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문명과 자본주의 읽기

페르낭 브로델 지음 | 갈라파고스 펴냄

물질문명과 자본주의 읽기 (자본주의라는 이름의 히드라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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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2012.3.12

페이지

204쪽

#과거 #문명 #미래 #예측 #자본주의

상세 정보

자본주의의 과거와 현재가 궁금한 사람에게
미래를 가늠할 수 있는 혜안을 제공하는 책

역사학의 거장 브로델이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자본주의의 맨얼굴과 밑동을 파헤친 역작. ‘역사학의 교황’이라는 찬사가 손색없던 브로델은 ‘구조’와 ‘전체사’의 틀로 역사를 조망함으로써 현대 역사학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브로델의 가장 야심찬 작업은 그러한 틀거리로 자본주의 문명의 심층을 역동적이고 드라마틱하게 그려내는 것이었다.

그는 자본주의는 이윤을 따라 변화무쌍하게 움직이는 카멜레온과 히드라 같은 존재임을 밝혀냄으로써, 우리에게 현대 자본주의의 역사를 이해하고 미래를 가늠해볼 수 있는 참신하고도 넓은 지평과 혜안을 제공하였다. 이 책은 그가 심혈을 기울인 ‘장기지속으로서의 자본주의’ 연구의 결정판이었던 <물질문명과 자본주의>의 길잡이판 격으로 그의 방대한 연구를 간결하고 수월하게 읽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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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문명과 자본주의 읽기

페르낭 브로델 지음
갈라파고스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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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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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학의 거장 브로델이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자본주의의 맨얼굴과 밑동을 파헤친 역작. ‘역사학의 교황’이라는 찬사가 손색없던 브로델은 ‘구조’와 ‘전체사’의 틀로 역사를 조망함으로써 현대 역사학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브로델의 가장 야심찬 작업은 그러한 틀거리로 자본주의 문명의 심층을 역동적이고 드라마틱하게 그려내는 것이었다.

그는 자본주의는 이윤을 따라 변화무쌍하게 움직이는 카멜레온과 히드라 같은 존재임을 밝혀냄으로써, 우리에게 현대 자본주의의 역사를 이해하고 미래를 가늠해볼 수 있는 참신하고도 넓은 지평과 혜안을 제공하였다. 이 책은 그가 심혈을 기울인 ‘장기지속으로서의 자본주의’ 연구의 결정판이었던 <물질문명과 자본주의>의 길잡이판 격으로 그의 방대한 연구를 간결하고 수월하게 읽게 해준다.

출판사 책 소개

■ 책 소개

방대한 브로델의 저작『물질문명과 자본주의』의 길잡이

이 책은 페르낭 브로델이 1976년 미국 존스홉킨스 대학교에서 세 번에 걸쳐 강연한 내용을 엮은 것이다. 프랑스어 강연 원고를 토대로 1977년에 영역본이 먼저 출간되었고, 지금 출판하는 한국어판 번역서의 프랑스어 원저는 1985년에야 출간되었다. 존스홉킨스 대학교의 강연은『물질문명과 자본주의』의 개요를 설명하는 자리였다. 브로델은 여러 가지 개념을 정밀하게 정의하지 않은 채 다양한 사료를 기반으로 방대한 분량을 저술했던 학자였다. 이 점을 고려할 때 제한된 시간 내에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강연 원고는 브로델 자신의 생각을 좀 더 선명하게 드러냈을 것이다.
한국의 독자들이 방대한 브로델의 저서를 이해하기가 수월치 않았을 것이다. 짤막한 분량으로 브로델 본인이 집약적으로 서술한 이 책은 그의 사상을 이해하는 데 적지 않은 도움을 줄 것이다. 또한 서구언어권에서도 이 책의 원저와 번역본은『물질문명과 자본주의』못지않게 자주 인용될 뿐 아니라, 경제사회학 분야를 비롯한 여러 강의나 세미나이 필수 교재로 오를 정도로 중요한 저서다.

「강의 1 물질생활과 경제생활에 대해 다시 생각하다」에서 브로델은 먼저 경제사를 오랜 시간을 따라 천천히 진화하는 거대하고 구조적인 ‘장기 지속’의 관점에서 전개했음을 밝힌다. 그의 연구에서 출발점으로 삼은 것은 일상생활인데, 인류의 삶은 절반 이상이 일상생활에 묻어서 흘러왔다는 것이다. 17세기로 들어서면 경제생활의 활력이 지중해에서 광활한 대서양으로 이동하고, 18세기는 경제 전반이 가속적으로 팽창하며 시장의 교환 도구들이 총동원되어 논리적으로 작동한다. 각 지역마다 시장의 양상은 다양하게 전개되는데, 세계의 다른 지역과 비교해 유럽 경제가 앞섰던 것은 거래소와 다양한 신용 형태와 같은 우월한 장치와 제도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유럽 외 지역에도 그러한 교환 메커니즘이 있었지만 그 발전 정도에 따라 다른 양상을 보였다는 점이다. 이런 본연의 시장경제라는 바탕 위에서 자본주의가 번성했다는 것이 논지다.
「강의2 교환의 세계」에서 브로델은 시장경제와 자본주의를 구별한다. 15세기에서 18세기까지 시장경제로 구성되는 활발한 생활공간이 지속적으로 확대된다. 브로델은 시장경제는 그 본성상 생산과 소비를 연결하는 역할에 불과할 뿐 전체를 대변하지는 못하며, 시장경제가 모든 것을 좌지우지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브로델은 일반적으로 이해하는 시기를 소급해 자본주의라는 용어를 사용하는데, 15~18세기 사이에 출현한 일부 메커니즘을 일상적인 시장경제로 분류할 수 없기에 자본주의라는 용어를 채용한다. 브로델은 자본주의가 성장할 수 있던 필수적 사회조건과 수직적 위계가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한다. 그리하여 긴 역사의 관점에서 보면 자본주의는 ‘밤의 손님’이라는 것이다. 모든 것이 다 갖추어졌을 때 자본주의가 당도한다는 것이다.
「강의3 세계의 시간」에서 브로델은 경제계 모델을 제시한다. 경제계는 지구 어느 한 부분에 국한된 경제를 가리키는데, 그 자체로 하나의 완전한 경제 단위를 이루는 경제권을 말한다. 경제계는 그들끼리 교역하는 일이 거의 없이 공존하면서 지구상의 인구 거주지역을 분할한다. 경제계는 하나의 핵, 즉 무게 중심 없이는 존재할 수 없는 것인 양 기존의 중심이 해체될 때마다 새로운 중심이 생겨난다. 대개 중심이 이동하기 전에 벌써 예전의 중심은 위협을 받게 되고, 몰아닥치는 경제적 악조건이 옛 중심을 무너뜨리고 새 중심의 출현을 확정한다. 자본주의는 매우 드넓은 공간을 권위주의적으로 조직하는 과정에서 태어난다는 것이다. 국민경제는 물질생활의 필요와 혁신을 반영해 국가가 정치적으로 만들어낸 통일되고 응집된 경제공간이다. 영국 혁명은 국민시장을 만들어낸 혁명이었다. 영국은 섬나라라는 특성 덕분에 독립성을 유지하면서 외국 자본주의의 간섭을 배제하여 자국의 시장과 신생산업을 보호할 수 있었다. 브로델은 영국이 경제적 우위를 확립하고 그에 동반해 정치적 주도권을 확보함으로써 수백 년 이어온 한 시대가 막을 내렸다고 한다. 그리고 유럽 경제계가 다른 경제계를 무너뜨리고 세계경제를 지배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역자의「해제: 브로델이 들려주는 자본주의라는 이름의 히드라 이야기」는 브로델의 학문세계와『물질문명과 자본주의』와 연동해 이 책의 이해를 한결 도와주며 또한 이 책이 갖는 의의를 풍성하게 설명해준다.
브로델은 이 책을 통해 15~18세기 서유럽을 중심으로 한 시공간 속에서 자본주의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태어났는지를 밝혀내고 있다. 이를 위해 약 400여 년 동안의 역사적 시공을 작업공간으로 설정해두고 자본주의의 정체에 접근하는데, 공간적으로는 서유럽을 중심으로 하되 동유럽과 중국, 일본, 인도, 이슬람 지역, 아메리카 대륙의 증거들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아울러 자본주의는 경쟁에 바탕을 두기는커녕 경쟁을 없애는 ‘반시장’에 바탕을 두었다는 브로델의 견해는 기존의 자본주의에 대한 시각을 뒤집는다. 또 브로델은 자본주의를 이 술수에서 저 술수로, 이러한 행태에서 저러한 행태로 변화하는 능력을 지닌 ‘히드라’ 같은 존재로 묘사한다. 결국 브로델은 긍정적으로 또는 부정적으로 보는 것을 넘어서서 거대하게 버티고 있는 하나의 냉혹한 실체로서의 자본주의를 보여준다. 이런 브로델의 연구는 우리에게 현대 자본주의의 역사를 이해하고 미래를 가늠해볼 수 있는 참신하고도 넓은 지평과 혜안을 제공해준다.

■ 책 내용

인간의 삶은 일상생활에 묻어서 굴러왔다
‘장기 지속’ 자본주의, 자본주의는 언제, 어디서, 어떻게 태어났나?


“나름의 연구를 풀어갈 구체적 잣대가 필요했고, 그에 맞추어 범위를 좁혔습니다. 출발점으로 삼았던 것은 일상생활입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전혀 의식하지 못하지만 우리 생활을 지탱해주는 습관 같은―관행이라고 하면 더 어울릴―것들입니다.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행동은 수천 가지에 달하지만 아무도 결정할 필요없이 그것들 스스로 완수됩니다. 사실 이러한 일상적 관행은 우리가 충분히 의식하지 못하는 것들입니다. 내 생각에 인류의 삶은 절반 이상이 일상생활에 묻어서 굴러갑니다. 예로부터 내려오는 수없이 많은 행동이 뒤죽박죽 누적되고 무수히 되풀이되면서 우리 시대까지 이어집니다.”

브로델은 경제사를 오랜 시간을 따라 천천히 진화하는 거대하고 구조적인 장기 지속의 관점에서 전개해나간다. 이를 통해 인간의 명료한 의식 밖의 역사, 인간이 능동적 존재라기보다 피동적 존재로 놓이게 되는 역사를 살펴본다는 것이고, 그 출발점으로 삼은 것이 바로 일상생활이다. 인류의 삶은 절반 이상이 일상생활에 묻어서 굴러왔으며, 예부터 전해지는 수많은 행동이 뒤죽박죽 누적되고 되풀이되면서 지금의 시대까지 이어져왔기 때문이다. 브로델은 이것을 물질생활이라 부르는데, 이전의 역사에서는 크게 다루어지지 않아 ‘커다란 역사의 공백’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무엇을 먹고 입었는가의 문제는 아주 오랜 세월 수없이 많은 실험을 통해 선택된 결과들이다. 기술도 가장 밑바탕을 이루는 활동이고, 본질적으로 보수적이며 천천히 변화해왔다는 것이다. 화폐와 도시는 오래전부터 일상생활 깊숙이 자리했고, 근대성의 뿌리깊은 요소다. 도시와 화폐는 근대성을 만들어냈는데, 변화를 촉발하는 동력이면서 동시에 변화를 보여주는 지표이기도 했다.
브로델은 이 책을 통해 15~18세기 서유럽을 중심으로 한 시공간 속에서 자본주의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태어났는지를 밝혀내고 있다. 이를 위해 약 400여 년 동안의 역사적 시공을 작업공간으로 설정해두고 자본주의의 정체에 접근하는데, 공간적으로는 서유럽을 중심으로 하되 동유럽과 중국, 일본, 인도, 이슬람 지역, 아메리카 대륙의 증거들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브로델이 이러한 연구를 위해 적용했던 대표적 모델이 삼층집 모델이다. 맨 밑에는 물질생활이 있고, 그 위에 시장경제가 있고, 꼭대기에 자본주의가 위치한다는 경제 모델이다.
교환경제는 태곳적부터 이어졌지만 15~18세기까지도 불완전했다. 그러면서 시장경제는 지속적으로 발전을 한다. 시장경제는 생산활동(모든 것을 만들어내는)과 소비활동(모든 것을 써서 없애는)을 잇는 연결고리이자 동력으로, 경제활동이 성장시키는 동력이었다. 이 시장경제는 시장, 상점, 행상들로 구성되는 낮은 차원과 정기시와 거래소로 구성되는 높은 차원으로 구분된다.
17세기에 들어서면서 경제생활의 활력이 지중해에서 대서양으로 이동하며, 18세기에는 경제 전반이 가속적으로 팽창하면서 시장의 교환 도구들이 총동원되어 논리적으로 작동한다는 것이다. 거래소의 활동이 증가하고 상거래 중심지들 사이에 화폐와 신용이 더욱 자유롭게 흘러갔다. 그러면서 서서히 정기시가 위축되고 전통적 경제가 느릿느릿 돌아가는 곳에서만 명맥을 유지하게 된다. 유럽 이외의 지역도 거래소와 같은 다양한 신용형태가 존재했지만, 유럽만큼 활성화되지는 못했다. 이런 교환 메커니즘과 기법이 유럽이 다른 지역에 비해 경제적으로 앞서가는 데 큰 기여를 한다. 일상적인 물질생활을 바탕으로 시장경제는 다양한 네트워크를 유지해나간다. 브로델은 이런 본연의 시장경제 위에서 자본주의가 번성했다고 주장한다.
경제계는 지구의 어느 한 부분에 국한된 경제를 가리키는데, 그 자체로 하나의 완전한 경제 단위를 이루는 경제권이다. 브로델은 세 가지의 특징으로 경제계를 정의한다. ① 일정한 지리적 공간을 차지한다. ② 하나의 경제계에는 언제나 하나의 핵 혹은 중심이 있다. ③ 모든 경제계는 계층적인 경제권으로 나뉜다. 이 경제계들은 서로 교역하는 일이 거의 없이 공존하면서 지구상의 인구 거주 지역을 분할했다. 대항해시대를 맞아 유럽 경제계는 대서양과 그 연안과 군도, 아메리카 내륙을 병합해들어갔고, 인도, 동남아시아, 중국과 교역도 확대한다.
유럽경제는 1750년경까지 도시국가를 통해 교역이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이후 국민시장과 국민경제라는 새로운 국면으로 이어진다. 국민경제는 물질생활의 필요와 혁신을 반영하여 국가가 정치적으로 만들어낸 통일되고 응집된 경제공간이다. 보통 영국을 다루면서 여러 가지 혁명을 이야기하는데 ‘국민시장을 만들어낸 혁명’을 추가한다. 영국은 비좁은 영토에 넉넉한 운송수단을 갖추었고, 일찍이 영토 내 관세와 통행세를 페지하였다. 게다가 잉글랜드가 1707년 스코틀랜드, 1801년 아일랜드를 합병함으로써 국민시장이 형성할 조건이 무르익었다. 이에 비해 프랑스는 나라의 규모는 컸지만, 경제는 후진적이었고 일인당 소득 수준도 한참 낮았다. 국내 각 지역이 서로 교류하기가 어려웠고, 나라 경제의 중심이 뚜렷이 잡히지 않았다.
다른 곳보다 앞서 국민국가를 형성할 수 있었던 영국은 섬나라라는 특성 덕분에 독립성을 유지하면서 외국 자본주의의 간섭을 배제함으로써 자국의 시장과 신생산업을 보호할 수 있었다. 영국의 런던이 우위를 차지함으로써 도시를 중심으로 운영되었던 경제가 막을 내리고 유럽 경제계가 세계경제를 지배하는 새로운 세기가 시작된다. 한마디로 유럽 경제계가 세계경제와 동일해지는 유럽의 세계 지배가 본격화되는 것이다.
자본주의는 사회와 능동적으로 공모함으로써 존재한다. 근대 국가는 자본주의를 만들어낸 모태가 아니라 자본주의를 물려받았을 뿐이다. 자본주의는 국가와 한 몸을 이룰 때, 자본주의가 국가가 될 때 승리한다는 것이다. 자본주의는 여러 수단을 순차적 혹은 한꺼번에 활용하여 재산과 권력을 구축해갔다. 상거래, 고리대금업, 원거리 무역, 관료, 토지 등 모든 것을 총 동원해왔다. 부르주아지는 지배계급을 끊임없이 파괴하면서 자신의 이익을 챙겼는데, 아주 오랜 세월에 걸쳐 진행되었다. 그러면서 재산을 축적할 수 있는 안정적인 가문을 만들고 이때 화폐경제를 바탕으로 자본주의가 생겨난다. 그런데 아시아의 여타 지역은 그럴 기회를 갖지 못하였다는 점을 지적한다. 따라서 브로델은 자본주의는 모든 것이 다 갖추어졌을 때 도래하는 ‘밤의 손님’이라는 것이다. 영국은 이러한 과정을 가장 적절하게 보여주었다.

기존의 시각을 뒤집다
자본주의의 핵심은 경쟁이 아니라 독점에 있다


“사실 나는 시장경제가 장점도 있고 중요하다고 인정하지만, 시장경제가 모든 걸 좌지우지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주 최근까지도 경제학자들의 논리는 시장경제의 도식과 교훈을 유일한 전제로 여기고 있습니다.”

브로델은 시장경제를 만능으로 보는 시각에 대해서 비판적이다. 시장경제는 그 본성상 생산과 소비를 연결하는 역할에 불과할 뿐 전체를 대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시장경제는 일상생활과 자본주의 메커니즘 사이에 끼어 있는 가냘픈 하나의 층에 불과하다고 한다.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과 같은 시장의 조절보다 독점을 통해 가격이 인위적으로 정해질 때 많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경쟁 효과를 일면 인정하더라도 시장은 생산과 소비를 잇는 불완전한 연결장치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브로델이 이처럼 누누이 강조하는 것이 바로 시장경제가 모든 것을 결정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하층의 영역에서는 시장경제가 투명하게 굴러가지만, 상층영역에서는 수직적 위계를 갖춘 시장경제와 성격이 다른 교환의 영역이 존재한다. 이 상층영역에서는 소수가 영약한 술수와 힘을 휘둘러 법규와 규범을 우회하거나 무시하여 높은 이익을 독차지한다. 브로델은 경쟁의 힘이 작용하지 않은 별세상 같은 교환의 상층부를 ‘반反시장’이라고 부른다. 그러한 영역의 활동은 도저히 시장경제로 봐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경쟁과 규범이 아니라 독점과 지배가 힘을 행사하는 곳이라 시장경제와는 정반대라는 이야기다. 바로 이 영역이 “예나 지금이나, 산업혁명 이전이나 이후나 자본주의란 실체가 존재하는 곳”이라고 주장하게 된다. 소수의 거상들은 원거리 무역을 통해 막대한 이득을 취하기도 한다. ‘반시장’의 영역에서 행동하는 거상, 즉 상인자본가들은 독점권을 장악하거나 경쟁의 틈새가 새로 생기더라도 그 싹을 잘라버리는 막강한 힘을 행사하였다.
브로델이 반시장이라 불렀던 경쟁의 힘이 작용하지 않는 별세상 같은 교환의 상층부는 시장경제로 보기 힘들고, 경쟁과 규범이 아니라 독점과 지배가 힘을 행사하는 곳이라 시장경제가 작동하는 곳이 아니다. 브로델은 바로 이 영역이 “예나 지금이나, 산업혁명 이전이나 이후나 자본주의란 실체가 존재하는 곳”이라고 말한다. 결국 자본주의는 경쟁에 바탕을 두기는커녕 경쟁을 없애는 ‘반시장’에 바탕을 두었다는 브로델의 견해는 좌우파 경제학 교과서의 내용을 뒤집은 셈이다.
브로델의 이런 연구는 분명 자본주의에 대한 기존의 상식을 넘어서는 것으로, 많은 반발이 따르기도 했다. 그러나 자본주의의 핵심을 바라보는 데 유용한 틀을 제시해주었고, 이는 임마누엘 월러스틴의 ‘세계체제론’에 큰 영향을 미친다.

변화무쌍하고 여러 모습을 가진 히드라, ‘장기 지속’ 자본주의
자본주의는 세계의 불평들을 만들어냈다


“어쨌거나 서유럽은 신대륙에 고대의 노예제를 이전했고(거의 다시 발명했고), 자신의 경제적 필요 때문에 동유럽에서 재판 농노제 성립을 유도했습니다. 이로부터 다음과 같은 임마누엘 월러스틴의 주장에 무게가 실립니다. 자본주의는 세계의 불평들을 만들어낸다는 것입니다. 또한 자본주의가 발전하려면 국제 경제 차원의 공모가 필요하다고 임마누엘은 주장합니다. 자본주의는 매우 드넓은 공간을 권위주의적으로 조직하는 과정에서 태어났습니다. 만약 제한된 경제 공간에 갇혀 있었다면 자본주의가 그렇게 드세게 성장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또한 다른 지역의 종속적 노동을 이용할 수 없었다면, 자본주의는 전혀 성장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시장경제는 물질생활을 희생시키면서 팽창하고 관계망을 확장한다. 브로델은 이렇게 시장경제가 팽창하면서 자본주의는 항상 이득을 본다는 점을 이야기한다. 자본주의는 어떤 형태이든 그 밑에서 받쳐주는 경제를 바탕으로 움직인다. 따라서 브로델은 기업가를 자본주의 시스템의 해결사처럼 인식하는 슘페터의 생각이 적절치 않다고 지적한다.
브로델이 바라본 자본주의는 본질적으로 가장 높은 곳의 경제활동에서 비롯된 것이고, 적어도 그처럼 높은 곳에 올라서려는 경제활동에서 비롯되었다. 따라서 이 같은 자본주의는 그 밑에 두터운 두 개의 층―물질생활과 촘촘한 시장경제―를 겹으로 깔고 앉아 높은 수익이 나는 영역에서 서식하는 존재다. 브로델은 이러한 의미에서 자본주의를 최상층의 존재로 본다.
자본주의는 시장 위에 있는 상부구조로 처음부터 끝까지 독점이었다. 시장경제가 스스로 독점을 형성하지 못하기 때문에 독점으로서의 자본주의는 국가의 지원을 필요로 한다. 독점은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시장을 무대로 한다. 세계 시장에서 독점적 우위를 차지하려는 경쟁이 자본주의에서 나타나는 경쟁이며, 그 경쟁에서 승리하려면 반드시 강한 국가가 필요하다. 따라서 브로델은 ‘자본주의는 경제영역에 속하는 형태이지만, 사회의 다양한 영역 속으로 침투해서 그것들과 결합하는 방식으로만 존재하는 실체’라고 주장한다. 다시 말해 자본주의는 단순한 ‘경제체제’를 넘어 사회질서를 근간으로 존재하며, 적대적이든 우호적이든 “국가라는 그 거추장스러운 존재”와 동격의 관계를 유지하며 살아간다는 것이다.
1650년 유럽 경제계에는 이미 자본주의 사회로 진화한 곳과 노예제, 농노제 사회에 이르기까지 이질적인 사회들이 공존했다. 사실 자본주의는 이런 규칙적인 위계 형성에서 활력을 얻는다는 것이다. 이렇게 서유럽은 신대륙에 고대의 노예제를 이전했고, 경제적 필요에 따라 재판 농노제를 성립했는데, 이에 브로델은 월러스틴을 인용하는데, 월러스틴은 자본주의는 세계의 불평등을 만들어낸다고 주장한다. 국제 경제 차원의 공모가 있음을 지적하고, 자본주의는 매우 드넓은 공간을 권위주의적으로 조직하는 과정에서 태어난다는 것이다. 자본주의는 제한된 경제 공간에 갇히거나 다른 지역의 종속적 노동을 이용할 수 없으면 성장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이런 이론은 노예제 다음에 농노제가 오고, 그다음에 자본주의가 왔다는 도식적인 순차적 모델과 다른 설명이다. 결국 자본주의의 특징과 강점은 이 술수에서 저 술수로, 이러한 행태에서 저러한 행태로 변화하는 능력이다. 브로델은 변화하는 국면에 따라 수도 없이 새로운 방법을 강구하는 것도 자본주의의 특징이자 강점이고, 그러한 변화무쌍함의 와중에서 비교적 자본주의의 고유한 본질에 충실하고 유사한 상태를 유지하는 능력 또한 자본주의의 특징이자 강점이라고 한다.
브로델은 오늘날의 자본주의가 규모 면에서는 달라졌을지 모르지만, 성격이 근본적으로는 변하지 않았다고 한다. ① 자본주의는 여전히 국제적 자원과 기회를 활용하는 것에 바탕을 두고 있다. ② 자본주의는 법률에 근거한 것이든 관행에 근거한 것이든 여전히 독점에 의존한다. ③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것과 달리 자본주의는 경제 전체와 사회적 노동 전체를 포괄하지 못한다. 이는 ‘장기 지속하는 자본주의’의 핵심을 짚은 것이다.
브로델은『물질문명과 자본주의』Ⅲ 결론 부분에서 자본주의의 미래를 다음과 같이 전망한다. “사실 나는 자본주의가 ‘내부적인’ 쇠퇴로 인해서 저절로 붕괴하리라는 예상은 전적으로 틀린 견해라고 생각한다. 그와 같은 붕괴가 일어나기 위해서는 극단적으로 격렬한 외부충격과 믿을 수 있는 대체방안이 있어야 한다. 사회의 거대한 무게와 지배적인 소수―이들은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고 오늘날 전세계적인 연대를 이루고 있다―의 저항은 이데올로기적인 논쟁이나 변혁 프로그램, 혹은 일시적인 선거에서의 승리 정도로는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이런 논지는 ‘장기 지속하는 자본주의’라는 틀과도 부합하는 측면이 있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브로델은 인간을 구조라는 감옥에 가두었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브로델은 자본주의 자체를 긍정적으로 또는 부정적으로 보는 것을 넘어서서 거대하고 버티고 있는 하나의 현실로서 보여줄 뿐이다.
현재 자본주의는 기로에 서 있다. 인류는 자본주의가 파국으로 갈 것인가, 다시 쇄신할 것인가, 그것을 어떻게 바꾸어갈 것인가에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브로델은 하나의 대안을 제시해주었다기보다 이런 고민을 풀어갈 하나의 틀을 제시해주었다고 보는 것이 더욱 적절하다. 따라서 신화를 넘어서 자본주의 자체의 현실을 직시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문제를 풀어가는 데 있어 브로델의 연구는 상당히 유용하다. 또한 그것이 브로델의 몫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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