"라고 고쳐쓰는 그의 언어는, 의견과 정서의 세계를 멀리하고 물리적 사실을 객관적으로 진술하려는 그의 언어는, 화려한 미사여구 없이 정확한 사실을 지시하는 그의 언어는, 바로 그 때문에 오히려 한없이 아름답다.
엄격히 길에 대해서, 풍경에 대해서만 말하는 그의 글 속에는, 그러나 어떤 이의 글보다 더욱 생생하게 우리 삶의 모습들이 녹아 있다. 그의 문장 속에서, 길과 풍경과 우리네 삶의 모습은 따로 떨어져 있지 않다. 그것들은 만났다가 갈라서고 다시 엉기어 하나가 되었다가 또다시 저만의 것이 된다.
남긴 글14
이화정
이책은 IMF가 터진 2년후 이강빈이라는 사람과 같이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적은 글이다. 약 20년이 넘는 새월 강,바다,산을 넘나들었던 김훈은 그당시 50대 초반의 나이이다. 50대 초반은 아직 다리 힘을 올리 있어 가능하리라 생각이 들고 작가가 그런 자전거를 탔다는게 특이하다. 이제는 오래전 현장을 잘 설명하였고 이해가 된다.
세진
자전거 여행 1권 - 김훈 칼의 노래, 현의 노래로 유명한 김훈 작가의 에세이 책이다. 작가는 사진작가 이강빈님으로부터 자전거를 배웠다고 한다. 둘은 자전거를 타고 전국을 돌아다니며 사진과 글을 엮어서 책으로 냈다. 이 책이 발행된 시기는 2000년으로 지금으로부터 무려 22년 전의 책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좋은 책으로 추천되고 있다. 2000년에 발행된 이 책은 2014년에 출판사를 문학동네로 옮겨서 사진과 일부 수정을 거쳐 다시 나오게 되었다고 한다. 1999년부터 2000년까지 자전거를 타고 여행한 곳에 대한 이야기이다. 여행지는 서울을 중심으로 순서대로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여기 저기가 순서없이 무규칙으로 구성되어 있다. 에세이집이기 때문에 정보를 정리하기는 어렵고 이 책에서 재미있는 부분들을 발췌하여 소개해 보려고 한다. 땅에 묻히는 일에 대하여 여수의 무덤들 전남 여수의 어떤 무덤들은 보리밭 한 가운데 들어앉아 있다. 봉분이 두 개다. 마을 사람들한테 물어보니까 그 무덤은 살아서 한편생 그 밭을 갈아먹던 부부의 무덤이라고 한다. 살아서 갈아먹던 밭 속으로 들어가 눕는 죽음은 편안해 보였다. 어떤 삶도 하찮은 삶은 아닐 것이었다. 살아 있는 동안의 기쁨과 눈물이 살아서 갈아먹던 밭 속에서 따스한 젖가슴 같은 봉분을 이루는 죽음은 죽음이 아니라 삶의 중요한 한 부분인 것처럼 보인다. 영동 민주지산 아래 동네에는 한 집안의 다섯 어른 무덥을 대문 앞에 모신 집도 있다. 성묘가 따로 없고 후손들이 들고 나며 무덤에 절한다. 그 무덤들은 죽어서 떠났지만 결국 떠나지 않은 사람들의 무덤이었다. 복된 마을의 매 맞는 소 소백산 의풍마을 주막거리에서 의품에 이르는 물가마을은 정감록 속 예언의 땅이다. 세상의 환란을 피하려는 사람들이 이 물가로 몰려 들었다. 6-25전쟁 때까지도 그랬다. 더러는 떠났고 더러는 남아있다. 이 예언의 땅에는 소를 몰고 밭을 가는 전통적 농업 방식이 아직도 남아 있다. 신석기 초기에 정착된 농업 방식이다. 산비탈 고추밭이나 콩밭에 경운기나 트랙터를 들이댈 수 없으므로 소가 아니면 될 일이 아니다. 지금 의풍마을의 어린 소들은 겨우내 매을 맞아가면서 밭갈이 일을 공부하고 있다. 금년 가을에 늙고 경험많은 소를 팔아치운 농민들은 아직 고생이 뭔지 모르는 2살, 3살짜리 어린 소들을 추수가 끝난 빈 밭에 끌고 나와 일 공부를 가르치는데 쉽지가 않다. 이 마을 노병만씨네 3살짜리 소는 도통 말귀를 알아듣지 못해서 직진인지 좌회전인지 우회전인지 유턴인지를 구분하지 못하는 청둥벌거숭이다. 고랑을 따라 독바로 걸을 줄도 모르고, 쟁기를 끌고 오는 주인의 보촉에 걸음을 맞출 줄도 모르고 옆 고랑을 밟아 뭉개지 않고 사뿐히 유턴할 줄도 모른다. '와와', '이랴이랴'도 못 알아듣는다. 일 배우다 말고 자구만 군입질을 하려고 한눈을 팔아서 주둥이에 멍을 씌웠다. 때려주면 대가리를 내두르며 반항하고, 더 때려주면 아예 팽개치고 집 쪽으로 걸어간다. 일 공부를 하면서도 시선은 늘 집쪽을 향해 있다. 노씨는 이놈을 겨우내 가르쳐서 말귀를 뚫어놓아야 내년 농사를 할 수 있다. 2살 때 가르쳐야 했는데 그때 새끼를 배서 1년을 봐주었더니 이제 대가리가 커버려서 말을 더 안듣는다는 것이다. 소도 머리 좋고 성질 좋은 놈이 따로 있는데 이놈은 워낙 돌대가리여서 어제 가르쳐준 것도 하루 지나면 다 까먹는다고 노씨는 제 집 소를 흉본다. 의풍마을의 소들은 대게 25년을 일한다. 어린 소들은 이 기나긴 필생의 숙업을 에비수업받고 있었다. 노씨는 이 한심한 놈을 데리고 내년 봄에 2,000평을 갈아야 한다. 매 맞는 소가 불쌍한지 때리는 인간이 더 가엾은지, 의풍에서는 분간하기 어려웠다. 때리고 맞는 것이 다 한가지로 보였다. 어느 쪽이 때리고 어느 쪽이 맞는 것이 아니다. 양쪽 모두 자신의 운명을 실천하고 있었다. 꽃 피는 아이들 마암분교 서창우와 김다희는 둘 다 1학년이다. 창우는 남자고 다희는 여자 아이다. 두 녀석은 언제나 꼭 붙어다니고, 노는 시간에는 끌어안고 볼을 비빈다. 이담에 결혼하기로 맹세한 어린아이 커플이다. 학교 아이들도 모드들 두 녀석이 결혼하는 걸로 알고 있다. 6학년 초이는 다희네 집 담벼락에 '얼라리 꼴라리'라고 낙서를 해놓았다. 교실 뒤 '우리들 차지'난에도 '얼라리 꼴라리 다희랑 창우랑'이라고 아이들이 낙서를 해 놓았다. 그러나 다희와 창우는 아랑곳하지 않고 붙어다닌다. 창우는 원래 이 마을 토박이 아이고 다희는 1년 전에 이 마을로 이사온 도회지 아이다. 다희네 아버지가 IMF로 사업이 기울어져서 이 마을로 들어왔다. 이 마을은 다희네 아버지 김병운씨의 고향이다. 다희네 아버지는 밤에는 마을 파출소에서 공공근로 방범대원으로 일하고 낮에는 공사판에서 일한다. 다희와 창우는 작년에는 학령 미달로 입학이 되지 않았었다. 그런데도 이 두 녀석은 매일 학교에 와서 밥도 먹고 어깨너머로 공부도 하면서 '가짜학생' 노릇을 했다. 다희와 창우는 첫눈에 서로 끌렸다. 만나자마자 친해져서 늘 끌어안고 다닌다. '가짜학생' 시절에 인연을 맺은 것이다. 이 가짜학생들이 1년이 지나자 진짜 학생이 되었다. 김용택 시인은 공부시간에도 늘 두 녀석을 나란히 앉혀놓고 가르친다. 다른 남자아이들이 다희를 지분거리면 1학년인 창우는 3학년이고 4학년이고 가리지 않고 막 울면서 덤빈다. 그래서 이 학교 남자아이들은 더 이상 다희한테 지분거리지 않는다. 다희를 창우의 짝으로 아예 내어준 것이다. 부모님들도 이걸 다 안다. 다희네 집에 찾아가서 다희네 엄마 김춘자씨한테 '"이 녀석들을 결혼시킬 작정이냐?"라고 물었더니 다희네 엄나는 하하하 웃었다. 마암분교 이야기는 한도 없고 끝도 없다. 이렇게 자전거로 전국 각지를 여행하며 그곳에서 느낀 느낌과 역사적인 정보, 그리고 그곳에서 살아가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들을 재미있게 들려준다. 이 책에서 나는 방문한 곳에서 만난 사람들이 다양한 사연들을 읽는 재미가 좋았다. 개인적으로 여행을 좋아하고 자전거로 국토순례 여행을 생각하고 있다면 읽어보면 도움이 될 책이다.
사라다류
자전거를 타고 전국을 그리 돌아다닌 것도 놀랍지만, 긴 여정 가운데 만난 풀 한 포기, 강아지 한 마리, 산골 분교 아이 한 명 한 명에까지 쏟은 세심한 애정과 깊은 사색이 더 놀랍다. 자전거 바퀴가 밟고 지나간 작은 흙모래 하나하나처럼 작지만 수많은, 삶에 대한 섬세한 고민이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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