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진 소설. 첫 소설집 출간 이후 꾸준히 발표한 단편 여덟 편을 모아 두번째 소설집을 펴낸다. 그사이 펴내고 호평받은 중.장편들의 씨앗이 된 인물과 모티브가 편편에 핍진하게 담겨, 지난 4년 작가가 관심 갖고 귀기울인 문제가 무엇인지, 우리 시대/세대가 마주한 문제가 무엇인지 거울처럼 비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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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너라는 생활 (김혜진 소설) 내용 요약
김혜진 작가의 소설 《너라는 생활》은 타인과 관계를 맺고 그 안에서 자신의 자리를 확인하려는 인간의 보편적인 불안과 고립을 정교하게 그려낸 작품입니다. 주인공은 서른 중반의 여성으로, 직장에서의 미묘한 갈등과 연인과의 관계에서 오는 권태, 그리고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얽힌 관계 속에서 발생하는 피로감을 안고 살아가는 평범한 인물입니다. 소설은 거창한 사건보다는 일상 속에서 타인과 부딪히며 발생하는 미세한 균열에 주목합니다. 🏠
김혜진 소설을 많이 읽어본 건 아니지만, 읽을 때마다 뭔가 가슴께가 답답해지면서 더는 못 읽겠다고 생각했던 게 한두 번이 아니다. 김혜진이 핍진한 이야기를 쓰는 작가라는 걸 모르지 않지만서도, 애초에 현실이라는 것이 자세히 들여다보고 싶지 않은 무엇이기에 달갑지 않았다.
그래도 이번에 큰맘 먹고 그의 두 번째 소설집을 읽었다. 이 소설집은 연작소설집이 아니지만, 여덟 편의 단편 모두 화자는 '나'고 중심인물은 '너'다. 대단하다, 이 작가. 내가 이렇게 한 권으로 묶이는 소설집 좋아하는 거 어찌 아시고! 물론 내 취향과 전혀 상관없는 창작이었겠지만. 인물들이 줄곧 '너'와 '나'로만 호명되기에 이들의 성별과 개인성은 무화된다. 끊임없이 그들을 상상하면서 읽어야 하는 것이 제법 힘이 들었다.
여덟 편의 소설에 등장하는 '너'와 '나'는 분명히 다르지만, 꼭 같은 지점이 있다. 이를테면, '나'를 통해서만 말해지는 '너'의 특성. '너'는 "내가 다 알 수 없는 사람"이고, "무엇을 상상하고 기대하든지" "어김없이 비껴가고 어긋나고 말"(35쪽) 사람이다. 화자인 '나'는 '너'의 본인만 모르는 단점을, 치부를, 천성을 낱낱이 고발한다. '너'는 독자인 내가 봐도 너무 답답하고 무능하고 제 생각만 한다. 그렇지만 '나'는 꼭 한 번 이렇게 말하고야 만다. "그러나 네가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면 우리는 어떻게 우리가 될 수 있었을까." (78쪽) (이래서 김혜진의 소설이 답답하다는 거다.)
한때 수업을 들을 뻔도 했던 소영현 문학평론가의 해설은 날카롭다. 그러니까 쉴 새 없이 '너'를 폭로하는 '나'의 어떤 권위에 대한 의문. 김혜진은 '너'를 폭로하는 것이 아니다. '너'에 대한 말을 통해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어떤 '나'의 모습에 관해 폭로하는 것이다. '너'와 '나'밖에 없는 세계에서 '너'의 이야기는 곧 '나'의 이야기일 수밖에 없으니까.
읽으면서 가만가만 드는 생각을 해설에서 확인할 수 있어 좋았다. 음, 이 책은 어떤 끈기의 결실이구나, 끝까지 밀어붙이고 치열하게 전투하여 얻어낸 무엇이구나, 그런 생각을 하면 이 책을 한 번 더 읽어야만 할 것 같고, 그럴만한 책이라는 결론을 내린다. 김혜진을 더, 더 읽어봐야지.
어떻게 해도 너라는 사람을 다 알 수는 없겠구나. 너에 대해 무엇을 상상하고 기대하든 그것은 어김없이 비껴나고 어긋나고 말겠구나. - ‘3구역, 1구역’ - p. 35
너는 내 의견을 먼저 물었고 뭐든 내가 좋은 대로 하라고 했다. 말하자면 너의 그런 태도가 모든 것을 돌이킬 수 없는 쪽으로 이끌었다. 멀리서 보면 나무랄 데 없이 선하고 이타적인 모습이었지만 내겐 한없이 무책임하고 비겁하고 나약하게 느껴졌다. - ‘팔복광장’ - p. 228
3구역 1구역이나 팔복광장 등 몇편은 이전에 읽은 소설이었다.
딸에 대하여도 불과 나의 자서전도 놀랍지만 이번 단편집은 간만에 욕심나도록 좋은 문장이 많아서 내내 밑줄을 그었다.
모든 소설이 너라는 이인칭으로 서술된다.
젠더 사회적약자 성소수자 등 세계의 변방에 머무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그게 이인칭으로 서술해서인지 구구절절하지 않으면서도 명백해서 감탄사를 자아내게 한다.
졸음을 원망하며 느리게 마음에 새기며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